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2 프로리그는 과연 성공할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스페셜포스의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가 한국e스포츠협회와 손잡고 스페셜포스의 e스포츠화를 천명했다.

그 후로 스페셜포스는 <국산 대표 e스포츠 종목>이라는 사명과 명분으로 부흥하기 시작했고,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국내 최대의 e스포츠 리그인 신한은행 프로리그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현재까지도 꾸준히 방송 중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프로리그의 힘은 대단했다. 일개 게임이었던 스페셜포스1은 e스포츠로 발전하는 동안 많은 드라마를 생겨나게 했고, 각 프로리그 게임단 들의 열전, 그리고 수많은 전략과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스페셜포스1의 인기도 끊이지 않았고, 매출도 꾸준했으며 스타크래프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e스포츠로서는 적어도 반 이상은 성공적이라고 할만했다.

그렇게 스페셜포스1이 e스포츠 종목으로 활동해 효과를 본 탓일까, 최근 드래곤플라이에서는 스페셜포스2의 e스포츠 화 역시 천명하고 나섰다. 슈퍼리그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대형 e스포츠 리그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공식석상에서 밝혔다.

발상도 좋고, 야심도 있고. 또 개발사로써 e스포츠에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을 보내주는 것에 대해 우선 한국 e스포츠 기자단 소속의 기자로써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게임만 놔두고 보면 스페셜포스2의 시작은 성공적이라고 볼만하다. 첫날 동시접속자가 3만5천 명 가까이 치솟은 것을 보면 미래는 상당히 밝다고 생각한다. 주위의 FPS 게임 고수들, 관련 기자들, 그리고 직접 플레이를 해봐도 추후 업데이트 콘텐츠나 시점 등을 잘 조절만 한다면 인기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이 될 정도다.

하지만 게임의 인기와 e스포츠로써의 성공이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셜포스2는 스페셜포스1이 가졌던 몇 가지 한계점을 넘어서지 않으면, 더 발전된 e스포츠로써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정체된 수준으로 머무를 확률이 높다.

우선 스페셜포스1의 경우 다대다의 FPS 게임이기 때문인지 리그 중 대결 구도나 진행 상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경기가 끝나고 다음 경기가 되어도 두 팀의 대결 상황 보다는 좌우에 있는 5명의 선수들의 체력 게이지만 멍하게 응시해야 했다.

또 너무 빠르게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에 해설자가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어쩔 때는 중앙 교전으로 삽시간에 3~4 캐릭터가 몰살당하는 경우도 있고, 또 너무 다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나다 보니 해설자가 전부 맛깔스럽게 캐치할 수도 없다. 당연히 보는 입장에서도 순식간에 지나간 후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됐었다.

걱정스러운 점은, 최근의 스페셜포스2를 봐도 별다른 대책 마련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의 의욕이 넘치지만 시청자들에게 e스포츠 종목으로 정식으로 인식되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진 않았을까. 지금은 단지 게임을 만들고 팬들에게 익숙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보여서, 다소 씁쓸하다.

만약 스페셜포스2가 표방하는 것이 <보는 e스포츠>에서 <즐기는 e스포츠>로 발전해가는 과정이라는 거라면 납득은 되지만, 지금처럼 프로리그 방식으로 <보는 e스포츠>를 추구하는 이상에는 몇 가지 사람들이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구태여 생방송 중에 모든 해설을 넣을 필요가 있는가 이다. 오히려 바둑이나 장기처럼, 한판 한판 끝난 다음 리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해주는 전문 해설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또 볼거리 확충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죽었을 때 나를 쏜 캐릭터가 슬로우 모션으로 나를 공격하는 것이 리플레이로 나온다든지(방송 중계 때만), 혹은 나를 죽인 캐릭터를 다음 번에 내가 처리했을 때 특별한 제스처가 나온다든지 등등, 조금이라도 관람객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게임으로써의 완성도와, e스포츠의 성공을 위한 접점 찾기, 황금분할은 어디일까. 스페셜포스2의 e스포츠화를 응원하지만 반대로 우려도 심하다.

e스포츠의 현실을 알고, 스페셜포스1 리그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나은 e스포츠를 위해 드래곤플라이가 조금 더 노력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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