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RPG의 변화가 시작되다, 오픈월드RPG 드래곤즈 도그마

드래곤즈 도그마는 기존에 흔히 보던 일본스타일의 게임이 아니었기에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게임이었다. 과연 일본제작사가 만든 오픈월드게임은 어떤 느낌일까? 정보가 점차 공개되면서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기대감이 살짝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를 대체하는 폰 시스템이 또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답답한 화면. 평범한 그래픽

****드래곤즈 도그마를 처음 본 느낌은 답답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화면이 아닌 상하로 레터박스가 형성되어 화면이 좁게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씩 이벤트영상에서 레터박스를 적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 게임처럼 게임플레이 내내 레터박스가 적용되어 있는 것은 처음이다. 요즘은 와이드 모니터가 많은 상황에서 레터박스로 화면을 더 깎았으니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적응이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화면의 비율을 깎아 내린 상황에서도 양질의 그래픽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드래곤즈 도그마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술적인 문제로 이런 선택을 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나오는 게임들에 비해 그래픽 퀄리티가 뛰어나지 않음에도 레터박스가 주는 답답함까지 더해져 첫인상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캐릭터의 모델링도 그렇고 전체적인 배경이나 사물의 묘사도 그냥 무난한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드래곤즈 도그마는 그래픽만 보고 게임을 멀리하기엔 아까운 녀석이다.

탐험의 재미가 살아있는 광활한 세계.

드래곤즈 도그마는 그 동안 많은 일본 게임제작사들이 보여준 틀에 박힌 진행의 RPG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오픈월드 액션RPG이다. 그런 만큼 플레이어가 누빌 광활한 공간이 필요한데 드래곤즈 도그마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느낌을 굉장히 잘 살리고 있다. 무조건 맵만 넓은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자연환경이 달라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하는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래픽의 표현이 상급은 아니지만 세계를 구성한 느낌은 잘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오픈월드의 특성상 이리저리 이동을 많이 하는 만큼 같은 형태의 지형이 너무 반복되면 지루해질 수 있는데 적절히 퀘스트와의 연계를 통해서 조금씩 지도를 넓혀가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긴장감을 주는 전투

드래곤즈 도그마의 전투는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면서 파티를 이룬 폰들과 함께 싸우는 재미가 잘 살아 있다. 특히 적의 공격을 맞으면 최대 체력치가 줄어드는 시스템을 적용시켜 힐러가 있어도 일정부분만 회복할 수 있고 회복 아이템을 사용해야지 줄어든 최대치가 회복한다. 덕분에 전투의 긴장감은 물론 다양하게 입수하는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NPC이긴 하지만 폰이 적군을 잡아서 움직임을 봉쇄한다던가 반대로 적에게 잡혔을 때 구해주는 등 파티플레이의 묘미를 느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드래곤즈 도그마 전투의 백미라고 한다면 거대 몬스터와의 전투를 빼놓을 수 없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스테미너 게이지가 있을 경우 거대몬스터의 몸을 타고 올라가서 공격할 수 있는데 이런 모습에서 완다와 거상의 묘미를 맛볼 수도 있고 적의 약점을 공격하는 재미도 있다. 예를 들어 사이클롭스 같은 경우는 몸을 타고 올라가 눈을 공격하면 큰 대미지를 줄 수 있고 키메라의 경우는 꼬리에 매달려 꼬리를 잘라내는 식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조작자체는 단순하지만 전략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전투는 드래곤즈 도그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

드래곤즈 도그마는 넓은 맵을 돌아다니면서 퀘스트를 해결하고 다양한 적들과 전투를 펼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캐릭터는 레벨업을 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킬을 배우고 전직을 통해서 새로운 직업을 경험할 수도 있다. 물론 각 직업에 따라서 스킬도 다르고 조작법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업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드래곤즈 도그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RPG게임에서 볼 수 있는 장비구입이나 강화 같은 요소는 빠짐없이 다 포함하고 있으니 일본에서 만든 오픈월드 액션RPG의 캐릭터 키우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력적인 폰 시스템

드래곤즈 도그마는 개인적으로 기대를 하고 있던 게임이었다. 프로모션을 봤을 때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어서 탐험하고 거대한 몬스터를 잡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가 더 공개되면서 타 플레이어와의 파티플레이는 불가능하며 폰이라고 하는 NPC와 파티를 맺고 플레이한다는 소식에 큰 실망을 했다. 분명 사람끼리 파티 플레이를 하면 대박일 것이라 예상했던 게임이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 실망감은 오죽했으랴… 그렇게 실망감을 가지고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드래곤즈 도그마를 플레이했는데 폰이라는 시스템이 꽤나 매력적인 녀석이었다.

자신의 메인폰을 직접 외형을 상세하게 설정해서 만들 수 있는 부분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렇게 만든 폰을 림이라는 공간을 통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이들과 공유하면서 고용하고 선물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매력적이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수십만의 폰들이 생성되어 있는데 이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클래스와 레벨의 폰을 직접 불러와서 외형을 보고 고용할 수 있다.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폰의 경우 추가적인 포인트를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능력치가 높기 때문에 큰 활약을 펼친다. 물론 자신이 만든 폰을 다른 사람이 고용하여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다른 플레이어가 자신의 폰을 통해서 선물을 줄 수도 있으며 평가나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직접 사람과 멀티플레이를 즐기지 못하는 점이 여전히 아쉽기는 하지만 폰이 주는 매력 또한 상당해서 멀티플레이가 없는 점이 어느 정도 용서가 될 정도.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려운 진행방식

오픈월드게임의 특성은 일자진행의 JRPG게임과는 달리 이동의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탐험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강적을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래곤즈 도그마도 마찬가지인데 레벨이 낮은 상태에서 위험지대를 다니다가 갑자기 강적이 나타나서 손도 못써보고 쓰러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언제 어디서 강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긴장감이 재미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뜬금없이 갑자기 나가떨어지는 상황을 짜증요소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특히 게임초보자의 경우는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라고 자유를 준 시점에서부터 부담감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한글화가 되지 않은 게임인데 오픈월드의 자유가 주어지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공황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한 시스템들

드래곤즈 도그마는 메인퀘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부가퀘스트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퀘스트를 받은 뒤에 우선할 퀘스트로 지정을 해놓으면 퀘스트의 메인 포인트를 붉은 색으로 체크해준다. 여기까지는 퀘스트를 진행하기에 편리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맵이 넓기 때문에 지도를 여러 번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도를 위한 단축 버튼이 없다. 해서 스타트버튼-맵이라는 이중작업을 수시로 할 수밖에 없다. 미니맵을 통해서 목적지의 절대위치를 표시하고 있지만 모두 평지가 아닌 낭떠러지, 산맥, 계곡 같은 건너지 못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절대방향만 따라가면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지 않기 위해 전체지도를 자주 활용해야 하는데 맵을 불러오는 작업이 꽤 불편하게 느껴진다. 외에도 파티원에게 회복아이템을 직접 사용할 수 없는 점이나 장비에서도 불편한 부분이 눈에 띈다. 자신의 인벤토리의 아이템은 자신에게 바로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파티원에게는 건네주기를 하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장비도 마찬가지로 건네주고 장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신경 쓰는 듯한 느낌은 잘 살렸지만 게임의 편의성까지 버릴만한 이유가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드래곤즈 도그마는 오픈월드라는 장르자체가 좀 어렵기도 하고 시스템상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면 저도 모르게 계속해서 즐기게 되는 중독성을 가진 게임이다. 실제로 멀티플레이가 되지 않는다는 소식과 레터박스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지만 직접 해본 사람들은 게임성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처음에는 “온라인도 안되고… 레터박스 이거 뭐야… 아 지도 열기가 왜이리 귀찮지” 라고 불평을 해댔는데 적응을 하면서 다음 퀘스트 장소까지의 여정이 기대되고 날이 저물어서 어두워졌을 때의 긴장감에 야밤에 일부러 돌아다니기도 하는 등의 몰입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어정쩡한 부분도 분명 눈에 띄지만 첫 작품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뛰어난 완성도라는 생각이고 많은 부분을 개선한 후속작을 꼭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게임이다. 일본식(?) 오픈월드게임 드래곤즈 도그마를 한 번 즐겨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