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보드게임, '포레스트'
‘포레스트’는 국내 보드게임 개발/유통 전문회사인 생각투자 주식회사에서 출시한 신작이다. 2012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한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포레스트는 거의 2년 간의 세밀화 작업과 프로듀싱의 과정을 거쳤다. 또한 국내 보드게임으로는 최초로 국내 시장과 미국 뉴욕 토이쇼에 동시 출간되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산업화와 세계화로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환경에 대한 걱정은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의 과제이다. 포레스트는 나무를 심고, 동물을 보호하며, 재난으로부터 숲을 지켜가는 환경을 테마로 한 ‘착한’ 보드게임이다. 따라서 포레스트를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들은 산림 감시원이 되어 숲에 나무를 심고 동물을 보호하고 각종 재난으로부터 숲을 지키게 된다.
포레스트의 상자를 열면 퍼즐 조각들이 먼저 눈에 띈다. 이 퍼즐 조각들을 맞추면 포레스트의 게임 보드판이 된다. 마치 숲을 연상시키는 게임 보드판은 다섯 개의 면을 가지고 있으며, 보드판 위에는 1부터 80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다. 게임 말을 시작 칸에 두고 게임보드판의 각 면에 다섯 종류의 나무 카드 한 장씩을 늘어놓는 것으로 게임은 시작된다.
게임 보드판을 세팅하고 나서 눈에 띄는 것은 형형색색의 카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초록색 숲 카드인데 숲 카드의 종류로는 각각 나무, 동물, 산림 감시원이 있다. 나무와 동물은 숲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들이고, 산림 감시원은 수풀이 우거지고 동물이 뛰노는 건강한 숲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며 재난을 없애는 중요한 일을 한다. 플레이어는 이들 숲 카드를 가지고 숲에 도움을 주고, 점수를 획득하면 말을 이동시키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포레스트의 플레이어들은 내가 키우는 나무숲이 그저 나무와 동물들로 무성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게임에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있고, 이러한 게임의 법칙은 ‘착한 게임’ 포레스트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숲에 닥쳐올 가장 큰 위기란 다름아닌 ‘재난’이다. 누군가가 똑같은 나무 카드를 한꺼번에 2장 이상 내려 놓을 때, 재난은 시작된다. 재난 카드는 뒷면이 주황색이며 종류로는 사냥꾼, 벌목꾼, 도시개발 세 가지가 있다. 똑같은 나무 카드를 2장 숲에 내려놓을 때 플레이어는 재난 카드를 통해 나무숲에 재난을 몰고 올 수 있다.
벌목꾼 카드가 놓인 숲에는 더 이상 나무가 자랄 수 없으며, 사냥꾼 카드가 놓인 숲에는 더 이상 동물이 살 수 없다. 사냥꾼, 벌목꾼 카드는 산림 감시원 카드 한 장이면 제거할 수 있다. 한편, 똑같은 나무 3장을 숲에 내려놓는 플레이어는 도시개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도시개발 카드가 놓인 숲에는 나무와 동물 모두가 자랄 수 없으며, 이 카드는 산림 감시원 카드 두 장을 내는 플레이어만 제거할 수 있는 심각한 재난이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키우는 나무 카드가 아니더라도 일단 손에서 빨리 내려놓고 다른 카드를 보충해야 원활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숲에 재난이 걸려 있으면 손에 든 숲 카드 회전이 느려지고, 게임 진행도 답답해지게 된다. 또한 자신이 키우는 숲에 재난 카드가 걸려 있으면 나중에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없으니, 숲에 닥쳐온 재난은 제거하고 보는 것이 이래저래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포레스트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상대방이 키우는 나무를 내가 모르고, 상대방 역시 내가 키우는 나무를 모른다는 데서 온다. 포레스트는 숲을 키우는 게임이지만, 여기에는 ‘누가 자신의 숲을 더 성공적으로 키우는가’의 경쟁이 걸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어떤 나무를 키우는가를 다른 플레이어에게 들킬 경우 내가 키우는 나무숲은 각종 재난으로 초토화될 확률이 높다.
만약 재난 카드가 자신의 숲에 놓이면 해당 플레이어는 속이 바짝 타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재난 카드를 얼른 치워 버리면 다른 플레이어에게 초조한 속내를 들키게 되므로 일단은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내 숲에 무심한 척 다른 플레이어의 숲을 도와야 할 상황이 반드시 발생한다. 참 복잡미묘한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나의 숲을 남에게 알리지 않고 키워야만 하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심리전이 바로 포레스트의 핵심이니까 말이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뭘? 내 숲에 촉각을 곤두세우되 남의 숲에도 나무를 놔 주고, 재난을 걷어 주어야 내 나무숲도 온전히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을. 플레이 내내 살아남기 위한 팽팽한 긴장감과 눈치 싸움이 이어지지만, 그 와중에도 ‘협력’과 ‘상생’은 계속된다. 게임이 끝나고 자신이 키우던 나무숲을 공개하는 순간, 어떤 플레이어는 안도의 웃음을 터뜨리며 보너스 점수를 계산할 것이고, 또 어떤 플레이어는 재난이 닥친 자신의 숲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탄식을 내뱉을 것이다.
게임을 끝내고 박스에 구성품들을 정리하다 보면 포레스트에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카드와 게임 보드판을 수놓은 세밀함이다. 실사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1년 반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세밀화에는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개발자들의 착한 마음이 듬뿍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