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디아블로3 사태, 게임위가 보여야할 것은 침묵이 아닌 노력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가 게임물등급위원회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시작된 디아블로3의 등급 심의는 현금 경매장 시스템 문제로 한차례 연기된 후 블리자드의 현금 경매장 삭제 빌드의 제출로 다시 재개됐으나,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명확한 이유없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게임위가 디아블로3 심의를 두고 끝없는 장고에 들어간 이유는 무척이나 명확하다. 현금 교환 기능이 삭제된 버전이긴 하지만 현금이나 다름없는 배틀코인 교환 기능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디아블로3를 통과시킬 경우 그동안 게임위의 절대 명제였던 사행성 게임 근절에 틈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3의 배틀코인 교환 기능이 사행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만큼 게임위 입장에서는 선뜻 결단을 내리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게이머들 입장에서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겠지만, 출범 이유가 바다이야기였고, 그동안 심의 통과 이후 사행성 게임으로 둔갑하는 아케이드 게임과의 전투를 벌였던 게임위 입장에서는 고심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하지만, 현재 게임위의 움직임은 이런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납득이 안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신청 후 2주 정도면 나오는 심의 결과가 명확한 사유도 없이 40여일이 지난 지금에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디아블로3의 첫 번째 심의는 자료 보충이 요구됐고, 두 번째 심의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심의에서는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디아블로3의 심의가 업계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고 있다면 계속해서 논의를 거쳐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할 판에, 대외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게임위에 대한 게이머들의 질타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이후 사태까지 염려해야 하는 게임위 입장에서는 선택이 쉽지 않는 문제다. 청소년불가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은 제외됐지만, 올해 내에 나머지 게임들의 심의 민간 이양을 준비해야 하는 게임위 입장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심의에 대한 결론은 다른 누구도 아닌 게임위의 의무라는 점이다. 게이머들이 바라는 것은 침묵이나 회피가 아닌, 이후 사태까지 염려해서 최선의 결론을 내리려는 게임위의 노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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