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이다’, 게임의 사회적 위상 제고를 위한 토론 실시
지난 15일, 청소년과 게임문화의 상관관계를 논했던 게임문화재단이 이번엔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게임문화재단은 금일(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나는 게임이다’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게임의 의미와 가치를 사회문화적 접근, 매체적 접근, 교육공학적 접근, 문화정책적 접근 등의 방식을 통해 재조명하기 위해 실시된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게임을 단순이 산업적 측면과 오락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금일 심포지움에는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정소연 팀장,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박근서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박태순 겸임교수가 자리해 게임의 게임의 사회적, 문화적 위상 제고를 위한 각자의 의견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발제를 시작한 정소연 팀장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실태를 중심으로 ‘새로운 게임문화정책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입을 열었다.
정소연 팀장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6종의 전체이용가 온라인게임의 심야시간 평균접속자 수가 4.5% 밖에 줄어들지 않은 것을 예로 들며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시했다. 또한 법안의 실효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연이은 규제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팀장은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최근 강화된 게임 규제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중복규제가 아닌 전문부처의 일원화된 게임문화에 대한 학교, 사회, 가정의 통합적 접근과 게임을 새로운 놀이 문화로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심리상담을 넘어 청소년들의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소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 문화 정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참여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서 교수는 최근 현대인들의 삶을 급격히 바꿔놓고 있는 SNS와 게임의 상관관계를 두고 ‘SNS 혁명과 게임환경의 변화’라는 주제의 발제를 진행했다. 박교수는 여기서의 SNS는 현재 서비스 중인 SNS에 국한하지 않고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것을 당부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SNS를 비롯한 새로운 삶의 조건 속에 게임이 존재한다며 게임은 모름지기 사회적이었다고 말하고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게임은 지극히 사회적인 놀이 문화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게임의 사회성은 단지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개발과 제작 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러한 게임의 사회성이 네트워크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게임과 인터넷을 매개 콘텐츠와 기술적 매개로 삼아 게임이 컴퓨터와 사람의 상호작용에 다른 사람을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게임을 하는 이들은 모두 폐쇄적이고 오타쿠일 것이라는 기존의 선입견과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박교수의 발제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사람들과 이 왜 게임을 하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게임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구축되는가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박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에는 ‘게임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이동연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미국의 게임교육 공학 연구사례를 예시로 삼은 이교수의 발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게임과 교육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교수는 게임과 교육, 학교폭력의 상관관계를 입증할만한 연구 결과들이 거의 없다며, 이는 현재 게임 연구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교육과 게임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대체로 설문조사에 근거한 양적 조사 방법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학생들의 게임 이용 과정과 게임을 둘러싼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밝히는 데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해외의 사례 연구들을 사례로 들며 해외의 연구 사례들은 게임 이용자에 대해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이상을 관찰하는 반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게임이 학교 폭력에 영향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얼마나 참여관찰 연구를 했는지에 의문을 갖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의 게임연구는 산업 규모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다며, 게임산업계가 ‘산업이냐 청소년보호냐’의 이분법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재고와 담론의 축적과 확산을 위한 제대로 된 학술적 지식담론 생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박태순 교수는 ‘게임의 사회적 가치와 게임 문화연구의 미래’라는 주제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했다. 현재 게임을 향하는 일방적인 시선에 대해 그는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억압적인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문화가 얼마나 척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러한 억압적인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게임이 지배문화(주류문화)로 떠올랐으며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잘 설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게임의 구체적인 가치들을 파악하고 ‘기능성 게임’을 내세우는 것에 그치지 말고 게임이 새로운 미디어로서 지니고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