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온라인3 공개, 축구게임 시장에 지각변동 불러올까

리그를 압도하던 선두주자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위력을 잃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수의 후발주자가 나서는 모습은 스포츠를 보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90년대 중반에 NBA의 시카고불스 왕조가 마이클조던의 두 번째 은퇴를 기점으로 쇠퇴한 후,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몇몇 강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모습이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0년대 초반 현대 왕조가 무너진 이후, 최강의 자리를 두고 다수의 팀이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모습처럼 말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다.

똑같이 스포츠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최근 국내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원톱’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수의 경쟁자가 뛰어드는 스포츠계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야구를 소재로 하는 게임들의 경우는 마구마구, 슬러거, 프로야구매니저 등의 작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축구 온라인게임의 경우는 사실상 피파온라인2가 독주하는 양상이 지난 수 년간 펼쳐졌다.

MMORPG와 FPS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스포츠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인기순위 10위권 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피파온라인2는 사실상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양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피파온라인2가 좋지 않은 정황을 맞이하고 있는 사이 그 자리를 넘보는 다수의 작품들이 연이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게임의 위닝일레븐 온라인, 애니파크의 차구차구와 금일 간담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넥슨의 피파온라인3 등의 게임들이 모두 피파온라인2의 왕좌를 노리고 있는 작품들이다.

물론 경쟁작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이 월등하다면야 경쟁자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피파온라인2가 처한 정황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과, 후발주자들의 실력 또한 보통이 넘는다는 것은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을 짐작케 한다.

피파온라인3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피파온라인2와 피파온라인3의 관계에 집중됐다. 개발사는 똑같지만 피파온라인2는 네오위즈게임즈, 피파온라인3는 넥슨으로 퍼블리셔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리즈 작품의 전작과 후작이 각각 다른 업체를 통해 서비스된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시장 내에서 동시에 서비스 된다는 점은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의 판도에 다양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피파온라인에서 피파온라인2로 서비스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둘 다 네오위즈게임즈를 통해 서비스 되는 작품이었기에 1편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게이머 DB를 피파온라인2로 이관하면 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DB 이전으로 인한 기술적인 문제는 있을지언정 퍼블리셔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힌 ‘행정적인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파온라인3와 피파온라인2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자칫 작년의 ‘서든어택 사태’에서 넷마블과 넥슨이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여지도 존재한다. 물론 넥슨이 피파온라인2의 DB를 원치 않는 경우라면 두 업체가 대립할 가능성은 대폭 낮아지겠지만, 이 경우에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게이머들이 자신의 플레이 데이터가 기록되어 있는 피파온라인2를 선택할 것인지, 새로운 엔진과 콘텐츠로 무장한 신작 축구 온라인게임을 선택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경우는 피파온라인3, 위닝일레븐 온라인, 차구차구 등 신규 세력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차구
차구

게이머들이 자신이 즐기던 게임을 포기하지 못 하는 이유는 다른 게임들이 자신이 즐기는 게임만큼의 재미를 전달하지 못 하기 때문도 있지만, 지금까지 공들여 즐긴 게임 플레이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신경쓰지 않고 새로운 재미를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게 되면 DB는 게이머들의 이탈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을 상당수 잃게 된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는 ‘신규 게이머’ 유치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기존에 살던 집을 버리고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선 이들을 자신들의 품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게임의 콘텐츠냐, 운영이냐 아니면 기발함이냐의 차이만 남았을 뿐이다.

피파온라인3의 등장은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다. 단순히 신작이 등장했기에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발생한 바람이 아니다. 말 그대로 피파온라인3의 등장으로 인해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의 국면이 전환될 수도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과연 네오위즈게임즈는 어떻게 왕좌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그리고 후발주자들은 어떻게 ‘No.1 축구 온라인게임’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피파온라인2를 공략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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