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만 도는 정부-게임산업의 의견 조율
정부와 게임산업 사이에 벌어진 틈새가 좀처럼 메워지기 힘든 모습이다. 매년 등장하는 정책들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헛바퀴를 돌고 있다.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정부와 관계부처는 대화는커녕 의견 조율조차 원활하지 못하다.
1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내용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의 김동현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박순태 실장, 이수명 과장,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 게임물등급위원회 전창준 부장, 스포츠조선의 남정석 기자 등이 참여해 토론을 진행했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는 아케이드게임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만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 발전적이거나 건설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등급심사의 민간 이양에 대한 논의는 원론적인 심사 문제의 당위성과 현실적인 문제를 앞세운 한계에 대한 이야기로 되돌아갔고, 관계 부처는 변명과 함께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지난해의 토론회와 달라질 것이 없는 모습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민간 이양 문제는 아케이드게임 산업에 한정된 부분이 아니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아케이드게임 부분이다 보니 이날 주제와 안건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흐를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 민간심의 기관에 단독으로 신청했지만 자격조건의 문제가 불거진 ‘게임문화재단’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조차 되지 못했다.
다만 문광부 박순태 실장이 “10월말에 등급심사와 민간이양에 관련된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 새로운 내용일 뿐이었다. 현재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민간으로 이양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못했다.
또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전창준 부장은 ‘등급심의’와 ‘사행성’이란 분류를 해야 하는 현재 게임물등급 심사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결국 몇 년간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다시 언급한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러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견이나 입장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발전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나가지 못하고 원론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만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의견을 하나로 모아도 시간이 부족할 시기인데, 토론회란 자리를 마련했지만 결국 매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감정의 소모만 있을뿐 앞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토론회로 인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 부분도 있지만 매번 토론회를 통해 나아지는 점이 없다는 것은 업계와 정부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날 자리를 통해 전병헌 의원은 “게임물등급위원회가 하루 빨리 민간 자율화가 되야 한다.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에 위배되며, 창작 산업적 측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게임물등급위원회는 4차례에 걸쳐 민간 이양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고, 촉박한 시간을 악용해 매년 연말 기간을 연장해왔다. 분기별 성과보고를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또한 “게임산업발전과 국민의 건전한 여가문화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입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 수렴을 반영해 합리적인 입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 했다.
2012년도 이제 4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연말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대부분의 정책들은 보류되거나 내년으로 넘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진다. 민간 자율심의라는 큰 틀이 정해진 만큼 정부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고 업계와의 대화를 통해 시행안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