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신동원, MSL 생애 최초우승 '저그황제 탄생'
'폭군' 이제동을 이기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신동원(하이트 소속)이 결국 MBC게임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월19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피디팝 MBC게임 스타크래프트 리그 결승전에서, 신동원은 같은 저그 종족을 다루는 차명환(삼성전자 소속)을 3대1로 이기며 지상 최강의 저그임을 입증했다.
이날의 대결은 이미 대회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우선 MBC게임 스타크래프트 리그 최초로 저그와 저그의 결승전이 치루어지게 되었던 점이 이슈였다. 또 신동원 선수는 저그 선수 중에 가장 기본기가 좋은 선수로 지목되왔고, 상대인 차명환 선수는 다른 저그와 달리 파격적인 전략을 꺼내드는 선수였기에 양 선수의 승부에 뀌를 쫑긋거리는 e스포츠 팬들이 많았다. 신동원 선수가 처음 예선을 통과한 후 우승까지 이어지는 '로열로더'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경기는 그러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진행됐다. 먼저 카운터 펀치를 날린 것은 차명환 이었다. 차명환은 1경기에서 본진에 두개의 해처리를 빠르게 생성하며 다수의 저글링을 뽑아 신동원 선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깜짝 놀란 신동원 선수가 성큰 2기와 저글링으로 급하게 방어했지만, 적재적소에 견제 펀치를 날리며 더 발전된 체제를 갖춰가는 차명환의 플레이는 신이 들린 듯 신동원 선수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결국 차명환 선수는 럴커와 뮤탈리스크, 히드라까지 양산하면서 신동원 선수의 진영을 압박했고, 신동원 선수는 이를 악물며 GG를 선언했다.
하지만 2경기에 들어서면서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차명환 선수는 허를 찌르려는 듯 1경기와 똑같은 전략으로 신동원 선수를 압박하기 시작했지만, 이에 대처하는 신동원 선수의 표정은 신인답지 않게 냉담했다. 신동원 선수는 두 번 속지 않는다는 듯이 오히려 견제를 들어오는 차명환 선수의 저글링을 가볍게 몰살시켰고, 그 후 차명환 선수가 채비를 갖추기도 전에 기세를 몰아 뮤탈리스크로 공격에 들어갔다. 막 뮤탈리스크가 공격하려는 찰나 차명환은 자신의 본진이 초토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듯 힘없이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이후 기선제압을 한 신동원 선수에게 3, 4경기는 꿀과 같이 다가왔다. 3경기에서 신동원 선수는 저글링을 버로우해 숨겨놓으며 기습을 노리던 차명환 선수의 전략을 미리 파악한 후 가볍게 승리를 따냈고, 오히려 4경기에서는 초반 저글링 기습으로 차명환 선수를 무너뜨렸다.
이날 우승으로 신동원 선수는 5천만원의 상금을 받았으며, 신동원 선수가 속한 엔투스 프로게임단 또한 마재윤 이후 MSL서 4년만에 우승자를 배출하며 겹경사를 누렸다. 특히 경기장에는 은퇴한 조규남 감독과 김정우 프로게이머가 신동원의 우승을 축하해주는 등 끈적한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신동원 선수는 "예선을 처음 치룰 때 청심환을 사러 약국에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우승까지 하게 됐다.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반대한 부모님이 결국 끝까지 나를 믿어준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피디팝 MSL 2010 결승전 개요
신동원(하이트 엔투스) 3-1 차명환(삼성전자 칸)
1세트 신동원(저그, 8시) 단테스피크 차명환(저그, 11시) 승
2세트 신동원(저그, 11시) 승 서킷브레이커 차명환(저그, 7시)
3세트 신동원(저그, 1시) 승 벤젠 차명환 (저그, 7시)
4세트 신동원(저그, 12시) 승 트라이애슬론 차명환(저그,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