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표현된 클래식 MMORPG, 레전드 오브 블러드

이엑스씨게임즈의 신작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레전드 오브 블러드가 지난 2월 17일부터 2차 비공개테스트에 돌입했다.

레전드 오브 블러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드코어한 게임 진행을 바탕으로 정통 핵 & 슬래시 장르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지난 2010년 11월 말에 실시된 1차 테스트에 이어 실시되는 이번 2차 테스트에서 개발사인 이엑스씨게임즈는 기존 지역에 신규 지역인 '아스파이어 영지'를 추가하고, 쟁탈전을 통해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레전드 오브 블러드의 첫 인상은 전체적으로 수수하다는 느낌이다. 여타 게임들에 비하면 캐릭터의 노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며, 성인용 게임을 표방하는 게임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신체 훼손과 같은 묘사 역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격 시에 피가 튀는 등의 묘사는 접할 수 있지만 성인용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높은 강도는 아니다. 성인 등급 게임들이 흔히 갖고 있는 이미지인 '파격적'이라는 느낌을 찾아볼 수 없는 첫 인상이다.

하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 구조는 꽤나 파격적이다. 하지만 레전드 오브 블러드에서 느끼는 파격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콘텐츠와 진행 구조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게임의 전체적인 구조는 '파격'이라는 말 보다 '익숙함'이라는 말에 어울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익숙함'에서 '파격'을 느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전드 오브 블러드는 최근 MMORPG들이 일상적으로 택하고 있는 게임 구조를 택하지 않고, 오히려 초창기 MMORPG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있지만, 그 게임을 즐기다 보면 초창기 MMORPG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리니지와 R2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최근의 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던 느낌을 재현하고 있다는 이야기며, 시대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이러한 성향이 레전드 오브 블러드가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게임이 집중하고 있는 콘텐츠 역시 최근의 게임들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등장하는 MMORPG들이 퀘스트를 통해 스토리를 파악하고 편리하게 게임을 진행하는 와중에 다른 게이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레전드 오브 블러드는 과거의 게임들처럼 몬스터 사냥과 자유로운 PK, 공성전 등 전투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를 근간으로 하는 게임답게 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 역시 게이머들이 전투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투 템포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 몬스터를 재빠르게 사냥할 수 있으며, 굳이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아도 레벨업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리니지나 R2 등 과거의 전투 지향적 MMORPG 떠오르게 한다.

또한 사냥이나 PK에서 캐릭터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신이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을 비롯해 인벤토리에 있는 모든 아이템을 필드에 떨어트리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점은 하드코어한 장면 묘사가 없는 이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만들어가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의 콘텐츠와 플레이 방향성이 과거의 게임들을 떠올리게 하는 점은 이 게임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해서 퀘스트의 연계성과 편의 시스템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긴 하지만, MMORPG에서 과거의 재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은 것 역시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의 게임이 더 우수한 게임이냐는 논쟁을 접어두고 각 계층의 취향을 인정한다면, 레전드 오브 블러드는 후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

하지만 과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과거에 느꼈던 불편함까지 되살릴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게임의 콘텐츠와 그 구성에서 과거에 느꼈던 재미를 찾는 것이지, 시스템의 불편함에서까지 과거를 경험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필드에서의 느린 이동과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헤맬 수 밖에 없는 맵 시스템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레전드 오브 블러드를 즐겨 본 게이머들은 캐릭터들의 느린 이동 속도에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NPC인 헤이스트 사를 이용하면 40분간 이동속도가 상승되긴 하지만,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애초에 높았더라면 이러한 NPC 자체가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NPC를 구현하기 위해 일부러 게이머들에게 불편함을 강요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불필요한 콘텐츠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NPC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쉬운 편은 아니다. 최근 등장하는 MMORPG 게임들이 게이머들이 찾아가야 할 NPC의 위치는 물론 퀘스트 수행에 필요한 재료와 몬스터의 위치까지 모두 알려주는 덕분에 최근의 게이머들은 이런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맵을 통해 아무런 위치 정보조차 주지 않는 레전드 오브 블러드의 맵은 더욱 더 불편하게 여겨질 공산이 크다.

물론, 과거부터 MMORPG를 즐긴 이들에게 이러한 일은 매우 익숙한 일일 수 있지만, 과거에 흔했다고 해서 그것이 현재에서까지 당연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필드에서 사냥해야 할 몬스터의 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마을에 위치한 NPC의 위치만큼은 알려주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의 특징인 아이템 시스템 역시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레전드 오브 블러드에 등장하는 모든 장비 아이템에는 장착 레벨 제한이 없어, 저레벨의 게이머들도 고급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아이템에 레벨 제한이 없어 자신의 레벨과 상관 없이 좋은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 플레이가 아이템의 능력에 의해 좌우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아이템 빨'이 강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게임에는 아이템 귀속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사용하던 아이템에 강화를 반복해서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강력한 아이템을 통해 게이머들은 빠른 레벨업을 노릴 수 있으며, 일부 게이머들은 자신이 사용하던 장비라도 강화를 통해 가치를 올려 판매하는 경제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제 구조는 흔히 이야기하는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행위)로 이어질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며, 돈이 있는 자가 없는 자에 비해 게임 속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인 것 또한 아니다. 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 측에서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유의해서 게임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레전드 오브 블러드의 이번 2차 비공개테스트는 1차 테스트 참가자들의 레벨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추가 테스터를 모집해 실시되고 있다. PK가 자유로운 이 게임의 시스템을 감안한다면 PK를 가하는 자와 당하는 자가 극명하게 갈린 상태에서 테스트가 진행 중인 셈이다.

이러한 방식의 테스트는 PK가 중시되는 레전드 오브 블러드의 특성 상, PK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테스트 방식은 PK 이외의 부분에 대한 검증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다음 3차 테스트에서는 다수의 인원이 다들 비슷한 입장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해, 공성전과 같은 대규모 전투 콘텐츠를 점검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현재 테스트에서 보고되고 있는 서버 렉과 같은 서버 불안정 현상을 테스트를 통해 개선해 나간다면, 과거의 느낌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전투 그 자체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게임을 통해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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