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입법 시도의 역사

최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을 비롯한 17명의 의원이 발안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두고 게임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매출의 1%를 게임산업에서 거두어 중독예방센터를 운영한다'와 '셧다운제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로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현재 존재하는 '셧다운제도'를 보다 확대하고 게임업계의 목줄을 보다 확실히 쥐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안에 참여한 의원 중 지스타 전시회가 개최되는 부산 해운대구의 의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차원의 대책안까지 발표될 만큼 이번 법안은 좋던 싫던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돼 버렸다.

이에 해당 의원들은 생각 외의 반응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법안 추진을 철회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와 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법에 앞서 게임 정책의 주요 기준이 된 셧다운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그 동안 게임 셧다운제와 관련된 입법 시도 사례애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게임 셧다운제의 입법 시도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10월, 당시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주도하고 YMCA, YWCA 등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포럼'이 가세한 가운데 게임 플레이 시간을 조절하기 위한 제도에 대한 논의가 오고갔다.

이후 2005년 8월에는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셧다운제를 입법화 하려고 했으나 게임 업계와 문화관광부의 반발로 입법은 무산됐고, 2006년 10월에는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정보통신 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 역시 실제 통과까지는 가지 못했다.

당시에는 장시간 몰입 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의문구와 서비스 이용을 시작한 지 특정 시간이 경과하면 경고문구를 표시하며, 장시간 이용 시 페널티를 부과하며 특히 청소년 이용자에 한해 그 친권자,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게임이 사회적의 관점에서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던 탓에 입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후 2008년 7월에 게임 셧다운제 법안은 현재와 같은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게 됐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새롭게 대표 발안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바로 그것으로, 이 법안에서는 "밤12시부터 오전6시까지 온라인 게임 업체의 게임 서비스의 제공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고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해당 온라인 게임 업체를 1,000만원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법안에 대해 학부모정보감시단은 '군부시절 통행금지제와 비교될 법안'이라 주장하고, 문화산업 관련 11개 단체가 소속된 한국대중문화산업총연합은 정부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전면 반대하며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업체 스스로 과몰입을 예방하도록 '자율규약'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이런 반대 여론에 주무부처였던 보건복지가족부는 '부모 요청 하에 이용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순회하기도 했으나 결국 제도화가 이뤄지지는 못했다.

그 다음으로 셧다운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9년 4월의 일로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여야 의원 21명의 동의를 받아 '청소년 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다시 쟁점화 됐다.

이 법안은 청소년 게임 가입 시 친권자의 동의 의무화를 비롯해 청소년 본인 또는 친권자의 요청에 따른 게임 이용 제한, 게임업체의 중독 경고문구 표시 및 유료화 정책 고지 등 기존의 법안들을 보완하는 동시에 보다 강력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특히 청소년 게임 이용 규제 기준으로 하루 총 이용시간을 정하는 방안과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금지하는 방안의 두 가지 제도를 담고 있어 이중규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았던 탓에 법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만큼 찬성의 의견 역시 사회단체들로부터 나왔으며, 주무부서였던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게임 셧다운 제도 등 청소년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한 대책을 검토한다"라는 의견을 밝히며 정부의 직접 개입이 머지 않았음을 알리기도 했다.

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 산업 자정 활동을 위해 회장사인 NHN과 네오위즈 게임즈, CJ 인터넷, 엠게임 등 대표 업체들을 중심으로 그린게임캠페인을 펼치는 등 자체 정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2010년에 들어서며 셧다운제 법제화를 위한 움직임은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부 사이의 주도권 다툼도 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2010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의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을 발표, 게임 플레이 과다를 막기 위한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과 청소년의 심야시간 접속제한 등의 게임 과몰입 대책을 발표했으며,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을 위한 게임 규제안'을 발의했다.

또한 게임 매출액의 1%를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여성가족부에서 관리할 것이라는 조항도 이때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책의 경우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위 15개의 게임에만 적용된다는 기준 탓에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으며, 여성가족부의 규제안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항들에 대한 반발로 인해 부결됐다.

결국 2010년 10월, 양 부처 합의 하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접속이 차단된다는 내용이 마련됐으나, PC 온라인게임으로 범위를 한정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모든 네트워크 게임을 범위로 삼으려는 여성가족부의 의견 충돌로 실제 법안이 마무리되기까지는 험난한 길을 거쳐야 했다.

특히 당시 새로운 게임업계 동력원으로 손꼽히던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 적용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졌으며, 결국 모바일게임에 한해 적용을 2년 유예하는 안에 최종 합의하게 됐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셧다운제 연령을 19세 미만으로 상향조절하는 수정안을 추진했으나 부결돼고, 원안이 2011년 4월29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201표 중 찬성 117표, 반대 63표, 기권 30표로 가결돼 그해 11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결말이 내려졌다.

이와 같이 셧다운제도는 오랜 기간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법제화가 시도됐으며 업계의 활성화와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대의가 충돌하며 쉽사리 결론이 내려지지 못했다.

결국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완성된 셧다운제도가 11월부터 적용됐지만 약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을 돌아보면 실질적으로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고, 오히려 보호자 주민등록번호 도용이라는 부가적인 불법 행위만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 명제를 고려했을 때 보다 '현실적인 법안'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정치권은 '표'만을 의식해 눈에만 그럴듯한 법안을 반복적으로 추구해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며 이번 법안에 쏠리는 비판이기도 하다.

과연 시간이 흐르면서 셧다운법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실제적으로 청소년층을 계도하고 올바르게 게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길잡이가 될지, 아니면 단순힌 눈에 보이는 구멍을 안보이게 하자고 손으로 가리며 업계만 쥐어짜는 일이 반복될지는 이번 법안의 처리 과정과 앞으로의 논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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