방황하는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이대로 좋은가
총체적 난국. 국내 게임업계의 현주소다. 개발여건과 시장, 사회의 인식과 서비스 면에서 모두 문제다. 정부 기관은 게임에 대한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탁상공론을 펴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으로 수출의 역군이라는 가치를 인정받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마약에 비유하며 강력한 퇴치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서 게임은 완벽한 규제 대상''청소년의 인권을 무시하는 나라'. 최근 게임 셧다운제(오전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강제로 금지시키는 법)가 여성부와 문화부의 합의를 보면서 국내의 게임업계 및 청소년 업계,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처럼 바뀌었다. 일각에선 '3류 문화국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게임 셧다운제, 논란의 중심으로>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셧다운제는 발표와 동시에 수많은 논란을 불러 왔다. 게임을 배척하는 학부모 관련 단체나 여성부 측에서는 '너무 약하다'는 반응이다. 규제를 더 늘려 고등학생 및 성인들의 이용시간도 줄이고 온라인 게임 중심이 아닌, 모든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게임을 마약에 비유하는 주장도 곧잘 등장한다.
지난 4월 아이건강국민연대에서는 '게임중독은 일상생활 장애를 넘어 죽음에 이르는 질병'이라며 성명서를 내며 청소년 보호법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반대로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효성도 없고 청소년들의 입장을 전혀 대변하지 않는 무분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12월 셧다운제 발표와 동시에 문화연대에서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인권 침해다. 청소년들에게 경제력이 있고 투표권이 있다면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라고 발표했다.
한국 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도 "내용에 대한 규제가 아닌, 이용시간 규제는 전근대 시대로의 회귀"라며 셧다운제를 비판했다.
< 게임 셧다운제, 시행에 해법 없어>
현재 게임 셧다운제의 기본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게임물'을 제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언뜻 보면 온라인 게임만 제어하는 것 같지만, 세부적으로 들추어 보면 각종 홈쇼핑 등에서 판매중인 비디오 게임 패키지 등도 오전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판매하면 안 된다.
또 모바일이나 스마트폰 게임들 또한 해당 시간에 다운로드를 받을 수 없고, 이전 시간에 다운로드를 받았다고 해도 해당 시간에 3G나 WIFI를 활용해 다른 게이머들과 공동으로 게임을 즐기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엑스박스360이나 PS3의 네트워크 게임도 금지 대상이 된다. 스타크래프트 '배틀넷'도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주 대상이 되는 온라인 게임사들은 모두 해당 조치를 의식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의 모든 온라인 게임 기업들이 '규제조치'에 비용을 들여야 하며, 이는 규제의 원칙인 '피해 최소화의 원칙'에 위배된다. 게다가 구축했다고 해도 주민등록번호 도용 시에는 무용지물이다.
하물며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게임, 글로벌 넷서비스, 홈쇼핑 등의 업계에서는 셧다운제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게임은 글로벌 서비스여서 충돌이 예상되고, 홈쇼핑 등에서는 비디오 게임물 자체의 게시를 막을 확률이 높다.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대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 게임 셧다운제, 미래는>
게임 셧다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의 인권 부분이다. 여성부와 청소년보호법은 그 근간을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발하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공현(필명) 씨는 "청소년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가장 침해하는 것은 현재 입시구조"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한 전문가는 "셧다운제는 명백한 위헌이다. 청소년은 학부모가 시키는대로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인형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간이 아닌 내용의 규제로, 그리고 실효성 있고 업계의 피해가 최소한이 되는 규제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는 지난해보다 18% 이상 성장한 7조783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인 2012년에는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가 10조가 넘을 수도 있다. 정부에서 올바른 규제 책을 내놔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