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죽이기 위한 신의 한 수? 이 정도면 ‘신의 한 삽’
이 정도면 연례행사라 해도 될 듯하다. 게임을 향한 언론과 각종 기관들의 억지스러운 주장이 해마다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게임의 유해성을 알리고 게임 활성화를 억제하려는 의도를 띄고 있는 이들의 행동은 그 억지성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들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자승자박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이들의 행동에서 매번 기대하지 않았던 큰 웃음을, 하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재미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떠한 일들이 사람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남겼는지, 게임을 향한 각계각층의 깊숙한 ‘삽질의 역사’를 한 번 되짚어보자.
<애니팡이 동물학대면 컴온베이비는 아동학대?>
최근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게임 중 하나로 스마트폰용 퍼즐게임 ‘애니팡’을 꼽을 수 있다. 같은 동물 모양 세 개를
가로세로로 나란히 맞춰 터트리는 게임으로 카카오톡의 인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넓은 계층에서 고른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일반적인 퍼즐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 게임이 뜬금없이 동물학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9월 23일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왜 하필 애니팡이죠?’, ‘당신의 탭한번으로 저는 사라집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피켓을 접한 게이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니팡에 등장하는 동물 모양의 아이콘이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동물학대와 연결되느냐는 반응이 주된 반응이었다.
이에 ‘동물사랑실천협회’는 “게임기업들이 동물사랑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개발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피켓을 만든 취지는 보지 않고 애니팡을 동물학대 게임으로 몰아세운 것으로 비춰진 것은 유감이다”라고 대응했지만 거세게 일어난 대중의 비판을 잠재우지는 못 했다. 피켓에 적힌 문구 어디에도 ‘동물을 보호하는 게임을 만들어달라’는 의도가 나타나 있지 않은 탓이었다.
‘애니팡 동물학대’ 논란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한 동안 뜨거운 화제가 됐다. 게이머들은 “조류협회는 뭐하나? 앵그리버드 비판 안 하고”, “FPS 게임은 인권보호협회에서 나서야 한다”, “귀여운 아기들이 서로 싸움을 벌이다니. 컴온베이비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게임이네…”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무리수를 비판하기도 했다.
<게임을 하면 짐승의 뇌가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발언으로는 '게임을 하면 짐승의 뇌가 된다'는 주장을 꼽을 수 있다. 현 정부의 게임죽이기를
대변하기도 하는 이 발언은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가 2002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게임뇌의 공포'를 통해 처음으로 주장한 이론이다.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단어인 이 ‘짐승의 뇌’. 하지만 이 단어가 사실 이렇다 할 인정을 받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게임뇌의 공포’가 출간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 이론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인정 받지 못 하고 있는 이론이다. 애초에 정식 논문으로 학계에 보고된 ‘주장’이 아니라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저자 개인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게다가 모리 아키오 교수 스스로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증명을 해내지 못 했으며, 자신이 주장하는 바의 근거로 삼는 실험 역시 너무나 적은 수의 표본집단을 상대로 진행됐다는 점도 ‘짐승의 뇌’라는 단어가 학계의 신뢰를 얻지 못 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모두 같은 목소리로 현 정부의 행태를 비판한다. 게임업계 전체의 목소리는 ‘편향된 주장이다’라며 일축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목소리를 낸 특정 한 개인의 목소리를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면서 말이다.
<대중들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엉터리 보도를 해봤더니...>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려보았습니다”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모 방송사의 뉴스에서 선보인 실험에서 언급된 대사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폭력적이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시도된 이 뉴스는 게임의 폭력성을 파악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다. 인터넷을 통해 수 많은 패러디 영상, 사진이 나온 것은 물론이거니와 개그맨들도 이 소재를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난 2011년 2월 13일, 모 방송사는 자사의 메인 뉴스를 통해 '잔인한 게임 난폭해진 아이들... 실제 폭력 부른다'라는 제목으로, 게임 중이던 PC방의 전원을 갑자기 차단한 뒤 격한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터넷 게임의 폭력성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노출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이를 게임 탓으로 돌린 해당 보도에 많은 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결국 이 보도를 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통해 PC방 전원 차단 실험으로 논란이 됐던 해당 보도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게임 중 PC방 전원을 차단하자 학생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렸다'고 말해 비객관적이고 작위적인 실험 결과를 게임의 폭력성과 직접 연관지어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