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그녀들이 아름답다. 데드오어얼라이브5
테크모의 개발팀인 팀닌자의 수장이었던 이타가키 토모노부가 퇴사를 한 뒤, 뒤이어 하야시 요스케가 수장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그가 수장이 된 후 발매한 닌자가이덴3은 기존의 닌가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버렸다는 혹평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하야시 요스케는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하야시X이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이러니 팀닌자의 두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나머지 하나 데드오어얼라이브5(이하 DOA5)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우려 속에 국내 정식 발매된 DOA5. 과연 이타가키 토모노부를 잃은 팀닌자의 DOA5는 어떨지 살펴보도록 하자.
여성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달라졌다!
DOA시리즈의 캐릭터에 대해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심하게 출렁거리는 단백질 인형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사람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인형의 모습에
가까웠고 중력을 무시하면서 심하게 흔들리는 가슴과 노출도 높은 옷은 DOA시리즈의 전통이자 상징이었다. 이번 DOA5에서는 기존 캐릭터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좀 더 현실적인 감각으로 리모델링이 됐다. 여기서 현실적인 감각이란 완전히 사람처럼 변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DOA시리즈 보다는 어느 정도 사람같이 느껴진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변형된 모델링에 대해서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기존의 모델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서글픈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시리즈를 대표하는 여성캐릭터인 카스미만 놓고 봐도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의상만 빼면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확연히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성캐릭터의 이미지변신뿐 아니라 이번 DOA5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캐릭터가 땀을 흘리고 전투를 하면서 옷이 더러워지거나 물에 젖는 등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전투의 사실성을 살려주는 목적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물에 젖어서 속살이 살짝 비치고, 흐르는 땀이 뺨이나 목,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성적 매력을 더해준다. DOA란 게임은 대전격투로써의 게임완성도도 완성도이지만 초창기부터 섹스어필한 점이 세일즈 포인트 중의 하나였던 것을 부인할 수가 없는데, DOA5에서 이런 점을 한층 더 부각시킨 느낌이다. 물론 순수한 영혼으로 바라보면 뒹구는데 흙이 묻는 것은 당연하고 물에 젖으면 옷이 쫙 달라 붙으며 비치는 것도 당연히 현실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겠지만 어디 그것이 끝이었겠는가?(-0-;) 어찌됐건 캐릭터를 보는 맛은 가히 시리즈 최고라 할 수 있겠다.
상대적으로 배경이 좀 아쉽다.
캐릭터가 새롭게 모델링 된 것을 비롯해 다양한 효과를 더해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반면 배경에서는 좀 아쉬움이 느껴진다. DOA는
캐릭터 모델링 방향성으로 인해서 대놓고 노린 게임이라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다양한 배경은 물론 배경이 전투에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시각적인 부분에서 다른 여타 대전격투게임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인정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번 DOA5는 이전에 비해서 배경에서
단조로움이 느껴진다. 여전히 화려한 카메라워크는 매력적이고 데인저 존으로 인해서 배경과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연계를 느끼긴 하지만 임팩트 있는
스테이지가 없는 느낌이다. DOA3에서 해변가 같은 경우 주변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5에서는 그런 느낌을 가진 스테이지가 부족하다.
캐릭터 쪽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다른 부분에 사용할 에너지를 남겨두지 않아서 그냥 대충대충 마무리 한 느낌이랄까? 여러 가지 연출이
있어서 처음 봤을 때는 감탄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반복적인 이벤트기 때문에 나중에는 배경전체의 밋밋함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쉽다.
스토리모드를 꼭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대전격투는 대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콘솔용으로 발매됐을 때는 혼자서도 즐길거리를 만들어주는데 그런 요소들 중 하나가 스토리모드다.
철권은 각 캐릭터마다 엔딩을 보기 위해 플레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딩 퀄리티에 힘을 썼고, 블레이 블루 같은 게임은 분기까지 존재하는
방대한 스토리모드를 준비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DOA5도 스토리를 비롯해 시스템 튜토리얼을 겸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스토리모드를
마련했다. 그런데 앞에 언급한 두 게임이 재미가 있는 스토리모드였다면 DOA5의 스토리모드는 이게 뭐지? 라는 의문만 가득하게 만드는
만족스럽지 못한 스토리모드다. 먼저 억지로 모든 캐릭터를 엮으려고 하는 바람에 너무 뜬금포식 전개가 많아서 닌자 주인공들의 메인 스토리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게임상에서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이벤트장면이 너무나 성의 없이 만들어졌다. 멀뚱하고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캐릭터와 어색한 입모양, 정말로 90년대를 보는 것 같은 배경과 그래픽 퀄리티까지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다. 또 스토리모드의
전투에서 제시하는 튜토리얼 챌린지는 제대로 전투를 즐기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느낌이라서 더욱 아쉽다.
대전에서의 심리전만큼은 최강급
지금까지 DOA5에 대한 좋지 않은 소리만 했는데 이제 드디어 DOA5에 대한 좋은 소리를 할 타이밍이다. 지금까지 많은 시리즈가 나온
대전격투게임인 만큼 대전게임으로써의 완성도는 충분하다. DOA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홀드시스템에서 오는 심리전은 여전히 긴장감이 넘치고
크리티컬 스턴(비틀거리는 상태로 홀드만 가능), 크리티컬 버스트(행동불능 상태), 파워블로우 등이 더해지면서 콤보의 재미와 일발역전의
묘미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홀드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DOA의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쉽게 반격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대의 상중하단의 공격에 맞춰서 그에 맞는 상중하단 홀드를 하면 상대의 공격을 받아 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리즈 초반에는 홀드가 너무나 강력했는데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어느 정도 약화되고 홀드의 특성도 세분화 되면서 만족스러운 형태로 발전했다. 홀드를 둘러싼 공방을 살펴보면 타격-잡기- 홀드(방어)가 기본이 되며 타격은 잡기에 강하고 잡기는 홀드에 강하고 홀드는 타격에 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기본 골격에서 상중하단으로 다시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이에 맞춰 상대의 상단공격을 예측하면 앉아서 반격하거나 서서 상단홀드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고 반대로 상대방은 이를 예측하여 공격을 내지 않고 앉은 상대를 중단기로 공격하거나 홀드모션이 나온 상대를 잡기로 제압하는 형태다. 연속기를 가드 하는 도중에 틈이 나면 홀드를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원투공격에서 중-하단으로 이어지는 컴비네이션일 경우 원투는 순식간에 지나가서 대처를 할 수 없다고 해도 마지막 공격은 어느 정도 딜레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심리전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나 서로의 심리를 잘 알거나 습성을 파악한 상태라면 피말리는 심리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력이 상승하면 위험부담은 더 크지만 좀 더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익스퍼트 홀드도 활용하게 되고 상대의 공격패턴을 알면 알수록 신나는 공방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포토모드로 그(녀)들을 감상한다
DOA5에서는 버서스모드에서 대전을 리플레이로 남길 수 있고 저장된 리플레이를 재생하면서 원하는 장면에서 자유롭게 앵글을 바꾸면서 원하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모드를 제공한다. 이는 DOA 시리즈의 팬이라면 흥분할 만한 사항… 에로틱한 그녀들의 모습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녀가 아닌 그 일수도 있다.) 게임상에서(특히 여성캐릭터) 다양한 코스튬을 제공하고 있으니 다양한 환경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보자.
버추어 파이터의 사라, 아키라, 파이도 참전
DOA5에는 세가의 격투게임인 버추어 파이터의 주인공인 아키라를 비롯해 사라와 파이가 콜라보캐릭터로 대전에 참가한다. DOA5의 팬들이라도
매력적인 세 명의 버추어파이터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반대로 버추어파이터의 팬들은 이를 계기로 DOA란 게임을 해볼 만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할만한 대전격투게임
현재 팀닌자의 수장인 하야시가 닌자가이덴3에 먹칠은 했지만 DOA5는 그에 비해서는 상당히 양호한 상태로 발매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퇴보한
온라인모드나 어색한 스토리모드가 걸리긴 하지만 파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모델링 변화가 꽤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대전게임으로써의 재미도
잘 살아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vs1 뿐 아니라 태그매치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콤보를 만드는 재미도 있으며, 팬들을
위한 포토모드 뿐 아니라 버추어파이터와의 콜라보로 DOA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를 즐겨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사라는 DOA의
여성캐릭터보다 더 예쁜 것 같기도 하고) 한글화가 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대전을 즐기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으니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 대전격투게임을 즐겨보고 싶다면 DOA5가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