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게임 대폭발 원년, 자유경쟁에서 카카오톡까지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2012가 지난 11일 19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대히 막을 내렸다. 지난해 29만명의 관중수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나, 기존처럼 중복 체크를 인정할 경우 29만명의 관중수를 기록해 지난해 못지 않은 흥행을 기록했다.

이번 지스타2012의 가장 큰 특징은 변방이었던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대폭발이다. 올해도 블레스, 이카루스, 피파온라인3, 마비노기2:아레나 등 대작 게임들이 행사를 주도하긴 했으나, 행사장을 가득 채운 스마트폰 게임들의 기세를 억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컴투스, 게임빌, 위메이드, SK플래닛, 선데이토즈 등 스마트폰 게임으로 단독 부스를 설치한 곳들은 놀랄만한 게임성으로 대작 게임 못지 않은 집객 능력을 과시했다. 올해가 스마트폰 게임 대폭발의 원년이고 내년부터는 더욱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완벽히 입증하는 자리였다.

< 오픈마켓 개방으로 인한 자유경쟁>

스마트폰 게임의 대폭발은 이미 작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작년이 생존을 위한 변신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그동안 압박과 설움을 받으면서 쌓은 내공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해였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초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철저한 자유 경쟁 체제였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을 지배해왔던 이통사가 하드웨어 플랫폼의 변화로 권력을 잃었고, 또 다른 지배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애플과 구글이 철저한 방관자적 위치를 고수하면서 철저히 게임성과 입소문에 의지하는 자유경쟁 체제가 유지됐다. 제이씨의 룰더스카이, NHN의 에브리팜 등 SNG의 성공과 다수의 게임을 앞세운 컴투스, 게임빌의 약진은 외부요인보다는 철저히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이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구글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순위를 올리기 위한 각종 변칙방법이 동원됐으며, 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바로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시작이다.

< 소셜 플랫폼의 위력을 입증한 카카오>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시작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뤄냈다. 시작 전에는 의혹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친구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은 생태계를 아예 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특히,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은 카카오톡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트와 랭킹으로 대표되는 카카오톡 친구 마케팅은 평범한 3-매치 게임 중 하나일 수도 있었던 애니팡을 단숨에 국민 게임으로 등극시켰다. 2000만 회원, 일일 이용자 1000만, 일 매출 3억원 이상이라는 엄청난 수치는 카카오톡이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니팡의 성공은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아이러브커피, 캔디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히트작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특히 드래곤플라이트는 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개발사에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매출 12억원 이상을 기록하면서 애니팡을 능가하는 국민게임의 위치에 올라섰으며, 카카오톡은 이들 게임의 성공 덕분에 창사 이래 최초로 흑자전환을 했다.

<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왜 특별했나>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6000만 회원의 힘을 동원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예전에 온라인 게임들이 자유경쟁을 끝내고 포털 경쟁 체재로 변화했던 것처럼 스마트폰 게임도 소셜 플랫폼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게임에 관련된 스마트폰 소셜 플랫폼이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컴투스는 컴투스허브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3000만 회원을 모집했으며, 대표적인 경쟁사인 게임빌도 라이브에 이어 서클이라는 소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네오위즈인터넷의 피망플러스, NHN의 스마트 한게임 등의 소셜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출발점이 달랐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친구들이 같은 게임을 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들은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친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은 같은 결론을 향해 달리는 것이지만 카카오톡의 그것이 더 즉각적이고, 더 효과적이었다. 이들의 연계 마케팅은 모르는 사람이 보내는 스팸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카카오톡의 연계 마케팅은 친구가 전달해주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카카오톡은 게임 전용 플랫폼이 아닌 메신저가 기본인 만큼 일상생활에서 항상 사용하고 있는 앱이라는 점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애니팡
애니팡

< 카카오톡을 바라보는 게임사들의 자세>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지배하게 됐고, 게임사들은 이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선택은 합류 아니면 경쟁이다.

일단,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합류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영원을 팔아서라도 카카오톡에 들어가고 싶다는 어느 개발사 사장의 말은 우스개 소리가 아닌 중소 개발사 전체의 희망이자 절규다. 카카오톡은 대외적으로 중소 개발사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있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지만, 중소 개발사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와 닫지 않고 있는 말이다.

대기업들 마저도 카카오톡에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고, 카카오톡 입장에서도 무작정 게임수를 늘릴 수도 없는 만큼, 중소 개발사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점점 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당분간은 회사의 방향성은 논외로 하고 카카오톡 담당자들의 눈에 띌 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체 소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도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는 모양새다. 컴투스, 게임빌은 일찌감치 카카오톡에 발을 담궜으며, 최고의 경쟁자로 꼽히는 라인과 네이버 앱스토어를 보유하고 있는 NHN 역시도 카카오톡의 연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카카오톡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카카오톡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체 플랫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카카오톡은 아직까지 철저히 국내 한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NHN 라인과 다음 마이피플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소셜 플랫폼인 만큼 얼마만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가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특히 라인은 이미 퍼즐게임 버즐로 1000만 회원을 달성한 바 있으며, 일본 시장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해외 진출을 원하는 게임사들이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빌의 김영식 과장은 “개발사들이 많은 게임을 출시하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도 많은 게임을 찾고 계신다. 메신저 기반의 소셜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개발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유통망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 소셜 플랫폼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각 게임에 따라 시너지가 나는 파트너를 선택하면 되는 일이다. 유통망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떤 게임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좋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컴투스의 강희원 팀장도 “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기반 소셜 플랫폼들이 과거 닌텐도가 그랬듯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게임을 접하게 만드는 시장 확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메신저 기반 소셜 플랫폼들은 해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글로벌 시장을 노린 컴투스허브를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어떤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자체 경쟁력, 즉 고퀄리티의 게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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