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만족스러운 콘텐츠-아쉬운 시기, 테라 ‘아르곤의 여왕 파트2’ 업데이트
TV의 쇼 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그룹을 보다 보면은 ‘저 멤버는 이 부분만 보완하면 대박날 건데… 그걸 못 고치네’라는 아쉬움을 주는 맴버들이 있다. 야구를 보다가 특정 선수를 보면서 ‘아! 쟤는 안타 욕심만 좀 줄이면 딱인데 욕심을 못 버려!’ 같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야구 팬도 적지 않다.
흔히 말하는 ‘2% 부족한 경우’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2% 부족해 보는 이들을 애타게 혹은 답답하게 만드는 경우는 게임 업계에서도 종종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 가장 적절하게 부합되는 게임이 있다. 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한게임에서 서비스 중인 테라가 그 주인공이다.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테라는 그 수식어처럼 국내 게임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동시접속자 수 16만 5천 4백 명을 달성하고, 당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아이온까지 제치며 인기순위 1위까지 차지했다.
업계관계자들과 게이머들은 테라의 등장에 열광했다. 시장을 이끌어 갈 또 다른 작품이 등장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테라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지 약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테라의 위상은 그때에 비해 많이 내려온 모습이다.
단순히 수치적인 성적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테라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식어버린 형국이다. 빼어난 그래픽과 액션이라는 뚜렷한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렇게 테라의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극명하다. 부족한 게임 콘텐츠 그리고 신뢰하기 힘든 운영과 게이머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업데이트가 그 이유였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한게임은 지난해 6월에 ‘파멸의 마수’, 10월에 ‘진화(Evolution)’ 업데이트를 선보이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테라에 다시 한 번 대규모 업데이트가 실시된다.
지난 7월 4일을 기해 시작된 ‘아르곤의 여왕 파트2’ 업데이트를 통해 테라에는 다양한 변화가 이뤄진다. 한게임은 업데이트 이전인 6월 28일부터 스페셜 페이지를 오픈하고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을 정도로 이번 업데이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에 '아르곤 멜디티아'와 '샨드라 마나이아', 그리고 '실유카 회랑'과 같은 신규 던전이 추가되고, 블랙 에디션 의상이 전장의 보상으로 지급된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 받았던 캐릭터인 검투사와 창기사의 플레이도 개선됐다. 검투사는 이전에 주로 회피스킬을 사용해 탱킹을 하였으나 '쌍검방어'의 신규 스킬이 추가되어 제자리에서도 탱킹을 할 수 있게 됐다. 창기사의 경우는 전체적인 스킬의 공격력을 높여 솔로플레이 및 PvP와 PvE 효율을 증가시켰다.
또한 공격대 시스템을 도입, 검은 틈에서 발생하는 차원 공간에서 공격대를 구성해 대규모 PvE 전투가 구현되고, 강화/재봉인 시스템 개선으로 보다 손쉽게 원하는 아이템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성장 구간의 난이도를 낮추는 대신 보상을 대폭 강화해 보다 쉽게 레벨업을 할 수 있다.
신규 이용자와 휴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무료 레벨업 서버인 ‘여명의 정원’을 통해 50레벨까지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배의 경험치를 제공하는 ‘여명의 정원’ 서버로 자신의 캐릭터를 옮겨와 빠르게 캐릭터를 육성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각종 할인 혜택과 보상도 함께 제공할 정도로 한게임 측이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테라의 세력을 다시 한 번 굳건하게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업데이트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게임 난이도가 낮아지고 문제가 됐던 직업 밸런스, 그 중에서도 탱커들의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런 모습은 게이머들이 바랐던 모습이며, 테라는 게이머들의 요구대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비록, 이렇게 되기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은 유감스럽지만, 끝까지 게이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는 게임들도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래도 다행스러운 모습이라 하겠다. ‘이 게임이 살아있구나’라는 느낌도 전해주기에 이번 행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안타까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업데이트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다. 바로 업데이트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다.
사실 테라의 대규모 업데이트 시기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테라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될 때마다 ‘시기가 좋지 않다’, ‘좀 더 빨리 좀 하지’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업데이트 역시 이런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애초에 이런 모습으로 나왔어야지!’ 하는 아쉬움이야 ‘이제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았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아르곤의 여왕 파트2’ 업데이트가 부딪혀야 할 상대는 다름아닌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이다. 상대적으로 이번 업데이트가 부각되기 힘든 상황에서 업데이트가 시작된 셈이다.
두 번째 대규모 업데이트였던 ‘진화’ 업데이트가 지난해 10월에 실시됐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업데이트가 좀 더 빠른 시기에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와서 이런 아쉬움 가져봐야 이미 지난 일이지만 말이다.
물론 블소와 엮이면서 얻는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 경쟁력이라는 면에서 테라는 오히려 블소보다 우위에 있으며, 이러한 점이 게이머들에게 테라를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000원의 월 이용요금을 책정하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비싸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블소에 비해 기간 한정이긴 하지만 50레벨까지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테라는 꽤나 매력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렇게 유입된 게이머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만 있다면 테라가 지금보다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테라 이용자들의 평가가 좋다는 점도 호재로 꼽을 수 있다. 시기적으로 블소와 격돌하게 됐다는 것과는 별개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이번 업데이트 타이밍이 적절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지막 대규모 업데이트로부터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기에, 게임의 변화를 갈망하던 테라 이용자들에게 이번 업데이트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테라는 이번 업데이트로 게이머들이 원하는 모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상황이다. 이번 업데이트를 계기로 테라의 추후 행보에 기대가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테라가 서비스 시작 당시의 위엄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