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운즈, ‘하이브리드 게임’의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잡을까?
중국집에서 요리를 시킬 때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볶음밥이냐를 고민하던 사람들 앞에 처음 짬짜면, 볶짜면과 같은 메뉴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더 이상 메뉴의 고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는 있게 됐지만, 줄어드는 양과 각 음식 간의 밸런스에서 문제가 생겨버린 탓에 따로 먹었을 때만큼 만족도가 충분히 높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하이브리드 장르를 내세우며 적지 않은 게임들이 출시됐었지만,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았던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비디오게임에서는 즐길 수 있는 결과물에 끝이 있었기에 개발자들의 의도대로 진행 방향을 이끌며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게임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탓에 결국 밸런스가 급속도로 붕괴되며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의 작품들이 선보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에서 새롭게 선보인 ‘하운즈’ 역시 롤플레잉과 슈팅이 결합된 ‘RPS(Role Playing Shooting)'를 표방한 작품으로 출시 전까지 위와 같은 걱정스런 시선이 많았지만, 공개 서비스 1주일이 지난 상황에서 적어도 하이브리드 장르를 표방한 온라인게임으로써는 성공적으로 게임 시장에 안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연초 신작들이 쏟아지며 치열하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게임 순위에서 29계단이나 급상승했다는 점은 이 게임이 그 동안 받아온 관심에 어느 정도 보답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어놓았다는 이야기로도 받아들여진다.
사실 이 게임은 한 장면 한 장면만 놓고 봤을 때는 그 동안 우리가 즐겼던 온라인게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을에서의 행동은 전형적인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이며, 필드에 나가면 패키지게임의 특징을 조금은 답습한 듯한 슈팅 게임의 PVE 모드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PVP 모드들 역시 최근 유행하는 AOS나 다양한 요소들을 배합한 독특한 모드들이 준비돼 있지만 ‘적을 물리쳐서 우리편에 승리를 안긴다’라는 기본적인 목표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모드들이 하나의 게임 안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어색함이 아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결코 이 게임이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특히 AOS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동 매칭’ 기능이나 메인 미션과 보조 미션을 오가며 다양한 게임 모드의 숙련도를 높여주는 동시에 큰 줄기부터 세세한 줄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퀘스트 동선은 단순히 미션을 클리어하고 레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즐기면 재미있는 게임으로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줬다.
여기에 비록 이제는 철지난 게임엔진이라 평가를 받는 주피터EX를 사용했지만, 엔진의 한계를 끌어내는 노력 끝에 수준급 그래픽 표현으로 으스스한 건물의 분위기와 괴이한 몬스터들을 등장시켜 사실감을 높이고 있으며, 장소가 바뀌고 특정 상황에 도달했을 때 급박하게 귀에 들려오는 사운드 효과와 배경음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해준다.
또한 다양하게 준비된 미션을 플레이하고 있으면 인류의 위기상황 하에 시시각각 몰려드는 적들의 공격이 주는 긴장감과 인류 마지막 희망이라는 NPC들로부터의 기대감이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지만 미션을 달성했을 때 목표를 달성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내가 바로 진짜 전사라는 즐거움과 쾌감을 선사하며 또 다음 미션으로 자연스럽게 손이 옮겨지게 된다.
화면 곳곳에 놓인 박스를 파괴하고 코인을 모아 장구류나 아이템과 교환하도록 한 보상 시스템이나, 장구류의 개량, 제작, 파괴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거래소를 통해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작 및 경제 시스템 등도 저마다의 위치에서 게임의 잔재미를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 각각 제 위치를 잘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미션의 난이도가 ‘매우쉬움’에서 ’쉬움’으로 올라가는 순간 갑자기 높아져 체감되는 압박이 ‘쉬움’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한다는 점이나 마을에서 퀘스트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조금 난해하다는 점, 두 차례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많이 지워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게임 곳곳에서 모 좀비 게임을 연상케하는 모습들이 발견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있다.
‘하운즈’는 그 색깔이 명확한 두 개의 장르를 하나로 묶으면서 각각의 특징을 잘 살리고 발전시킨 하이브리드 장르 게임의 성공적인 시작 사례로 자리잡고 있으며, 게이머들로부터의 반응도 재미와 함께 게이머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친화적인 게임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고 해도 앞으로의 업데이트나 운영이 허술하다면 게이머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며, 두 가지 장르의 결합인 만큼 다른 게임들 이상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초반 분위기가 좋다가도 업데이트에 실패해 한순간 무너져버린 수많은 게임들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이들 게임과 함께 ‘하운즈’가 같은 취급을 받는 일은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생각했을 때 결코 보고 싶지 않다.
부디 ‘하운즈’의 개발진과 운영진들이 게이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바르게 파악하고, 끊임없이 즐거움을 선사하며 올 겨울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하운즈’의 이름이 수상작으로 불리울 수 있게 되길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