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 게임사업, 올해 돌파구 찾을까?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준비기간이 필요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창조의 고통은 해 본 사람만 안다고 했던 것도 다 그 때문입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사는 게임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퍼블리셔는 구체화 된 물건을 상품화하는데 주력해야합니다. 상품화 역시 큰 범주에서는 창조의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한게임은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포털로 독보적 위치에 있었습니다. 다양한 보드게임을 기반으로 경쟁자들 보다 한 두 걸음 앞서있었죠. 그런데 보드게임은 어느 순간부터 사행성이란 꼬리표가 달렸고 한게임은 보드게임이 아닌 온라인게임으로 성공하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NHN이란 든든한 후원이 있었던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사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게임 전문가를 영입해 판짜기에 들어갔고, 자사의 퍼블리싱게임들을 공개하는 ‘한게임EX’라는 대규모 행사도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4~6개의 신작 온라인게임들을 과감하게 사들였습니다. 유망한 개발사에는 지분투자까지 하면서 온라인게임 성공을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 갔죠. 한게임의 염원인 바로 ‘퍼블리싱 명가’로의 도약을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이런 투자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대기업의 행보를 찾아봐도 이러한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성공은 쉽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게임의 과감한 투자는 경쟁사들을 자극해 국내 게임시장에 활력이 됐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습니다. 경쟁사에게 게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개발 초기부터 계약을 너무 서둘렀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 아직 건물의 틀도 덜 잡혀있는 상태에서 설계도만 보고 건물을 사들인 결과가 됐습니다. 그렇다보니 계약은 진행됐고 게임의 모습은 공개됐지만 아직 서비스가 되지 않은 게임들이 태반입니다. 메트로 컨플릭트:프레스토와 킹덤언더파이어2는 벌써 공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올해에서야 서비스가 될 예정이죠. 그 이후에 발표된 게임들은 행사 이후 감감 무소식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게임의 과감한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부터 국내외에서는 온라인게임만큼 스마트폰 시장이 커졌고 스마트폰게임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유명 게임의 경우는 월매출이 20억에 육박할 정도니 웬만한 온라인게임 부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한게임에서는 스마트폰게임 개발을 위해 1천억 규모로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단연 업계 최고 수준이죠. 온라인게임 개발사를 뛰어넘는 규모의 회사를 설립하고 개발 준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30종 이상의 게임들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지난해까지 한게임을 진두지휘하던 인물도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났습니다. 상황이 100% 같지 않지만 한게임의 수장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의 사령탑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모기업의 투자가 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성적을 거둬야하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한게임EX 행사가 열리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올바른 결정입니다. 계약 해둔 게임이 쌓여있고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데, 또다시 계약을 늘려간다는 것은 무리수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게임은 퍼블리싱 명가라는 타이틀만 바라보고 너무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이제 내실을 다져야할 시기입니다. 이미 계약해둔 게임은 충분하기 때문이죠. MMORPG부터 캐주얼, 스포츠 등 장르도 다양합니다. 다른 곳과 라인업 강화를 위해 경쟁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밑천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밑천을 가지고 사업을 해나가는 것은 장사꾼의 몫이자 능력입니다. 그 동안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기반을 더 다져야 합니다. 현재 라입업을 재정비하고 계약한 게임들을 다시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일 것입니다.
최근 업무 최적화를 위해 한게임의 조직개편을 진행한 만큼 올해 한게임의 사업 및 성적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