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영호' SKT 잠재우고 e스포츠의 정점에 서다
"역시 이영호 입니다! 팀을 벼랑끝에서 살려내고 끝내 우승탑을 들어올리는 군요!"
행사장 가득히 이영호라는 세 글자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19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열린 프로리그 10~11 시즌 결승전에서, KT의 이영호는 라이벌 게임단인 SKT의 선수들을 2차례나 이겨내며 팀을 우승의 반열 위에 올려놓았다.
KT 게임단은 이로 인해 2년 연속 프로리그의 우승컵을 가슴에 안았으며, 이지훈 감독은 바로 다음날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어 최고의 결혼식을 맞이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KT가 우승하긴 했지만 경기 초반은 SKT의 거센 기세로 시작됐다. SKT 박용운 감독은 그동안 4대0의 승리를 호언장담해왔고, 그 말을 지키려는 듯 필승의 전략을 짜 왔다. 그 결과 1세트와 2세트를 연이어 획득한 SK텔레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고, 당시에 관중석에서는 "이러다 정말 4대0으로 끝나는 거 아냐?"라는 우려섞인 말까지도 들려왔다.
그러나 1~4세트를 모두 저그 선수로 등용한 KT 이지훈 감독의 용병술은 짜릿한 반전을 예고하는 듯 상황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3세트에서 고강민을 통해 1점을 따낸 KT 이지훈 감독은 5세트에 이영호를 출격시켜 상황을 3대2로 만들었다. 여전히 매치포인트로 불리하긴 했지만, 3대2가 되자 KT 선수들의 눈빛엔 불안함이 사라졌다. "이번 세트만 이기면 다시 이영호를 내보낼 수 있다"는 기운이 KT 선수단과 서포터즈 사이에 돌면서 기세는 급격히 KT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급기야 KT의 김대업이 승부를 3대3 원점으로 만들자, 쫓기는 SKT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초조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막판에 SKT는 이영호의 저격수로 도재욱을 내보냈지만, 행사장의 모든 기세와 이영호의 노련한 전투에 도재욱은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감격의 우승, 이번 우승으로 인해 KT는 그동안 따라다니던 준우승 전문 팀이라는 징크스를 말끔하게 털어냈다. 또한 1년 단위 리그에서 첫 2회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
이영호 선수는 이날 프로리그 결승전 이후 10~11시즌 최고의 선수로 뽑혔으며, 한동안 손목 부상으로 활개치지 못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박정석 선수는 "프로게이머 11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