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상용화 앞둔 아키에이지, 호불호 뚜렷하게 나뉜다. 이유는?
한국 MMORPG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대표가 개발한 아키에이지가 오는 1월 16일부터 정식 상용화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400억원의 개발비와 약 6년여의 개발기간, 투입된 전문 인력만도 약 200여명에 달한다. 인력과 규모만 놓고 봐도 대작게임으로서 손색이 없다. 거기에 유명 판타지작가 전민희 씨가 스토리라인을 짰고, 사운드작업에 윤상 씨가 참여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인원들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상용화를 앞두고 게임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대작 게임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하다는 평이 있는가하면, 최근에 접해본 게임들 중 즐길 거리가 많고 콘텐츠의 방향성이 참신하다는 평도 존재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키에이지가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바로 게임의 호흡이다. 다른 게임들의 많은 콘텐츠들이 게임 초반에 집중되어 있다면 아키에이지는
게임의 중후반에 맞춰져 있다. 일반적 게임들이 초반에 인기를 모으며 사용자들을 모았다가 이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게임의 콘텐츠의 완성도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게임의 중후반 설계와 커뮤니티 부분이 약하면 사용자들은 게임을 오래 즐기지 못하고 이탈하게
된다.
하지만 아키에이지는 게임의 개발 초기부터 커뮤니티와 엔드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우선시 했다. 사용자들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두고,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늘려갔다. 길드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란 간단한 커뮤니티를 자유롭게 꾸릴 수 있으며, 길드나 원정대에도 손쉽게 참가할 수 있다.
중요 시나리오 퀘스트와 별개로 재배 퀘스트를 따라 꾸준히 진행하게 되면 자신만의 텃밭을 만들 수 있고, 텃밭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농작물을 심고 키워나갈 수 있다. 전투와 경쟁이 아닌 생산과 농업, 채집만으로도 다른 사용자들과 차별화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최근 전투나 사냥에 최적화된 게임들과 게임 초반 콘텐츠를 비교하게 되면 부족한 부분이 보일 수밖에 없다. 논타게팅 전투를 강조한 ‘테라’, 화려한 경공과 동양적 색채를 강조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등 시각적 볼거리가 충분한 게임들이 이미 서비스 중이기 때문이다.
아키에이지는 직업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결정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를 키워나가며 3가지의 스킬을 조합해 완성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안 그래도 게임 초반 다른 게임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단조로운 스킬 시스템으로 초반 성장 구간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3가지 조합으로 100여개가 넘는 직업 구조를 가질 수 있어 사용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직업별로 독특한 구조나 색다른 조합까지 만들어 낼 수 있어 일단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는 단조롭다는 평가가 아닌 호평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30레벨 구간에서 본격적인 다른 세력과의 경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초보 사용자들은 경쟁이 아닌 혼자서 게임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요구가 있다. 그런데 반 강제적으로 경쟁세력과 동선이 겹치게 되어 전투가 벌어진다. 조용히 퀘스트를 하는 사용자들을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과거 리니지, 아이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던 MMORPG들은 경쟁과 긴장을 통해 게임의 몰입감을 높여왔다. 자신을 강하게 성장시키는 목표와 추진력을 만드는데 다른 세력과의 경쟁을 자연스럽게 도입한 이유 때문이다.
MMORPG에서 경쟁과 대립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고 한국형 MMORPG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언제나 요구되어 온 부분이다. 때문에 이를 불편해 하는 사용자들도 있지만 결국 세력 간의 대립과 경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아키에이지가 그저 그런 게임으로 보이는 이유는 게임의 시스템에 익숙해지거나 게임에 녹아든 이후에 느껴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옷을 살 때 시각적인 색상과 컬러,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옷을 입었을 때의 착용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처럼, 아키에이지는 게임에 일단 녹아든 이후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게임을 꾸준히 이것저것 해보지 않으면 아무리 콘텐츠를 설명해도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아키에이지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품고 있는 것은 상용화 이후 공개되는 ‘원대륙’ 콘텐츠에 있다. 본격적인 경쟁과 대립 구도가 완성되고 공성전이나 대규모 전투도 원대륙에서 펼쳐진다. 인스턴스 던전이나 제작이나 생산에 필요한 ‘아키움 광석’과 같은 콘텐츠도 원대륙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국내의 한 게임 전문가는 “6년간의 준비를 마친 아키에이지는 이제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엑스엘게임즈의 처녀작이자 첫 서비스 게임이기 때문에 사용화 이후 정식서비스가 불안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게임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사용자층은 과거 오픈베타를 거친 MMORPG와 다른 수준이다. MMORPG는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을 바탕으로 오랜 호흡으로 게임을 서비스해야하는 게임이니 만큼 아키에이지의 롱런 가능성도 충분히 점쳐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