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 상품화, 국내 시장에서는 요원한 일인가?

지난 10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 현장에서 꽤나 흥미로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에 마련된 캐릭터 상품 판매부스 주변이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캐릭터 상품이 얼마나 위험하길래 부스 주변이 위험지역으로 지정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이와는 조금 달랐다.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워낙에 많은 인원이 몰려들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대회 운영 측면에서 판단하고 안전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2층에 위치한 부스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대기열이 2층에서 1층까지 이어질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었으니 현장에서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활용한 후디, 티셔츠, 아이폰 케이스 등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으며, 일부 물건은 일찌감치 매진이 되기도 했다.

해당 상품들은 결승전 현장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상품들의 사진을 본 게이머들은 상품을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으며, 국내 게이머들 중 다수는 해당 상품이 현장에서만 판매됐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공식적으로 라이엇게임즈 측에서 캐릭터상품 판매를 시작하기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부스 앞으로 이끌고, 상품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도록 만든 것일까? 이유는 자명하다.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단순한 기념품 차원을 넘어 실생활에서 이용해도 좋을 수준의 상품들이 현장에서 판매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에 열의를 보이는 게이머들은 있어도, 이를 상품화 해서 판매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랜파티 혹은 지스타 현장에서 이벤트를 통해 제공되는 상품들의 대부분은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쿠폰이나 게임머니, 포스터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외에 언뜻 떠오르는 물건들이라고 해봐야 풍선, 우산 정도로 전형적인 캐릭터 상품의 이미지와는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물건들이 대다수다.

종종 게임 티셔츠가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옷의 중앙에 게임 로고, 혹은 이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티셔츠를 평소에도 입고 다니고 싶은 사람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스포츠 용품업계에도 디자인이 촌스럽거나 유니폼 한 가운데에 스폰서 로고가 크게 들어간 제품의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실제로 디자인이 좋지 못한 유니폼을 소유한 팀은 팬들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한다. 이를 감안하면, 캐릭터 상품으로 게임 홍보를 해야하는 업체들이 자신들에게 최악의 효과를 가져오는 디자인의 티셔츠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동반 성장하는 것이 캐릭터 머천다이징 사업이다. 각종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성공을 거두면 작품은 물론 작품에 등장했던 캐릭터 자체를 이용한 마케팅이 성행하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문제는 이 당연한 이야기가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 상품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단순히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넘어서 게임 자체의 홍보수단이 되기도 하며, 게이머들에게는 업체에게서 서비스 받는다는 느낌도 전달할 수 있다. 캐릭터 상품이 업체에게도 무형적인 부가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체 측에서는 ‘출시 해봐야 팔리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팔리지 않을 물건만 출시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배포되는 다양한 이벤트 상품 중, 일반인들도 갖고 싶다는 욕심을 들게 만드는 물건은 거의 없다. “캐릭터 상품은 어차피 이벤트 배포용’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게임 캐릭터 상품의 품질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80년대, 90년대만 해도 관광업계에서는 언제까지 관광지에서 효자손, 곰방대만 팔 것이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확히는 효자손, 곰방대라는 품목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 품목의 완성도가 너무나 떨어진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캐릭터 상품의 수준은 조악하게 만들어진 효자손, 곰방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캐릭터 상품을 넘어 패션 소품으로의 가치, 생활용품으로의 완성도를 지닌 상품을 만나보는 것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요원한 일일까?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게이머들에 대한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도 머천다이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게이머들의 장사진을 국내 게임쇼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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