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 마이웨이'라고? 온라인게임 개발비 변천사
지난해 12월 21일에 개봉한 영화 '마이웨이'는 여러가지 점에서 화제를 불러왔다. 한, 중, 일 등 아시아 3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화제가 됐지만 약 3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소식도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단 '마이웨이'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영화의 제작비 규모는 언제나 대중문화계의 큰 관심사였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영화의 내용 뿐만 아니라 단순히 영화의 제작비 규모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중의 수도 적지 않다.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흔히 나오는 '역대 제작비 순위'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만 보더라도 대중이 제작비라는 항목에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게임 그 자체의 재미는 물론, 게임을 개발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는가에 게이머들은 관심을 기울이며,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개발비 규모로 마케팅을 펼치는 게임들도 등장할 정도이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온라인게임의 경우에는 어지간한 영화의 제작비보다 더욱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도 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마이웨이'의 제작비를 능가하는 수준의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온라인게임의 개발비 규모가 지금처럼 컸던 것은 아니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대표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약 3억 원 미만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90년대 후반에 개발된 이 작품의 지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최근 개발되고 있는 게임의 개발비 수준에 비하면 말 그대로 어린 아이 수준의 개발비가 투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니지 뿐만 아니라 1세대 온라인게임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라그나로크의 경우는 2억 5천만 원 수준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르의 전설은 5억 원이 안되는 비용이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지 않은 돈을 투자해 성과를 낸다'는 개념이 일반적이던 온라인게임의 시장 분위기에서 2003년 등장한 리니지2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 이외에도 이 작품에 무려 약 100억 원 수준의 개발비가 투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리니지2의 등장 이후, 1세대 온라인게임으로 많은 수익을 확보한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은 앞을 다투어 많은 개발비를 투입해 대작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특히 2006년에 등장한 아크로드, 제라, 썬과 같은 작품들은 많은 개발비를 투입한 것을 게이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출시 이전부터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썬의 경우는 50억 원, 그라나도에스파다와 제라는 약 1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됐으며, 당시 기준으로 엄청난 수준의 개발비가 투입된 이들 게임의 개발 소식에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아쉽게도 이들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 했지만, 게임 개발사들이 개발비를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 수준이 향상되며 업계 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개발비의 상승은 이루어졌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MMORPG 혹은 MORPG 장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08년 등장한 MORPG인 마비노기 영웅전과 C9은 각각 약 15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되어 어지간한 영화 한 편의 제작비를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같은 해 등장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개발에 250억 원 규모의 개발비가 사용됐다고 알려져 게이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들 게임의 개발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들은 많은 제작비가 들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된 영화의 제작비와 비교를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2004년에 개봉해 박력 넘치는 전쟁씬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제작비는 약 190억 원 수준이며 2006년에 개봉해 뛰어난 CG로 좋은 평가를 거둔 영화 '괴물'의 제작비는 140억 원이었다.
특히, C9, 마비노기 영웅전, 아이온과 같은 해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는 제작비 200억 원이 투입됐으며, 다음 해인 2009년에 한국산 블록버스터 열기를 이어간 해운대의 제작비는 160억 원이었다. 온라인 게임의 개발비가 어지간한 영화는 물론이고 국산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비를 뛰어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2011년에 이르러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는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시대에 돌입한다. 35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테라가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그래픽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난 그래픽을 지닌 테라는 게임의 그래픽은 물론 그 개발비 규모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또한 엑스엘게임즈가 지속적으로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는 현재 300억 원 정도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발이 완성되기까지 더욱 많은 개발비가 투입되어 테라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개발비 규모가 이렇게 급속도로 거대해지고 있지만 아직 해외 온라인게임의 개발비 기록에는 도달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에는 약 600억 원 수준의 개발비가, CJ E&M 넷마블에서 서비스 예정인 트라이온 월드의 MMORPG '리프트'는 500억 원 수준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EA의 '스타워즈: 올드 리퍼블릭'은 무려 8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업계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참고로 800억 원이라는 수치는 삼국지의 유명한 전투인 적벽대전을 그대로 구현하며,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했던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의 제작비와 비슷한 액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