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화제만발 '만우절 이벤트', 올해는 누가누가 웃겼나
모두가 속이고 속이는 그날, 만우절이 되면 유난히 거짓말이 심해지는 업계가 있다. 바로 게임업계가 그 주인공이다. 애초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업계이니만큼, 타 업계에 비해 독특한 발상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게임 업계는 매년 만우절만 되면 꾸준히 독특한 아이디어로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줘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에도 다를 바 없었다. 단순히 게임 내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업체도 많았지만 지난 일요일(1일)을 기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오랜만에 자신들의 재기발랄함을 뽐낸 업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넥슨은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액션 온라인게임에 재치있는 이벤트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던전앤파이터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 9부위로 나뉘어진 아바타 이외에 추가로 속옷 아바타를 추가한다는 정보를 공개했다.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속옷 아바타를 착용한 캐릭터에는 추가로 맞춤형 능력치가 주어지고, 넥슨은 이를 구매한 게이머에게 추첨을 통해 속옷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4월 5일에 해당 아바타가 출시된다는 이야기는 게이머들은 '이거 농담이 아니라 진짜 아니냐?'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이벤트 주의사항의 첫 글자만 읽으면 세로로 '만우절 이벤트'라는 문장이 완성되어 이 이벤트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드래곤네스트에서는 네티즌 사이에서 개그 소재로 유명한 '투명 드래곤'이 신규 보스몬스터로 등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드래곤인 '투명 드래곤'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유머 소재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 원작 소설(?)은 초등학생이 썼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올 정도로 유치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네티즌들의 주요 패러디 소제로 사용되고 있다.
넥슨은 드래곤네스트에서 투명 드래곤을 사냥하면 투명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 입구를 통해 던전에 진입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투명 드래곤'인 만큼 이 몬스터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전적으로 게이머의 감에 의지해 사냥해야 한다는 설명을 남겨 게이머들을 웃게 했다.
이와 함께 신규 탈 것인 '유령마'를 공개하고, 이를 오래 타게 되면 '유령마'가 게이머를 황천길로 인도한다는 설명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적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마비노기 영웅전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군을 적진에 밀어넣는 스킬과, 타 캐릭터의 스킬을 통해 자신이 이득을 보는 설정을 지닌 신규 '여전사' 캐릭터를 소개하는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드디어 새로운 직업이 추가되는 것 아니냐며 좋아했던 게이머들은 영상에서 리시타의 무기를 든 피오나가 등장하고 나서야 이것이 만우절 이벤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임업체 중 만우절 이벤트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블리자드는 올해에도 다양한 화두를 남기며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만우절 이벤트를 위해 캐릭터 원화와 인게임 캐릭터를 실제로 개발할 정도로 만우절에 엄청난 공을 들이기로 유명한 블리자드는 올해에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블리자드코리아는 디아블로를 즐기는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할배검'으로 알려진 'The Grandfather'에 대응하는 신규 아이템이라며 '할매검'을 내세우는 가하면, 디아블로3의 한국어 음성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이 한국어 음성 파일은 블리자드코리아의 장난으로, 이를 클릭하면 디아블로3의 캐릭터 음성이 국내 각 지역의 구수한 사투리로 구현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AOS 장르에서도 다양한 만우절 장난이 이어졌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 중인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3D 모드를 소개하는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를 통해 게이머들이 비교할 수 없는 몰입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홍보했는데, 이런 3D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 비싼 비디오카드와 디스플레이 없이, 콘플레이크 사은품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샐로판지 안경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로 웃음을 줬다.
또한 3D 모드의 홍보 영상의 말미에는 라이엇게임즈에서 진행하는 만우절 이벤트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우르프'가 등장해 리그오브레전드의 3D 모드가 명백히 만우절 장난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우르프'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대표적인 만우절 캐릭터로 원래 게임 내 챔피언으로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또 다른 챔피언인 '워익'이 평범한 바다사자로 착각하고 '우르프'를 살해했다는 설정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간 라이엇게임즈의 만우절 이벤트를 통해 꾸준히 등장한 이 캐릭터의 등장에 게이머들은 '기대했는데 '우르프'를 보는 순간 농담이란 걸 알았다', '애초에 이런 3D 모드가 말이 돼냐' 등의 즐거운 반응을 보였다.
카오스 온라인에는 만우절을 맞아 신규 캐릭터가 공개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신규 캐릭터가 누가 봐도 만우절 장난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온갖 캐릭터의 특징을 짜집기 한 캐릭터라는 점이다. 카오스 온라인에 공개된 신규 캐릭터의 이름은 '강프랑크'로 이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인 '갱플랭크'와 심지어 외형까지 비슷한 이 캐릭터는 '위대한 항로의 마샬'이라는 컨셉과 어둠과일의 힘, 흔들과일의 힘 등의 스킬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캐릭터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강프랑크'는 만우절 이벤트를 위해 탄생한 패러디 캐릭터로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 '갱플랭크'와 인기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검은수염 - 마샬D티치'를 패러디 한 캐릭터이다.
한편, '하프라이프', '포탈' 등으로 유명한 밸브는 지리하던 한국 정부 관련 부처와의 갈등이 해결됐다며, 밸브의 정식 한국 지사를 만든다는 내용을 홈페이지 공지에 띄워 눈길을 끌었다. 또한 원화 결제를 공식으로 지원한다는 말에 스팀 사용자들은 엄청난 반색을 표했지만, 이 역시 만우절 장난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게이머들이 크게 실망하는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태를 두고 '만우절 장난 한 두번 당하냐', '블리자드의 장난은 잘 받아주면서 왜 그러냐'며 밸브 측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 받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장난이었을 때의 기분과 뭐가 다르냐', '이렇게 민감한 소재를 만우절 장난으로 삼다는 건 무리수다', '좋다 말았다' 등 밸브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