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② ‘게임=문화’, 공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 지난 2011년 2월에 실시된 5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게임업계라면 흥미를 가질만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문명4의 주제가인 ‘바바 예투’(Baba Yetu)가 그래미상 후보로 오른 것이다.

정확히는 이 노래가 들어있는 앨범인 ‘콜링 올 던스’(Calling all dawns)는 ‘Best classical crossover album’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바바 예투’라는 곡은 ‘Best instrumental arrangement accompanying vocalists’ 부문의 후보로 올랐다. 또한 ‘바바 예투’는 ‘Best instrumental arrangement accompanying vocalists’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하면서 음악계는 물론 게임계에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바 예투’의 수상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 때문이었는지 그래미 어워드의 주최측은 올해 2월에 진행된 54회 그래미 어워드에 게임을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기타 비주얼 미디어’(Other visual media) 부문을 ‘Motion, Television, Videogame Music or Other Visual Media’ 부문으로 개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음악은 ‘비주얼 미디어 음악’, ‘최우수 비주얼 미디어 편집 사운드트랙’, ‘최우수 비주얼 미디어 배경음악’, ‘최우수 비주얼 미디어 곡’ 등 총 4개 부문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게임 음악이 단순히 게임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음악 장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에는 게임이 단순히 게임을 넘어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게임을 구성하는 캐릭터,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가 대중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결과물이라 하겠다.

그래미 어워드의 예 이외에도 게임을 문화도 인정하고, 또 게임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라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게임 음악 공연인 ‘비디오 게임 라이브’(Video Games Live)를 꼽을 수 있다. 200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공연은 게임 작곡가인 ‘토미 탈라리코’(Tommy Tallarico)의 기획으로 시작된 공연으로, 오케스트라, 합창단, 밴드 연주자들이 함께 유명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또한 단순히 음악만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관객들과 하나되는 이벤트 무대까지 펼쳐지는 것이 이 공연의 특징. 이 공연은 미국은 물론 일본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며 게이머들은 물론 공연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캐릭터를 예술 작품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유화를 그린다거나, 이를 활용한 예술 작품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으며, 이들 작품을 창조한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창작물을 꾸준히 공개 중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해 게이머들에게 친숙함을 전달함과 동시에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로 뛰쳐나온 것과 같은 색다른 재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또한 이러한 예술 작품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을 보며, 게임 속 콘텐츠가 실생활과 상상 이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게임을 넘어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최근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리니지2’의 게임 속 이야기인 바츠 해방전을 소재로 한 전시회 ‘게임 X 예술: 바츠혁명전’(이하 바츠혁명전)을 오는 9월 2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 기획전은 여타 전시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게임 내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 ‘리니지2’의 ‘바츠’ 서버에서는 한 길드가 서버를 장악하고 독재를 펼친 바 있으며, 이에 맞서 전 서버의 이용자들이 단합해 해당 길드의 폭정에 대항하는 일이 있으며, 이 사건이 ‘바츠혁명전’을 통해 구현된 것이다.

‘바츠혁명전’에서는 ‘리니지2’의 캐릭터와 바츠 해방 전쟁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 그림, 설치 미술품, 영상 등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의 GBC 신민균 상무는 “이번 전시회는 게임 속 가상 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나타나는 게임의 사회학적 현상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 관련 미술 전시와 차별화 된다”며 “리니지2의 즐거움을 더욱 다양하게 느끼실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넥슨은 자사의 게임 아티스트 6인과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를 선보였다. 넥슨의 게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 ‘BORDERLESS: Inspired by NEXON)’을 통해서 말이다.

이 전시회에는 마비노기2의 캐릭터들을 모티브로 한 10여 편의 설치미술과 조각, 회화가 전시됐으며 마비노기 영웅전의 전 총괄 디렉터인 이은석 실장을 비롯해 김호용, 한아름, 이진훈, 김범, 이근우 등 아티스트 6인이 공들여 만든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했다.

넥슨의 서민 대표는 "서민 대표 대중문화가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고차원 적인 예술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게임도 그러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한다"라며, "게임이 순수예술 못지 않은 문화 콘텐츠가 되기를 바라며, 회사 내 아티스트들이 자부심을 가지면서 캐릭터를 지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이번을 계기로 해서 훨씬 알찬 행사로 이어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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