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시 '닌텐도 3DS', 성공의 키포인트는?
지난 4월28일, 닌텐도의 최신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3DS'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약 1년 2개월 만에 드디어 한국 시장에도 정식 출시됐다.
'닌텐도 3D'는 특수 안경을 쓰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3D 영상 게임과 통신 기능, 3D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AR 기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등 기존의 닌텐도 휴대형 게임기에서는 체험할 수 없던 색다른 기능들을 다수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발매 1년 만에 일본에서는 500만 대, 전 세계적으로는 1,500만대가 팔려나가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닌텐도 역시 전작 '닌텐도 DS'시리즈가 누렸던 인기를 다시 한 번 이어가기 위해 출시 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리오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를 체험회의 깜짝 게스트로 등장시킨 것을 비롯해 탤런트 공효진씨와 개그맨 김병만씨를 홍보 모델로 채택해 TV용 광고를 촬영하는 등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휴대용 게임기군 최신작 제품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대표, 한국닌텐도의 후쿠다 히로유키 대표 등이 모습을 드러냈던 홍보 방송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게임 종류에 따라 현지화 작업 없이 다운로드를 통해서도 판매할 계획"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공개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게이머층을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게이머 및 게임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PS비타와 스마트폰이 먼저 진을 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한국에서 성공을 거뒀던 '닌텐도 DS'의 후속 기종이라고 해서 성공을 장담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한국닌텐도가 야심차게 선보인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3DS'가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할까?
우선 가장 절실한 부분을 꼽자면 '즐길 게임이 더 빨리, 더 많이 선보여져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발매 초기의 게임샵 또는 커뮤니티의 분위기에 따르면 발매일인 4월28일에 맞춰 게임샵이나 인터넷을 통해 '닌텐도 3DS' 본체와 소프트웨어가 선보여졌으나 그 여파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다름아닌 '즐길 게임의 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닌텐도 3DS' 출시에 맞춰 선보여진 게임으로는 '슈퍼마리오 3D 랜드'와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전국민 모델 오디션 슈퍼스타2' 등 3종의 패키지'가 전부였으며, 체험 행사에서 공개됐던 대다수 2012년 출시 예정 게임들 중 대략적인 출시 일정이 공개된 게임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현재 닌텐도e샵에 선보여진 '닌텐도 3DS' 전용 게임은 퍼즐게임 '밀고 당기고' 단 하나 뿐이다.
물론 각각의 게임들은 모두 해외 출시 당시 좋은 반응을 얻은 게임들이지만, 보다 다양한 게이머들을 만족시켜주기에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며, 전작들과 달리 '닌텐도 3DS' 본체에 국가 제한 코드까지 걸려있어 일본판이나 미국판, 유럽판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 역시 게이머들이 한국판을 구매함에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다행히 초기 타이틀로 알려졌던 게임 소프트웨어들 중 상당수가 한국 게이머들이 평소 즐기고 싶어한 게임들이었던 만큼 이들 소프트웨어들이 무사히 출시된다면 게이머들에게 구매 욕구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해외판과 최대한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동안 한국닌텐도는 게임 이외의 소프트웨어나 기능 등을 선보임에 있어 해외판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닌텐도3DS'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1년 전에 출시된 일본판만 하더라도 기기의 기능을 활용해 디지털 디바이스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환일기 작성' 'TV 콘텐츠 시청' 등 게임 이외의 콘텐츠와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으나 한국판에서는 아직 이러한 기능들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가별로 출시 및 서비스 시점, 법률상 허용 범위 등이 다른 만큼 모든 기능이 처음부터 동일하게 지원되는 것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돼 게이머들이 '손해를 본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결국 '닌텐도 3DS'에는 '준비가 부족했다'라는 평가만이 남게 될 것이다.
'기업의 인상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 역시 한국닌텐도가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요소 중 하나다.
그 동안 한국닌텐도는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제품 출시 및 정보 공개, 사후 관리 등에 있어 지나치게 자사 정책을 앞세우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줘 게이머들 및 한국의 게임시장에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사 정책들만 내세우는 불친절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줬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게이머들과 한국의 게임시장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 진행해오고 있긴 하지만 신뢰란 것이 게이머 행사 한번, 기자회견 한 번으로 쉽게 뒤집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만큼 첫 발을 이제 간신히 내딛은 상황에서의 앞으로의 노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에 첫 에피소드를 방영한 '닌텐도 다이렉트'는 닌텐도가 영상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직접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앞으로 과연 얼마나 꾸준히, 자주 방영될지에 따라 게이머들의 인식을 호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전망이다.
물론 아직 출시되고 채 1주일도 안된 기기에 너무 바라는 것이 많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품 출시 전 한국닌텐도가 보여줬던 열정과 의욕을 생각한다면, 지금이야 말로 보다 적극적인 닌텐도의 의사표현 및 행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시 전 그렇게 다양한 행사를 하고 의욕적이었던 것에 비해 동시발매 소프트웨어 수나 정책적인 부분은 너무도 아쉬움이 남는다"며 "과연 한국닌텐도가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전작 '닌텐도 DS' 만큼의 인기를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한국닌텐도가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벗어나 얼마나 게이머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