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한국 e스포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e스포츠 시장에 엄습했던 위기의 시간들은 지나간 듯하다.
스타크래프트로 진행된 스타리그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졌고, 이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과정을 얼마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어가느냐에 달렸다.
지난 티빙 스타리그 마지막 결승전을 보기위해 현장에 모여든 관객들은 약 1만 명이다. 입장권 문제로 아예 직접 관전을 포기한 이들도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 수준의 관심과 열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결승전에 앞서 펼쳐진 임요환과 홍진호의 마지막 임진록도 큰 화제가 됐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한동안 떨어져 있던 두 명이지만 충분한 볼거리와 재미를 줄 수 있는 경기를 펼치며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결승전 역시 프토로스의 모든 것을 보여준 허영무(삼성전자)와 테란의 자존심을 건 정명훈(SK텔레콤)이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현장의 분위기는 허영무를 응원하는 남성 팬들이 더 많았지만 결국 마지막이 돼서는 스타리그를 함께 연호했다.
한창 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였고, 행사가 열린 옆에서는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지만 스타리그의 마지막은 화려했다.
스타리그의 바통을 이어받아 e스포츠의 부흥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스타크래프트2다. 그런데 현재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중심인 GSL과 GSTL은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1년 넘게 곰TV를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구성하며 리그를 꾸려왔다. 많은 명경기도 나왔고 선수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해 갔다.
문제는 아직 부족한 흥행력이다. 얼마 전 해운대에서 펼쳐진 무슈제이 GSL 결승과 핫식스 GSTL 결승전은 과거 10만 광안리 관중 동원을 기록한 프로리그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행사였는데, 결과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운대라는 지역적 특성과 시기적으로도 7월말의 최고 성수기에 펼쳐진 점을 감안하면 보다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폭염으로 인해 피서객들은 무대의 경기보다는 바다를 찾았고, 최고 배우인 정우성 까지 현장을 찾았지만 GSL 결승은 아쉽게도 좌석을 모두 메우지 못했다.
긍정적 부분도 있다. 이번 두 개의 결승전에 앞서 진행된 핫식스 GSL 결승전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당시 결승전 당일은 지금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결승전과 함께 진행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두 개의 e스포츠 종목이다 보니 아직 고정 층이 만들어지지 않은 팬들이 분산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에는 약 1만 명의 인원이, GSL 결승전에는 5천여 명의 팬들이 몰려 양쪽 모두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낸 것이었다. 경기 내용도 팬들을 들끓게 할 만큼 박진감 넘치고 치열했다. 현장의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그 감동과 재미를 친구들에게 전하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 정도였다.
이처럼 아직 부족한 점이 보이긴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저변을 넒혀 가고 있는 중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시기적 특성을 타지는 못했지만 GSL과 GSTL은 꾸준히 발전 중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진행되던 스타리그도 종목이 전환되어 기존 KeSPA 소속 선수들도 스타2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빠르게 입지를 굳혀가고 있고, 스타크래프트2도 조만간 확장팩 군단의 심장과 함께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너무 급하게 결과물을 만들 필요는 없다. e스포츠팬들은 건재하고 이들 스스로도 변화를 준비하고 받아드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나아가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면 그 기회와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결과물로 만들어 질 것이다.
아직 시간은 필요하지만 e스포츠의 제2의 부흥기는 서서히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