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과 무료게임의 동반성장. 2013년 MMORPG, 2004년이 보인다
2013년 온라인 게임 시장을 MMORPG 장르가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준비된 대작 송재경의 아키에이지는 오픈하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데 이어 정액요금제 시행 이후에도 그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열혈강호2와 2년만에 무료로 전환한 테라 등 만만치 않은 부분유료화 MMORPG들이 든든하게 그 뒤를 받치고 있는 형세다.
다함께 차차차, 확산성 밀리언아서 등 스마트폰 게임들 뿐만 아니라 피파온라인3, 차구차구 등 스포츠 게임들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자랑하고 있긴 하나, 블레이드앤소울 혼자서 고분분투 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MMORPG 장르 자체가 되살아난 느낌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모습이 국내 MMORPG 시장의 전성기가 시작된 지난 2004년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다. 대작게임의 예고된 돌풍, 그리고 무료 게임의 반란. 게임 이름만 달라졌지 상황은 완전 판박이다.
지난 2004년에 시장을 주도했던 것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다. 기존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방대한 세계관과 완벽히 설계된 퀘스트, 그리고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인스턴스 던전은 단순 레벨업에 지친 국내 게이머들의 시선을 완벽히 사로잡았으며, 그 뒤에 등장한 대부분의 MMORPG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 2013년에는 아키에이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처럼 출시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아키에이지는 상용화 서비스 시작 이후에도 게임트릭스에서 조사한 PC방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하며 기존 강자인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을 바싹 뒤쫓고 있다.
아키에이지는 과거에는 신선했지만 이제는 보편화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일을 탈피해 사용자 스스로가 즐길거리를 만들어가는 높은 자유도를 중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소 어려운 게임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월정액제 시행 이후에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기존과는 다른 신선한 게임이라는 점이 호평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광풍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로 이듬해 게임대상까지 차지한 열혈강호의 자리는 열혈강호의 아우 열혈강호2가 이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극진, 양재현 원작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열혈강호2는 원작의 30년 뒤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소 코믹한 분위기였던 전작과 달리 완전 성인 취향의 8등신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원작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완벽히 재현한 화려한 액션으로 보는 맛과 손 맛을 동시에 충족시켜주고 있다.
덕분에 전작과 원작팬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잠식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며, 아키에이지와는 다른 간편함을 무기로 팬층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2년전 아키에이지를 능가하는 주목을 받고, 게임대상까지 차지했던 게임인 만큼 다소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서비스 2년만에 무료로 전환한 테라도 2004년 마비노기와 RF온라인이 그랬던 것처럼 MMORPG 시장을 풍족하게 만드는 중이다.
언리얼 엔진3를 사용한 화려한 그래픽은 2년 전 게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화려하며, 테라 특유의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은 최신 게임들 조차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족한 콘텐츠는 더디긴 했지만 2년 동안의 노력 덕분에 이제는 별다른 문제점이 되고 있지 않다. 현재 테라는 게임트릭스 조사 PC방 순위에서 12를 기록하고 있으며, 서버를 추가할 때마다 혼잡상태를 기록하는 등 오픈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위메이드의 이카루스, 천룡기, NHN의 아스타, 다음의 검은사막 등 MMORPG 기대작들이 올해 출격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올해 온라인 게임 시장도 지난 2004년만큼이나 MMORPG 장르의 대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MMORPG는 대형화로 인해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리니지나 아이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잘 만든 MMORPG는 회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만큼 대형 게임사들의 MMORPG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