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RPG의 몰락,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 게임계의 산 역사나 다름없는 양대 국민RPG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가 팬들의 간절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예전과는 다른 행보로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이 발매될 때마다 전날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학교나 회사에 나가지 않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반해, 이제는 팬들의 질타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으며, 과거의 영화에 사로잡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일본 게임업계의 현상황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온라인 첫 데뷔작이었던 11편의 성공을 기반으로 더욱 큰 성공을 거둬야 했던 파이널 판타지 14는 부실한 시스템과 전혀 안정적이지 못한 시스템 덕분에 혹평을 받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중단했다.

또한 주가 회복을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드래곤퀘스트 10은 온라인 서비스 위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 때문에 반대로 주가를 급락시킨 주범이 되어 버렸다. 스퀘어에닉스가 위기 상황일 때마다 구원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양대 산맥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두 게임의 몰락에는 “온라인”이라는 공통의 키워드가 존재한다. 한쪽은 준비가 부족했고, 한쪽은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었다.

파이널판타지14는 PS3, PC를 동시에 지원하는 온라인 게임으로, 파이널 판타지 13에 사용됐던 크리스탈 툴즈를 개선한 독자적인 엔진으로 만들어졌다. 서비스 되기 전에는 11편을 통해 얻어진 온라인 서비스 노하우와 차세대 게임기로 만들어진 뛰어난 그래픽의 결합이 놀라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원대했던 꿈에 비해 이를 현실화시켜줘야 할 기술력은 절망적이었다.

물론, 스퀘어에닉스는 이미 파이널 판타지 11을 통해 온라인 게임 시장 적응을 마친 기업이다. 아직까지도 테스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다른 유명 게임사들과 달리 파이널 판타지 11을 상용화까지 안착시켜, 유일하게 전세계에서도 통하는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때는 하드웨어가 PS2였고, 지금은 PS3다. 이전보다 많은 부분에서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으나, 하드웨어도, 개발엔진도 마음껏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얻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파이널 판타지 14의 PC 버전은 그래픽에 비해 과도하게 사양이 높았으며, PS3 버전은 PC 버전과 똑같은 모습을 구현하는데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엔진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 때문에 기획에 투자되어야 할 시간도 모자랐다. 이는 바로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이널 판타지 13의 어설픈 기획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드래곤퀘스트10은 온라인을 도입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됐다. 팬들은 일본 RPG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퀘스트가 그동안의 전통을 무시하고, 온라인으로 등장해야 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시리즈를 총괄해왔던 호리이 유지와 토리야마 아키라, 스기야마 코이치가 참여한다는 소식도 이것의 충격을 달래주지 못하고 있다.

스퀘어에닉스의 발표에 따르면 드래곤퀘스트10는 완전한 온라인 게임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같이 플레이할 수도 있는 대규모 싱글 플레이 온라인 게임의 개념에 가깝다.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도 있고, NPC들을 동료로 얻어 혼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전작이었던 드래곤퀘스트9에서 닌텐도DS의 엇갈림 통신을 활용해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을 더욱 큰 규모로 확대시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꽤나 성공적이었던 드래곤퀘스트9의 엇갈림 통신 기능과 달리 드래곤퀘스트10의 반응은 처참하다. 팬들은 온라인 플레이가 중심이 되어서는 그동안 드래곤퀘스트 시리즈가 선사했던 매력을 제대로 살릴 수 없음을 우려하고 있으며, 왜 하필 3대 비디오 게임기 중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서비스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Wii와 WiiU로 제공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14의 실패를 아직까지도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아무런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게임인 만큼 이 같은 반응이 실물 공개 이후 정반대로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반응이 돌변한다고 해도 그 결과물이 스퀘어에닉스가 기대하는 만큼 대단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Wii와 WiiU의 온라인 서비스는 다른 게임기과 비교했을 때 전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며, 드래곤퀘스트라는 브랜드 역시 일본을 벗어나면 파괴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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