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⑥또 하나의 사회, 온라인게임
< < 새내기 대학생 문모씨는 최근 여가시간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테라' '아이온'과 같은 MMORPG(롤플레잉 온라인게임)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다양한 스킬로 남을 이기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FPS 게임이나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대용 비디오게임을 즐겼지만 최근 그의 관심이 바뀌게 된 것.
대학에 진학해 공공정책 학부에 소속되면서 사회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그는 재미를 위해 즐기는 게임에서 사람들이 현실과 다른 가상의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어떤 국가나 연합에 소속돼 정치, 경제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그는 이를 체험해보기 위해 MMORPG를 시작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들여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가 됐다.
평소 많은 시간을 투자해 MMORPG를 즐기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던 그였지만 이제는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속 시스템을 분석해보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 됐으며, 언젠가 자신도 이런 사회성을 극대화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기 시작했다. >>
최근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게임의 사회성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기 비디오게임은 개인 단위의 플레이가 이뤄지는 만큼 게임 내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정치, 경제적인 부분이 극히 일부분 반영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회적인 부분이 끼어들 여지가 적었지만 게임의 중심이 온라인게임으로 넘어오면서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인 활동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 MMORPG 속에서 사람들은 경제 활동을 하고 집단을 구성해 정치와 같은 사회 활동을 한다. 그리고 서로 대립되는 존재가 나타나면 게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PvP 및 전쟁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도 한다.
MMORPG 뿐만이 아니다. FPS게임이나 AOS, 전략 시뮬레이션 등의 장르의 게임에서도 자신이 소속된 진영의 승리를 위해 팀원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긴밀하게 협조하며, 소셜 네트워크 게임에서는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온라인 친구를 늘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서든어택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마이크로 서로 연결해 의견을 교환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은 토론 및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볼 수 있게 해주며 '얼마나 빨리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느냐'는 승패의 가장 큰 열쇠로 작용한다.
이와 같이 사회의 중심이 조금씩 온라인 세계로 옮겨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온라인 세계 속에 또 하나의 자신의 소속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놀이 문화를 통해 사회성을 익히던 어린이와 젊은 세대들 역시 온라인의 놀이거리인 온라인게임을 통해 사회성에 대한 학습을 지속하게 됐다.
이와 같은 모습을 두고 전문가들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라는 뜻을 가진 '유토피아'라는 말을 빌려 '디지털 시대의 유토피아'로 온라인게임을 지칭하기 시작했다.
사회집단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사람의 특성 상 게임 내에서도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현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이상적인 부분을 게임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일부 게임에서는 지역의 운영권을 두고 투표를 진행하거나 힘의 논리로 결정짓는 전쟁 등의 방법으로 의견 대립을 해소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책임을 지게 된다.
MMORPG의 간접적인 사회 체험뿐만 아니라 사회 자체를 온라인상에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수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세컨드 라이프'가 그것으로, 이 가상 세계 게임은 아바타들이 생활하는 온라인 세계의 구현을 목표로 사회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 그리고 콘텐츠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전 세계의 게이머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비록 지금은 기술적인 문제와 사용자 수에 걸맞지 않은 넓은 세계, 어려운 조작법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 시도 자체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세계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른 많은 온라인게임들에 사회 관련 시스템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이와 같이 온라인게임이 사회성을 강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사회성 교육을 위한 교육적인 콘텐츠의 추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게임으로 인해 불거지는 문제들 중 상당수가 어린이나 청소년이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익히는 방식 자체는 바뀌지 않았지만 이들을 올바르게 즐기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이 현실에서 가상 세계로 옮겨오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교와 사회의 온라인게임 에티켓 교육과 같은 지도적인 부분에서부터 언어사용 게임 플레이에 대한 관리 시스템, 부모에 대한 게임 정보의 제공 및 함께 즐기는 문화의 배양 등을 제시했으며, 게임을 특수 집단의 유희가 아닌 새로운 문화의 하나로 인지해 이에 대한 올바른 정착을 고민해야하는 시기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게임문화재단 주최로 진행된 '나는 게임이다' 심포지엄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서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사람들과 왜 게임을 하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게임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구축되는가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온라인게임의 사회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문화이자 또 하나의 사회로 인정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온라인게임은 기술의 발전과 게이머들의 요구로 다양한 사회적인 요소를 담으며 그 안에서 게이머와 함께 성장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런 게임의 사회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때 한국이 진정한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