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폭풍이 휩쓸고 간 두바이, 스펙옵스 더라인

이원태 lwtgo@hanmail.net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 쏟아져나오는 슈팅 게임 장르에서는 남들보다 화려한 전장을 표현하고 처절한 사투를 그리기 위해 외계세력을 끌어들이고 시간적인 배경이 미래인 경우가 참 많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은 화려한 무기와 거대로봇이 등장하면서 게임의 스케일 또한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볼거리는 풍부해도 무언가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주인공이 돼서 그것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해도 머리 한 구석에서는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슈팅게임시장에서 인간의 심리묘사와 반전스토리로 게이머와 동기화(?)를 이루며 주목을 받고 있는 게임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스펙옵스 더라인이다.

스펙옵스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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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폭풍이 휩쓸고 간 두바이
스펙옵스 더라인의 무대는 모래폭풍에 휩싸여 사라진 두바이를 무대로 한다. 모래폭풍에 의해 황폐해진 모습으로 사막지대를 연상시키는 두바이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와 이를 둘러싼 거대한 모래더미. 파괴된 건물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나 모래가 가득한 사막지대를 지나면서 접하는 눈 앞에 높은 빌딩은 신비함까지 느껴지면서 시선을 사로 잡는다.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처참한 두바이의 광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도 기존의 FPS, TPS 슈팅게임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래가 덮쳐오는 상황이라거나 고층빌딩 사이를 집라인을 이용해 건널 때는 아찔한 느낌까지… 하지만 그래픽퀄리티가 매우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전체적인 조화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개개인의 모델링을 놓고 보면 평이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래폭풍이 뒤덮은 두바이의 모습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삭막한 풍경은 확실히 전해주면서 척박한 환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스펙옵스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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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한 게임방식
3인칭 슈팅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펙옵스 더라인은 게임플레이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구축했다기 보다는 기존에 발매된 슈팅게임의 요소를 잘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슈팅게임으로써의 재미는 느낄 수 있지만 독특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기를 사용하는 방식이나 변경, 탄약수급, 에임 조정 등 슈팅게임을 즐겨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하여 플레이할 수 있다. 약간 독특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게임 내에 어느 정도 플레이어가 상황에 대한 선택을 내리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게임상에서 약간 진행에 변화가 생기는 정도로 그친다. 처음 상황을 맞이했을 때 어느 정도 상황에 동요되면서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살아 있긴 하지만 크게 게임의 흐름을 바꿀 정도가 아니라 아쉽다(이 점을 잘 살렸다면 스펙옵스 더라인 만의 독특한 고뇌슈팅(?)의 장르가 성립되었을지도?). 전체적으로 전투나 연출의 부분에서 기존의 슈팅게임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스펙옵스 더라인의 스토리라인은 꽤나 흥미로운 편이다.

스펙옵스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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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로 주목 받는 슈팅게임
앞에서 스펙옵스 더라인만의 특징이 없다고 했는데 스토리부분은 꽤나 흥미롭다. 게임 중간중간 상황에서의 선택들이 스토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들이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고 엔딩부분에서의 반전이나 선택에 따른 멀티엔딩도 슈팅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이다. 갑자기 불어 닥친 모래폭풍으로 인해서 고립된 두바이의 생존자들을 찾아 파견된 델타팀이 정작 두바이에 생존해 있는 사람들과 전투를 벌이고 이런 과정에서 겪게 되는 대원들의 심리상태 변화가 스토리에 잘 녹아있다. 이런 스토리라인을 통해서 게임 곳곳의 선택사항에서 고민하게 끔 만드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게임의 캐릭터와 게이머가 서로 동화되는 느낌을 주면서 게임의 몰입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스펙옵스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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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영문판
스펙옵스 더라인의 스토리는 해외웹진을 비롯해 플레이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인정하고 있을 만큼 반전도 있고 게임이 주는 명확한 메시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에 발매된 스펙옵스 더라인은 영문판으로 발매되어 게임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대로 느끼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정식발매가 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이런 점이 언어의 장벽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게임진행은 가야 할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이라 클리어는 힘들지 않지만 아무래도 스펙옵스 더라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각 상황의 선택지에서도 그냥 어리둥절할 뿐… 하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슈팅게임을 좋아한다면 네임밸류는 떨어지지만 예상외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펙옵스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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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싱글은 온라인으로 달래자
아무래도 슈팅게임의 캠페인모드는 플레이타임이 짧은 편이다. 스펙옵스 더라인도 10시간 안으로 충분히 엔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요소가 준비되어 있다. 팀으로 움직이는 게임인 만큼 캠페인 코옵을 지원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좀 아쉽다. 준비된 멀티플레이모드는 여타의 슈팅게임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데스매치인 카오스, 팀데스매치인 반란을 비롯해 소모전이나 매장, 업링크 같은 모드들이 준비되어 있다. 모드는 꽤 많이 존재하는데 아쉽게도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꽤 힘들다는 것이 에러….. 아무래도 인기게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지라… 그래도 아예 없는 정도는 아니니 커뮤니티를 통해서 사람을 모아 함께 즐겨보자.

스펙옵스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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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시하기엔 좀 아쉬운 게임
엄폐하고 쏘고 진격하는 식의 플레이는 너무나 익숙하기에 스펙옵스 더라인을 통해서 새로운 즐거움은 느낄 수 없다. 참고로 새로운 즐거움이 부족할 뿐이지 결코 스펙옵스 더라인의 연출이나 전투상황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하나의 슈팅게임으로 놓고 봤을 때 난전의 재미도 잘 살아 있고 연출 또한 훌륭한 편이다. 여기에 심오하면서도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스토리가 어우러지면서 스펙옵스 더라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느낌이랄까? 슈팅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높은 확률로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고 스토리를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영어능력이 있다면 두말 할 것도 없다. 크게 주목 받고 있진 않지만 그냥 흘려 보내기엔 좀 아까운 게임이라고나 할까?

스펙옵스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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