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특별법 뚝딱' 청소년 보호, 참 쉽죠?

초고속의 시대다. 피자를 주문해도 30분 만에 오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해도 다음날이면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초고속의 시대에 한 나라의 정책이 일주일 만에 만들어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10분 만에 유화 한 장을 뚝딱 그려내고 '어때요. 참 쉽죠?'라고 이야기 하던 밥 아저씨가 떠오른다. 정말 참 쉽다.

지난 1월 27일 이 대통령은 교육단체 대표 초청 간담회를 통해,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알면서도 소홀했고 기피했을 수 있다”며 “알면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은 것, 나부터 반성한다. 나도 그 점에 대해 소홀했다고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교육과학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노스페이스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데 이어, 이 대통령이 청소년 문제를 직접 언급했으니 빠른 대책과 가시적 성과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에 교육과학부는 게임이 청소년 학교폭력의 근원이 된다며 ‘쿨링오프제’의 도입을 지시했고, 지난 8일에는 탈선의 주범이라며, 청소년의 ‘멀티방 출입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물론, 국가의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청소년 문제이기에 특별법으로 제정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지만, 청소년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던 만큼 신중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지난 8일의 멀티방 청소년 출입금지 특별법만 봐도 그러하다. 일부 멀티방은 침대, 이불과 같은 것을 갖다놓고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도록 해 음주, 흡연 등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활용된다는 것이 교육과학부의 설명이다.

물론 일부 멀티방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청소년들의 탈선이 이뤄질지 모르겠으나 일부를 전체로 확대해석해 청소년 출입금지화 한 것은 확대해석을 넘어서 과도한 조치다.

간단히, 침대나 이불과 같은 것을 멀티방에 비치하지 못하게 하고, 잠금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단속강화로 충분히 보완해 수 있는 문제임에도 말이다. 이번 법안으로 안 그래도 갈 곳 없는 청소년은 점점 음지로 숨어들게 할 가능성도 있다.

게임 규제 정책인 쿨링오프제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학교폭력 문제의 주범이 게임이란 논리로, 교육과학부에서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소년 학교폭력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었던가?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학교 폭력은 존재했고 해결되지 못했는데, 요즘 청소년들이 게임을 자주 즐기고 있으니 최근 발생하는 문제들의 원인이 게임이라는 단순한 논리의 접근법이다.

게다가 법안의 내용 자체도 애매한 부분이 많아 추가 시행령 없이는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인터넷게임물’이라는 자체도 애매한 부분이고, 게임물의 등급 조차 정해두지 않은 상태다. 법률을 위반했을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만을 강조해둔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여중생의 투신자살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교사를 불구속입건하는 등 산업과 일선 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전책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여가시간은 채 4시간이 되지 않는다. 여가시간의 60%는 다시 공부에 사용할 정도로 청소년들은 학원과 사교육의 가운데에 놓여있다. 그런데 그 부족한 시간의 가운데 즐기는 취미생활이 청소년들의 탈선과 폭력의 주범이 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될까?

청소년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사항이다. 괜히 국가의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청소년 멀티방 출입금지, 게임 쿨링오프제와 같은 규제 정책이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일주일 만에 급하게 만들어진 법안으로는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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