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블레이드, 게임시장의 '개념돌' 될 수 있을까?
지난 2월 2일 실시된 첫 비공개테스트에서 게임 시장에 비주얼 쇼크를 선사한 라이브플렉스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퀸스블레이드가 지난 4월 16일을 기해 2차 비공개테스트에 돌입했다.
지난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 5만 7천여 명이 테스터 참가 신청을 하고, 모든 서버에 사람들이 가득 몰려들 정도로 게이머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는 퀸스블레이드. 이번 2차 비공개테스트에서도 이러한 게이머들의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두 차례의 비공개테스트를 통해 퀸스블레이드가 이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유는 명백하다. 게임의 그래픽, 정확히는 캐릭터 복장 디자인이 역대 어느 온라인게임보다 파격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노출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은 어느 사이엔가 퀸스블레이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성이 부각되지 못 하고 캐릭터만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개발과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 라이브플렉스 측은 이러한 점에 대해 어느 정도 감수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게임에 대한 정보를 처음 공개하던 당시부터 '여성 캐릭터만 등장하는 MMORPG'를 강조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게임의 비주얼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라이브플렉스 측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비주얼로만 승부하는 게임'이라고 퀸스블레이드를 폄하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게임의 테스트에 많은 인원이 몰려들고 있으니 업체 입장에서는 '우리의 전략이 시장에 통했다!'라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으로만 게임을 홍보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며 그 이유는 간단하다. 퀸스블레이드라는 게임이 비주얼로만 승부하는 게임이 아님에도 비주얼 요소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시각적인 자극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적응한다. 실제로 퀸스블레이드의 2차 비공개테스트에 접어들자 캐릭터의 외형과 파격적인 노출에 대한 반응은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보다 덜한 상황이다.
즉, 이런 식으로 게임의 내면보다는 외면만을 부각시키는 방식의 홍보 전략은 대중이 퀸스블레이드라는 게임의 비주얼에 적응을 마치는 순간 의미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게임의 시스템과 콘텐츠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음에도 이러한 점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보니 퀸스블레이드를 '내실이 없는 게임'으로 오해하는 이들의 수도 적지 않다. 이러한 여론은 결코 게임의 성공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퀸스블레이드는 지나칠 정도로 캐릭터의 노출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지, 게임 내적인 면에서도 나름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작품이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맥서마이징 시스템의 '미녀가 거대 병기로 변신'한다는 컨셉은 나쁘지 않은 컨셉이며 인게임 측면에서도 게임의 전투 양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준수한 타격감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초보자들은 물론 30, 40대 게이머들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는 매력요소와 편의성을 구축하고 있다. 인스턴스 던전의 짜임새도 무난한 수준이어서 단체로 파티를 맺고 던전을 공략하는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의 기본적인 재미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워크리미널 시스템을 통한 중립 지역에서의 잦은 전투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전투 지향적인 게임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레벨 이외에 계급 시스템을 갖춰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좀 더 추구한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아직은 비공개테스트 단계에 있는 게임이라 이러한 부분이 완연하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좀 더 다듬어져 정식서비스 단계에 돌입한다면 PvP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퀸스블레이드는 구성 자체가 전반적으로 탄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이다.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버릴 혁신적인 콘텐츠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소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이러한 장점이 게임의 전면에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쉽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탄탄한 콘텐츠 및 시스템이 더해져 1+1=2의 효과를 내야 하는데, 현재의 퀸스블레이드의 마케팅 전략은 1=1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릭터의 외형이 예쁘고 노출도가 높은 것은 게임에 대중의 이목을 끌어올 수 있는 좋은 요소이다. 이러한 점에 집중한 라이브플렉스의 전략은 '이슈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훌륭했으며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렇게 끌어온 대중의 관심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라이브플렉스 입장에서는 게이머들로 하여금 "어? 그저 야하기만 한 게임이 아니었네"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의 결과물인 것이지 "에이... 그냥 야하기만 한 게임이라던데..." 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서는 안 된다.
그저 얼굴과 몸매만 이쁜 걸그룹은 그냥 댄서 취급을 받으며 무대 뒤로 사라질 뿐이지만, 수려한 외모에 가창력까지 갖춘 걸그룹은 '개념돌'(개념있는 아이돌이라는 뜻의 인터넷 은어)로 인정받아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퀸스블레이드가 비주얼 뿐만 아니라 내적인 콘텐츠까지 다듬어 온라인게임 업계의 '개념돌', '퀸'의 자리에 오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