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선수에 대한 비판, 절대로 약이 되지 않는다
지난 10월 14일 미국 LA에서 성황리에 종료된 리그오브레전드 시즌2 월드 챔피언쉽, 일명 ‘롤드컵’은 근래 게이머들 사이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였다.
대만의 TPA(Taipei Assassins)와 한국의 아주부 프로스트의 대결로 펼쳐진 이날의 결승전은 TV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로 중계됐다. 라이엇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결승전을 관람한 유니크 뷰어는 828만 2천 명. 특히 결승전의 경우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자가 115만 4천 명에 달했다고 하니 이 게임을 향한 게이머들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이 모인 결승전에서 아쉽게 한국의 아주부 프로스트는 TPA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대형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는 아주부 프로스트가 아닌 TPA에게 몰렸으며, 아주부 프로스트의 선수 5인은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다소 쓸쓸하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이들은 절치부심해 다음 대회 우승을 기약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끝났으면 마치 슬램덩크의 엔딩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쉽지만 훈훈한 마무리기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롤드컵이 끝난 이후, 아주부 프로스트는 예상치 못 한, 어쩌면 예상대로의 수순을 밟게
됐다.
결과에 대한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롤드컵 결승전 결과에 대한 비판은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부 프로스트 전체가 아닌 특정 팀원을 향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롤드컵 결승을 지켜본 일부 게이머들은 아주부 프로스트 패배의 원인으로 특정한 인물을 지목해 매몰차게 비판을 가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론은 ‘네가 제일 못 해서 졌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들의 비판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해당 게이머는 대회 내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롤드컵 결승전에서는 무모한 플레이로 TPA에게 ‘짤려먹히며’ 상대의 기세가 오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실수를 한 선수가 비판을 받는 것은 e스포츠는 물론 스포츠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실제 축구나 야구, 농구 같은 팀 단위 구기종목의 팬들 중에는 경기가 끝난 후 ‘패배의 원흉’을 찾는데 집중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선수를 향한 비판이 ‘스포츠’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경쟁 종목에서 횡행하고, 누군가를 향한 비판의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번에 보였던 특정 선수에 대한 비판은 정도가 지나친 바가 있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아주부 프로스트는 이번 결승에서 TPA에 완패했다. 이는 선수들도 인정하는 부분으로 상대에 대한 전력 파악이 부족했으며, 경기 운용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현장의 압도적인 TPA를 향한 응원도 전체적으로 나이가 어린 편인 아주부 프로스트의 선수 5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승전에서 아주부 프로스트의 팀 구성원들 모두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고 허둥댔다. 냉정한 플레이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기계인간’이라는 평까지 받고 있는 ‘매드라이프’ 홍원기마저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실수를 했으며, 국내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손꼽히는 ‘래피드스타’ 정민성은 상대 미드라이너 ‘토이즈’에게 밀리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다.
남들도 다 실수했는데 왜 한 명한테만 이러느냐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이번 아주부 프로스트의 패배에 대한 책임은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비판은 아주부 프로스트의 구성원 중 한 명, ‘건웅’ 장건웅에게 쏠리고 있다. 이쯤되면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이다.
선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선수의 성장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웅’을 향한 비판 중에는 비판이 아닌 비난이 섞여 있다. 선수의
플레이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닌 선수의 존재가치를 비난하거나 다분히 모욕적인 인신공격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런 비판이 과연 ‘건웅’ 개인에게 도움이 될까? 팀 단위로 돌아가는 리그오브레전드의 특성 상 팀워크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보다 팀 성적을 위해 훨씬 중요하게 작용되는 요소이다. 이런 비판이 과연 아주부 프로스트의 팀워크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팀워크를 깨는 요소가 되면 됐지 팀워크를 올려주는 요소는 되지 못 할 것이다.
결국‘난 아주부 프로스트가 잘 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식의 비난과 힐난은 멈추는 것이 좋다. 이런 류의 비난은 절대 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건웅’ 잘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건웅’이 억울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건웅’은 자신이 받아야 할 비판보다 더욱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메시가 자살골을 넣으면 자살골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을 해야지 ‘이 키 작은 루저 자식’과 같은 경기와는 상관 없는 비난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의 사람들은 학창시절을 겪는다. 그리고 누구나 선생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학교 내 체벌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면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애정이 섞인 체벌과 교사 개인의 감정적인 판단,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체벌은 명백히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이다.
e스포츠 판에서 특정 선수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면 생각해보자. 과연 자신의 비판이 애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감정적인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애정 섞인 체벌이 엇나갈 수 있는 학생을 바로 잡을 수 있듯이, 애정 섞인 정당한 비판만이 선수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