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시장, '대작 사라지고 단기성 게임 늘었다'
대작 게임들이 사라지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작 게임들의 개발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은 과거부터 MMORPG를 중심으로 커왔고 발전했다. 때문에 게임사에 새로운 대표가 부임하거나 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MMORPG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반기에 대작 게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는 국내 MMORPG의 맥을 이어줄 게임임은 분명하다. 송재경 대표가 개발의 중심에 있고 400억 원 이상의 개발비, 커뮤니티에 강점을 가진 슬로우 템포의 게임으로서 대작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게임스컴에서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길드워2 역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만한 게임이다. 인터랙션하게 변화하는 세계관과 전략적이고 감각적 전투는 이미 해외 사용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최근 대작 게임이라 하면 2~3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필요로 한다. 기획도 기획이지만 시스템의 구현과 콘텐츠를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내년 이후 등장할 대작 게임들이 많지 않다. 과거 지스타에서 공개된 게임 중에도 이제 대작이라 부를만한 게임이 몇 남지 않았다.
게임사들은 단기성 게임의 서비스 비중을 높이고 있다. 중국에서 저렴한 비용의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안정된 수익의 웹게임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 또한 스포츠게임의 개발과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MMORPG는 5년 이상 안정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그 안에 업데이트와 꾸준한 고객 관리가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반면 중국 온라인게임이나 웹게임은 서비스를 준비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기본적 로컬라이징이나 시스템 안정성만 확인되어도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력적, 시간적 절감 효과가 있다.
스포츠게임은 중국게임이나 웹게임과 경우가 다르지만 게임의 틀을 잡고 시스템을 구현한 이후 MMORPG보다 콘텐츠 추가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게다가 MMORPG 보다 서버와 개발 이후 인력 구성에서도 여유가 있다. 사용자 대비 금액 지불 비율도 높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작 게임을 고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올해 지스타 사전 참가신청을 보면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는 현재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스컴과 성격이 다른 게임쇼다.
게임스컴이 신작이나 대작의 발표보다는 참가자들의 시연과 체험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지스타는 시연도 진행하지만 신작들의 소개나 이벤트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
올해 지스타 2012에 사전 참가를 확정한 곳은 과거에 비해 적다. 게다가 온라인게임 서비스회사 보다 모바일과 스마트폰게임 개발사의 비중이 높아졌다. 트렌드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온라인게임의 개발이나 대작들이 적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잦아든 M&A의 영향도 적지 않다. 유망한 개발사들이 대형 퍼블리셔나 대기업에 흡수합병 당하면서 대작 게임들의 등장이 적어진 것이다.
국내의 한 게임 전문가는 “올해 초 디아블로3와 블레이드앤소울이라는 큰 폭풍을 휘몰아친 영향도 없진 않지만 하반기와 내년 이후 대작이라 부를 게임들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도 대작 온라인게임의 개발은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지스타를 기점으로 하반기 게임사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