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 게임으로 변신. 라쳇&클랭크 큐포스
게임개발사 인섬니악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라쳇&클랭크 시리즈. PS2시절부터 꾸준히 한글화 후 발매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다. 게임화면만 보면 왠지 아동용으로 적합할 것 같지만 직접 즐겨보면 이만한 액션게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푹 빠지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게임이다. 그런데 요즘은 정식넘버링 타이틀이 아니라 번외편으로 조금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어서 정통적인 라쳇&클랭크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운 상황이다. 이번에 소개할 라쳇&클랭크 큐포스(이하 라쳇 큐포스) 역시 그런 맥락의 게임으로 라쳇&클랭크의 액션에 디펜스게임의 요소를 더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라쳇&크랭크의 액션과 디펜스의 조합은 과연 어떤 재미를 줄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이제는 조금 아쉬운 그래픽
개인적으로 라쳇&클랭크 시리즈에서 그래픽의 정점은 퓨처1시절이라 생각한다. 이후 퓨처2부터 그래픽 스타일에 변화를 준 뒤 지금까지 그
스타일이 유지되어 오고 있는데 이 말인즉슨 그래픽의 발전이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자잘한 부분에서 이펙트나 모델링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풍겨져 오는 느낌은 아~~ 라쳇이구나 하는 기분이다. 익숙한 느낌도 좋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좀 더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유저의 마음이건만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할까? 아무래도 PS Vita와의 크로스 플랫폼 기능을 지원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식 라쳇&클랭크 시리즈가 나올 때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라쳇 &클랭크의 액션은 그대로
라쳇&클랭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액션은 다양한 원거리 무기를 활용한 슈팅요소와 점프액션이다. 이미 국내에서 공구전사 대박몰이라는 특별한
애칭(?)을 얻은 라쳇은 공구전사 답게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적의 타입이나 상황에 따라서 무기를 골라쓰는 재미가 있다. 기본적인
형태의 머신건부터 유도미사일, 화염방사기, 미러볼 등 다양한 무기가 있으며 활용법도 다르고 무기마다 레벨업 요소도 있기 때문에 슈팅의 재미가
상당히 잘 살아 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간단하지만 근접액션을 이용한 부분도 있고 주변의 도구를 활용해서 스윙샷을 날려 줄타기 액션을
하거나, 아슬아슬한 그라인드 액션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액션의 풍부함을 더한다.
이러한 다양한 액션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라쳇&클랭크 특유의 재미를 잘 살리고 있어서 분명히 재미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라쳇&클랭크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사람들에게는 뭔가 새로운 요소가 부족한 느낌이다. 거의 대부분의 라쳇&클랭크 시리즈를 해 본 입장에서 라쳇 큐포스의 익숙한 게임플레이 요소는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워낙 기반이 탄탄한 액션게임이기에 분명히 재미는 있지만 너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라쳇 큐포스에서 도입한 것이 디펜스요소인데...
디펜스 요소.. 득인가 실인가..?
분명 개발사에서도 정형화된 액션요소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을 텐데 라쳇 큐포스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디펜스게임의 요소를 가미했다.
말 그대로 본진으로 쳐들어 오는 적들을 저지하는 컨셉인데 이 점이 의외로 게이머에게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맵을
탐색하면서 액션을 즐기다가도 본진에 적들이 접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본진사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 기더라도 본진이 파괴되면 아무 소용이 없기에 좀 강력한 적이 본진으로 난입한다는 정보가 뜨면 복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이런
요소는 확실히 게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게 게임의 재미로 이어지는 요소인가 하는 점인데 오히려 액션의 흐름을 끊고 귀찮은 작업을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누가 뭐래도 라쳇&클랭크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난관을 뚫으며 새로운 장소로 나아가는 맛이 있는 게임인데 라쳇 큐포스는 한정된 공간의 맵에서 같은 장소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서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디펜스요소 자체도 적들을 쓰러뜨리거나 기믹을 파괴해서 얻은 볼트를 이용해 펜스나 타워 같은 방어건물을 설치하는 기본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진지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물론 어느 정도 기지가 위협을 받아야 본진을 지키러 귀환하는 디펜스게임의 역할이 성립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러한 요소가 주는 긴장감 보다 귀찮은 작업이란 인식이 강한 것이 문제다. (개인차가 클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본진과 멀리 떨어진 곳에 고난도의 점프액션으로 지나야 하는 공간에 와 있는데 본진이 아슬아슬하면 먼 길을 되돌아 가야하고 본진을 지킨 뒤 다시 반복된 액션을 하러 장소를 옮겨야 한다. 과연 이것이 즐거운 일일까?
온라인으로 맛보는 진정한 디펜스액션?
라쳇 큐포스의 캠페인으로 준비된 미션들은 게임플레이에 어느 정도 디펜스의 요소를 접목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온라인 대전플레이는 좀 더
디펜스액션에 치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아무래도 사람간의 대전인데다가 서로 볼트를 모으기 위한 자리싸움이 치열해지고 모은 볼트를 이용해
공격 유닛을 생성해서 같이 쳐들어가기도 하는 등 확실히 살벌한 디펜스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온라인에는 고수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아서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을 수도 있다.(필자도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얼마 못 버티고 GG를 쳤던.ㅠㅠ) 하지만 확실히
사람끼리의 대전이다 보니 서로의 캐릭터를 견제하려는 액션과 견제를 하면서 공공의 적인 몹을 잡으면서 볼트를 모으는 액션은 AOS게임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다.
크로스바이! PS3과 PS Vita에서 같이 즐긴다
라쳇 큐포스의 독특한 점은 PS3과 더불어 PS Vita에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라는 점이다. 요즘 몇몇 게임에서
지원을 하는 기능인데 하나의 게임을 사면 PS3과 PS Vita 양기종에서 즐길 수 있고 세이브데이터를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온라인플레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PS3으로 집에서 하다가 외출할 때에는 PS Vita를 이용해 플레이를 이어갈 수도 있으니 두 개의 플랫폼을 모두 가진
사람에게는 꽤 유용한 시스템이다.
라쳇이 한글화가 아니라니!!
개념 있는 현지화로 사랑을 받았던 라쳇&클랭크 시리즈였지만 이번 라쳇 큐포스에서는 안타깝게도 영문판 그대로 발매됐다. 게임의 컨셉도 그렇고
전체이용가 게임인데다가 그 동안 못해도 자막한글화는 되어 발매를 해왔던 게임인지라 영문발매는 더욱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 룰만
파악하면 스토리자체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도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란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
할만한 게임이지만 이대로는 아쉽다
라쳇 큐포스는 라쳇&클랭크 시리즈답게 기본적인 재미는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이번 리뷰에서 아쉬운 점을 위주로 언급했기 때문에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다. 디펜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타입의 적을 준비했고 적마다의 공략법이 다른
점, 한 개의 통 맵에서 진행이 되지만 라쳇&클랭크의 볼트 수집요소라거나 숨겨진 장소를 찾아내는 전통적인 요소들도 잘 살리고 있다. 하지만
라쳇 큐포스를 하면서 라쳇&클랭크 시리즈가 너무 주변을 겉돌기만 할 뿐 확실하게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한 때 라쳇&클랭크는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요즘은 그 기대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안일하게 계속 되다
보면 라쳇&클랭크가 10년간 쌓아놓은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으니 다음 시리즈에서는 확실히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