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 울리고 웃기는 요소, 게임 내 밸런스

디아블로3의 1.0.4 패치 내용이 속속들이 공개됨에 따라 게이머들 사이에서 파문이 일어나고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측이 1.0.4 패치를 통해 디아블로3의 시스템 조정 뿐만 아니라 각 직업의 스킬과 속성을 조정해 게임 내 밸런스를 다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기에, 1.0.4 패치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내용을 보고 게이머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부두술사를 이용하는 이들의 경우는 ‘부두술사를 버릴 때가 왔다’는 격한 이야기까지 할 정도이다.

디아블로3의 이야기를 했지만, 게임 밸런스를 두고 게이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여타 게임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퍼즐게임이나 보드 게임처럼 캐릭터가 부각되지 않는 게임을 제외하면 MMORPG나 FPS 등 대부분의 게임에서 캐릭터 혹은 아이템의 성능 밸런스를 두고 논의 혹은 설전이 펼쳐지고는 한다.

게이머들이 이렇게 게임 밸런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다 공정한 상황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비슷한 실력을 지닌 게이머가 캐릭터 성능의 차이 때문에 승패가 나뉘는 경우를 게이머들은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인기 캐릭터와 비인기 캐릭터가 나뉘게 된다. 물론 어디에서나 인기 있는 존재와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 한 존재가 나뉘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게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유독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든1
서든1

실제로 서든어택의 경우는 다양한 총기가 등장함에도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다수의 게이머들이 AK47 혹은 M4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며,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도 흔히들 말하는 OP(Over Powered) 챔피언과 ‘고인’ 챔피언으로 평가가 나뉘어진다. 실제로 게임에는 100 종류가 넘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게이머들이 주로 선택하는 챔피언의 종류는 그 절반인 50종도 되지 않는 편으로 나머지 50종의 챔피언은 주력에서 멀어져 있는 상황이다.

더욱 강한 캐릭터나 팀을 선택해 상대방을 보다 쉽게 이기고 싶어하는 것은 게이머들이라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심리. 상황이 이렇기에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들은 자신들의 게임 속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게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수치를 상향시키면 이는 다른 수치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게임 플레이 양상 자체가 달라지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게임의 느낌을 바꿔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 밸런스에 손을 잘 못 댔다가 게이머들의 질타를 받고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최근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챔피언 ‘우르곳’의 성능을 대폭 하향시켰다가 게이머들의 질타를 받고 공개적으로 ‘우리가 생각을 잘 못 했다. 다시 우르곳의 성능을 상향시킬 예정이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이 이렇게 쉬운 작업이 아님에도 게임 업체가 게임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자신들의 게임의 수명을 더욱 연장시키고 더욱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기도록 하기 위함이다.

모두가 같은 캐릭터를 선택하고 같은 플레이를 하게 될 경우,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은 퇴색되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쉽게 질리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며, 이는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게임 밸런스는 게임의 수명과 직결된 문제인 셈이다.

캐일
캐일

온라인게임의 경우는 게임 내 캐릭터의 성능 밸런스 이외에 또 하나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게임의 수익 창출을 위해 도입한 캐시 아이템(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의 성능 조정이 그것이다.

현금을 주고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이들은 현금을 들인 만큼의 효과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게임 업체들은 이러한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익을 얻기 위해 현금 아이템의 성능을 일반 아이템보다 높게 설정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현금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렵게 게임을 진행할 수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게임 속에서만큼은 공평하게 경쟁하고 싶은데, 내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벽을 업체에서 세워두는 셈이다.

실제로 게임 밸런스가 무너져 실패한 게임만큼이나 과도한 캐시 아이템의 투입으로 실패하거나 이전만큼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 하는 게임들의 사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게임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마다 밸런스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토피아’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운 것이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게임일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쉽지 않다는 말보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라며, “때문에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게임보다는 모든 사람이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른 캐릭터보다 약하더라도 특출난 개성을 지닌 캐릭터로 남들과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면, 게이머들도 이러한 게임과 캐릭터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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