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게임 개발 벤처기업들 다 어디로 갔나?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시작과 근간에는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있었다.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넥슨, MMORPG 개발 명가 엔씨소프트도 게임 개발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회사들이며, 국내 인기게임으로 알려진 메이플스토리의 위젯,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프로야구매니저를 개발한 엔트리브소프트 등도 지금은 중견 이상 개발사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벤처 기업이었다.
수많은 게임 개발 벤처기업들은 10여년 전 국내 IT산업이 벤처 열풍과 창업 붐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커왔다. 젊고 유능한 인력들이 태동하는 IT와 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데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벤처 개발사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왜일까?

일단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산업의 규모가 타 산업군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정도로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마케팅이나 상품에 대한 포장이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시장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생존논리에 따르고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결국 과거 보다 돈이 보다 많이 필요하고 돈을 벌지 못하면 빠르게 사라지는 구조가 됐다. 과거에는 직접 개발한 게임을 시장에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와 목표가 강했다면, 지금은 그와 함께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10여년 전 벤처 창업 시기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와 방법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
한때 '게임산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정보에 타 산업군이나 재력가들이 게임 산업에 큰 자금을 투자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면, 현재는 그러한 허황된 거품들이 빠져 창업 초기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녹녹한 상황은 아니게 됐다.
매년 문화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정부 차원에서 벤처 기업 육성과 창업 지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오면 그 정도의 지원으로는 게임의 개발 및 인력 수급 등 시장 경쟁이 쉽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다 보니 점점 소규모 게임 개발사가 독립적으로 자생하기 힘든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되고 중소 개발사들도 결국 대기업이나 대규모 사업자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가 공중 분해되는 일이 쉽게 발생하고 있다.
블루홀 스튜디오의 테라,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와 같이 시작부터 몇 백억 원의 금액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수의 인력으로 게임의 개발 및 자체 서비스도 가능했지만 그런 큰 프로젝트 조차 자체 서비스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이니 소규모 개발사들의 어려움은 사실 말로 다 표현하기에 어려울 정도다.

이에 기존 대형 개발사들은 과거 자신들이 걸었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시장의 긍정적 성장을 위해 신규 벤처 개발사들의 지원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넥슨은 기업차원에서 연간 벤처 기업의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NHN은 게임문학 공모전 등을 통해 개발 인력들의 꾸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와이디온라인도 신규 사업으로 소규모 개발사들과의 연계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시장의 규모가 확대, 지원된다고 해도 다양성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닌데 있다. 기존 게임사들이 유능한 게임사들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통해 라인을 구축하면 사업적인 성공을 위해 상업적 색을 가질 수밖에 없다. 초기에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이었다고 해도 대기업의 손이 닿으면 결국 기존의 사업 구조의 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은 ‘그 나물에 그 밥’, ‘할 만한 게임이 없다’고 비평을 하지만 산업 구조가 현재 상황대로 흘러가는 이상 아이디어만으로 중소 개발사들이 시장에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이는 국내뿐이 아니고 보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비디오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진행된 상황이다. 기존 유명 개발사들의 M&A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개발사들과 유명 게임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결국 그렇다보니 최근에는 개발비와 리스크가 적으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스마트폰게임 시장으로 인력과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게이머가 아닌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들로 수익 구조를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백억원에 육박하는 개발비 대신 최대는 몇십분의 일의 금액으로도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내놓을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몇 년 안에 큰 기업들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현재의 게임 산업과 비슷한 모습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꾸준한 지원과 육성이 있다고 해도 유능한 벤처 기업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며, 유능한 재원의 기업도 지원을 받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매년 게임 산업에도 과거와 같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벤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고 정부와 기존 게임사들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벤처 기업들을 보다 발전시켜나갈 방법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는 방법 정도라 할 수 있다.
국내의 한 게임 전문가는 “매년 중견 기업들이 M&A를 통해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벤처 기업들이 자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어 1년 이상 벤처 기업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졌다”며 “산업에서 벤처 기업의 육성은 중요하지만 현 산업 구조상 벤처 기업들의 성장은 쉽지 않고 이렇다 할 타개책 역시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