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르웨이 테러는 게임 탓? 종교 탓이라면 뭐라 할 것인가
테러와는 동떨어진 나라라고 여겼던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잔인한 테러는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외국인에 대한 삐뚤어진 적개심이 그릇된 형태로 발현된 이번 사태를 두고 국내외의 언론들은 다양한 원인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테러를 자행하기 이전까지는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던 청년이 사실은 극우주의자였으며, 이슬람계 외국인을 적대시하는 삐딱한 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번 테러를 자행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빅에 대한 프로필이다. 여기에 추가를 하자면 브레이빅이 기독교 신자이며 평소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라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프로필만 봐도 짐작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들이 브레이빅이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라는 점과 그의 범죄와 결부 지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국내의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일 가지고 게임을 비판하는 일이 생길까 걱정이다”라는 네티즌들의 걱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네티즌들의 이러한 걱정은 사실이 됐다. 노르웨이 테러범이 게임으로 대량학살을 연습했다는 주장이 나타난 것이다. 브레이빅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를 지목했으며, 이 게임에는 민간인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이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민간인을 조준 사격하고 희생자를 확인 사살하는 장면이 노르웨이 테러범이 자행한 행동과 비슷하다는 첨언까지 하고 있다.
게임의 장면과 실제 범행 장면이 교집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유독 게임에만 집중되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테러범의 종교가 기독교라는 점도 이번 사태와 결부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국교계는 “이번 노르웨이 테러를 기독교와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들 스스로도 이번 사태가 종교와 연관될 수 있는 <건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누군가가 이번 사건을 두고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고 그 중에서도 유독 이슬람 세력과 유서 깊은 대립관계를 보였던 기독교인이 종교에 심취해서 자국 내 무슬림을 상대로 벌인 테러>, <현대판 십자군 원정대> 라고 단정짓는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또한 <다른 신을 섬기는 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가엾게 여기지도 말고 돌로 쳐야한다>는 신명기13장의 내용을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면 과연 그 기자는 어떤 반응에 부딪히게 될까? 아마 종교라는 신성불가침 영역을 모욕했다는 것에 성난 교인들의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매우 격렬한 비난에 말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인과관계의 순서를 바꿔서 사태를 확대해석 하는 오류를 범한 발언일 뿐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지성을 지닌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한 게이머는 “이 논리대로라면 나도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이야기를 했다. 어째서 국내 언론들이 매번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러한 논리적 오류를 범하면서까지 게임을 비난하는 것일까? 성난 교인들의 비난은 무섭고 성난 게이머들의 비난은 아무렇지 않기 때문일까?
과장이 섞인 논리는 웃음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게이머들은 <게임으로 범행 연습을 했다>는 이번 주장을 과장이 섞인 논리라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