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熱風) 넘어 광풍(狂風)으로, 디아블로3 인기 어디까지?
12년 만에 발매된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 '디아블로3'가 국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발매된 지 이틀 만에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고, 서버를 증설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사용자들을 견디지 못하고 연일 과부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여러 사정으로 게임에 접속하지 못했던 사용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이슈는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디아블로3의 인기와 시장 호응은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다. 비슷한 시기에 테스트를 준비했던 엔씨소프트는 물론이고 다른 국내의 게임사들도 디아블로3의 발매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게임이 가진 파워와 영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디아블로3의 시장 반응은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정판의 내용물이 알차고 10년 이상 기다려온 후속작임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디아블로3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왕십리에 텐트를 칠 정도로 국내 게이머들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15일 정식 발매가 시작되자 그 반응은 폭발력을 더했고 한정판에 대한 시장의 니즈와 테스트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몇몇 거래사이트에서는 98,000원의 정가에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서라도 게임을 구매하겠다는 게이머들이 등장했고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지방으로 원정을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서비스 첫날부터 배틀넷에는 대기열이 발생했고, 10시가 넘어 사람들이 몰리자 배틀넷은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결국 게이머들은 아시아 서버에서 게임이 원활하지 않자 북미와 유럽 서버에 캐릭터를 만들어 즐기는 사태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한동안 이런 디아블로3의 인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식 발매 6시간 만에 디아블로가 잡히긴 했지만 4장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서브 스토리 등 즐길 거리는 넉넉한 편이다. 게다가 노멀, 악몽, 헬, 불지옥으로 이어지는 난이도 등을 감안하면 과거 디아블로2에서 느꼈던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변수는 라이트하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달려있다. 현재 디아블로는 30%에 육박하는 PC방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약 일주일이면 노멀 난이도의 엔딩을 볼 수 있다. 디아블로3는 온라인게임처럼 무한하게 이어지는 콘텐츠가 아닌, 엔딩이 있는 존재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불지옥 난이도에서 아이템 파밍이나 친구들과 함께 파티플레이를 즐기지 않는다면 다소 빨리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기존 디아블로2를 오랫동안 즐겨온 게이머들은 아이템 파밍을 주목적으로 게임을 접하지만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이나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의 경우는 엔딩 이후 다른 게임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 디아블로3의 라이벌로 꼽히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MMORPG 블레이드앤소울이 상반기 중으로 오픈베타와 정식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으며, 디아블로3의 출시에 맞춰 서비스 시기를 미뤄왔던 게임들이 하반기에 쏟아져 나오면 사용자층의 이동은 가능할 수도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는 디아블로3의 현금 경매장 콘텐츠가 빠져있다. 당초 블리자드는 게임 내의 아이템을 현금화 할 수 있도록 현금 경매장 콘텐츠를 기획해 게임 내에 녹여냈으나, 국내 정서상 현금 경매장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현재는 제외되어 있는 상태. 물론 아이템거래사이트를 통해 아이템 거래는 이뤄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당초 블리자드가 기획했던 밑그림과는 다소 다른 형태로 게임이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다소 변수는 있을 수 있지만 디아블로3의 향후 전망은 밝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게임은 마약'이란 부정적인 인식 속에 연초를 시작했지만 긍정적인 시선으로 지상파 방송과 지면에 게임이 소개된 것은 상당히 오래간만이며 고무적인 결과로 받아드릴 수 있다. 정치인과 연예인,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일반인들도 '디아블로가 도대체 뭐길래'라고 언급할 정도니 광고 및 홍보효과, 입소문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해외를 점령하고 국내에 안착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도 매우 빠른 속도로 국내 PC방 점유율을 올려갔는데, 디아블로3는 이틀 만에 PC방을 점령한 것만 봐도 디아블로 열풍이 한동안 식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또한 주 연령층이 과거 디아블로2를 즐겼던 20대 후반과 30대 층이기 때문에 단단한 편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디아블로3의 인기와 폭발력은 과거 10년 전 PC방과 시장을 압도했었던 디아블로2의 재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대가 변했고 사용자의 니즈가 달려져 흥행의 물음표를 던졌던 많은 이들도 디아블로3가 출시된 이후 모두 이구동성으로 게임의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블리자드는 서비스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사용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이번 주말 배틀넷 서버에 안정화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한다. 오랜 기간 준비해 사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콘텐츠를 제공한 것은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이제 다음 목표인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달려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