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3로만 나오는 것이 아쉬운 야구 게임, ‘MLB 12 더 쇼’
스포츠에 있어서 라이벌의 존재는 해당 종목의 인기를 더욱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과거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의 대립 구도는 80년대 NBA의 흥행 보증수표였으며 야구의 경우에도 미국에서는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경쟁이 항상 이슈로 떠오르고는 한다.
그래서일까? 스포츠게임에도 다양한 라이벌 작품들이 서로 경쟁을 펼쳐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는 한다. 축구 게임으로는 피파와 위닝일레븐이 나름의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NBA 라이브 시리즈(지난 시즌에는 출시가 안 됐지만) NBA 2K 시리즈가 농구 게임계에서는 첨예한 대립 구도를 형성 중이다.
하지만 유독 야구게임에서는 이러한 대립 구도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야구게임, 특히 메이저리그를 소재로 한 게임이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립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하나의 작품이 다른 하나의 작품보다 너무나 뛰어난 게임성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라고 궁금해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아! 그 게임!’ 하면서 눈치를 챘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로 PS3용 야구게임 ‘MLB 12 더 쇼’(이하 더쇼12)가 그 주인공이다.
더쇼 시리즈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게이머들, 특히 스포츠게임 마니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온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예년에 비해 작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그간 더쇼 시리즈에 좋은 평가를 내렸던 해외의 게임 전문지들도 더쇼12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만 본다면 더쇼12가 이전 작품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놔도 좋다. 이번 작품은 여전히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며, 여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이 이러한 비판을 받은 이유는 하나. 전작에 비해 큰 변화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몇몇 개선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 더쇼 시리즈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높은 완성도를 꾸준히 보여온 작품이다. 본 기자 역시 수 년간 이 작품을 해 오면서 ‘야구라는 종목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더쇼가 더 발전하기는 어렵겠다’ 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야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왔다.
이 이야기는 더쇼라는 작품의 게임성이 뛰어나다는 뜻도 되지만 반대로 게임의 콘텐츠적인 면에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 작품의 개발사는 더쇼 시리즈에 변화를 주기 보다는 기존의 작품의 세세한 곳을 다듬는 방식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작품을 즐기다보면 곳곳에서 이러한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 말이 있지만 개발진의 정성으로 인해 더쇼12라는 ‘옥’은 ‘티 없는 옥’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작품의 변화점은 사실 인게임 요소보다는 세세한 부분, 특히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큰 변화점이라면 로딩 속도가 대폭 개선됐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모드를 진행하거나 한 명의 선수를 육성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로드투더쇼(이하 RTTS) 모드를 즐기면서 답답함을 느꼈던 이들도 이번 작품에서는 비교적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로딩 속도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역시 RTTS 모드를 즐기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를 진행하는 것보다 로딩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길기도 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빠른 게임 진행을 할 수 있어 게임의 몰입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RTTS 모드 자체에 변화가 많지 않음에도 RTTS 모드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인 것도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새롭게 추가된 모드인 다이아몬드 다이너스티 모드도 새로운 재미를 전달한다. 기존의 프랜차이즈 모드가 팀을 운영하는 재미를 전달했다면, 다이아몬드 다이너스티 모드는 ‘자신만의 팀’을 운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모드라 할 수 있다.
선수 카드를 구입해 자신의 팀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적인 진행 방식인 이 모드는 마치 피파 시리즈에서 인기를 얻은 얼티밋 팀 모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모드에서는 자신이 만든 선수와 실존하는 선수를 모두 사용해 팀을 꾸리게 된다. 자신이 생성한 선수는 육성을 통해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35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에 실존 선수는 능력치 변경을 할 수 없고 10경기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카드를 돈을 주고 구입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선수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지구방위대’ 수준의 말도 안되는 강력한 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카드 혹은 카드 세트 거래를 통해 강력한 카드를 확보할 수는 있어,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팀을
구성하는 길이 아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렵게 만든 팀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된 것 이외에 시스템적인 변화를 찾아보자면 새로운 타격, 투구 시스템이 변경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게임의 틀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을 제공해 게이머들이 보다 색다른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개발사의 전략이라 하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존, 타이밍, 퓨어 아날로그 등 전작의 타격 방식에 ‘존 아날로그’ 타격 방식이 새롭게 추가됐으며, 투구 시스템 역시 ‘펄스 피칭’ 시스템이 도입됐다.
‘존 아날로그’ 타격은 공이 날아오는 위치와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눌러야 했던 기존의 존 방식과, 타이밍에 맞춰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타격을 펼치는 퓨어 아날로그 시스템을 합친 타격 방식이다. 타격 난이도가 굉장히 높기는 하지만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닌 시스템이다.
‘펄스 피칭’ 시스템은 투구 지점에 나타나는 원이 작아지는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눌러 공을 던지는 방식의 투구 시스템이다. 기존의 미터
시스템보다 직관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 하겠다.
게임 그래픽,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 중에 펼쳐지는 정경 묘사와 선수 정보를 알려주는 프리젠테이션도 기존보다 더욱 발전했다. 모델링, 텍스처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PS3라는 시스템의 한계상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선수들의 표정이나 경기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선수들의 행동, 보다 사실적인 타구의 궤적 등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개발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작품에서는 500개 이상의 새로운 프리젠테이션 모델이 추가됐으며, 300개 이상의 수비, 송구, 베이스런닝 모션이 추가됐다고 한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다보면 전작보다 더욱 사실적인 장면과 ‘이런 장면까지 구현됐구나’ 싶은 상황도 만나볼 수 있다. 엉성하다고 늘 지적받았던 투구 모션 역시 좀 더 힘을 실어서 공을 던지는 듯한 동작으로 개선됐으며, 그 동작의 수 역시 75개 이상이 추가됐다.
이러한 추가 동작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선수들이 타 선수와 충돌하거나 혹은 펜스와 충돌할 때의 동작이 몰라보게 자연스럽게 변했다는 점이다. 이는 새롭게 추가된 충돌 상황 인지 능력 시스템과 새로운 태그 모션 시스템 덕분이다. 특히 펜스 플레이 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펜스에 충돌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펜스에 몸을 부딪히고 나뒹구는 장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너무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지만 여전히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타격음, 포구음 등의 사운드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야 할 중계진의 해설이 너무나 지루하게 그려진다는 것이 문제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는 장면에서도
‘너희들을 너무 흥분하게 만들지 않을테야’라는 의도라도 있는 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는 중계진 3인방의 목소리는 너무한 거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중계진의 해설 멘트의 종류 자체가 대폭 늘어나 영어를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기존보다는 다양한 중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다행스러운 소식이 중요한데, 바로 이들 중계진 3인방과 더쇼 시리즈와의 계약이 이번 작품으로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재계약이라는 불상사(?)만 아니라면 다음 작품부터는 새로운 중계를 즐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이 작품은 PS3와 PS비타의 세이브데이터 공유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 사이의 세이브데이터 연동이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의 데이터 연동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한 온라인 공유가 본격적으로 지원되는 데에 있다.
PS3로 집에서 시즌, 프랜차이즈를 진행하다가 이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면,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서든 PS비타의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해 해당 파일을 로딩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굳이 USB나 메모리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PS비타로 출시된 더쇼12의 품질도 휴대용기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어, 두 기종을 모두 구비하고 있다면 어디서나 더쇼12를 즐길 수 있다. 물론 PS비타 버전의 경우 휴대용 기기라는 특성 상 오프닝을 비롯한 몇몇 소소한 부분이 삭제되긴 했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는 것들이라,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개인적으로 더쇼12를 향한 해외 게임 전문지들의 박한 평가를 납득하기 어렵다. 변화라는 것이 있으면 물론 좋은 것이지만, 그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전작에 비해 점수를 후려치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가? 과연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전달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남기기 때문이다. 평점 9.5 점에 달하던 게임을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실제로 변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점수를 낮춰버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쇼12는 그냥 더쇼11에서 로스터 업데이트만 한 작품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4월 6일, 한국 프로야구는 4월 7일에 개막전에 돌입한다.
야구에 대한 열기가 한창 무르익는 이 시기에 더쇼12를 통해 야구의 세계에 깊게 빠져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