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웹게임 시장, 어떤 과정 통해 발전해왔나?

웹 브라우저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형식의 웹게임은 이제 온라인게임 시장에 있어 큰 하나의 물줄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게이머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웹게임의 역사야 짧지 않지만 그 모습이 발전해 온 것은 최근 몇 년의 일로, 여기에는 다양한 게임 및 브라우저 관련 신기술이 더해진 것이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웹게임을 메인 타겟으로 한 게임 엔진이 출시됐을 정도로 웹게임의 기술은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초반의 웹게임은 그야말로 머드게임에 그림만 추가됐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간단한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은 웹게임의 패러다임조차 바꿔버리며 어느덧 웬만한 클라이언트형 온라인게임은 넘어설 수준까지 웹게임을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웹게임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을 거쳐왔으며, 그 중심에 위치한 게임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게임 역사에 있어 웹게임의 시초는 많은 게이머들이 알다시피 마리텔레콤에서 1997년에 선보인 '아크메이지'다.

이 게임은 기존의 머드/머그 게임의 시스템을 개선해 실제 시간이 흐르면 턴이라는 행동 기준이 발생하는 '턴제' 행동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이 턴을 이용해 건물 짓기, 마법 연구, 병력 모집, 개척, 전쟁 등의 활동을 진행하도록 했다.

특히 여러 명의 게이머가 아마겟돈이라는 마법을 사용해 서버가 종료되고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 방식으로 이를 진행하려는 게이머와 막으려는 게이머 간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그동안의 게임들과는 다른 의미로 쾌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국내 이용자만 500만명에 달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북미와 유럽, 남미 등으로도 수출됐지만 아쉽게 문을 닫았으며, 현재는 해외의 팬들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래머들이 2003년부터 운영 중인 'The-Reincarnation'이라는 환생 서버가 존재한다.

그 이후에는 오픈 소스 기반의 웹게임 '가가 스페이스' '가가전쟁' '녹색 용의 전설' 등의 게임들이 서비스되는 '가가X 온라인 웹게임'이라는 서비스가 있었으나, 업체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웹게임 시장에 접근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후 다시 웹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이슈가 됐던 것은 2006년이었다. 바로 독일 게임포지AG에서 2002년부터 서비스했던 '오게임'이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것. 이 게임은 우주의 행성들간의 전쟁을 주제로 한 게임으로 최소한의 그래픽과 텍스트를 이용하면서도 잘 짜여진 전략성과 다양한 콘텐츠요소들의 결합으로 급속도로 이용자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어 로마시대를 비롯한 인류의 역사를 주제로 삼은 '트라비안'이나 '부족전쟁' 등의 게임들도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독일산 웹게임들이 물밀 듯이 몰려오는 계기가 마련됐으나,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웹게임 심의를 시작하면서 심의를 받지 않은 해외산 웹게임들이 서비스가 막히게 됐다.

결국 대부분의 해외 웹게임들은 국내 서비스 퍼블리셔를 통해 심의를 받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오게임'만큼은 도메인을 수차례 변경하면서 차단을 회피하다 결국 2009년 11월에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시기를 지나 독일 게임에 이어 한국 웹게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은 바로 중국 웹게임들이었다.

독일산 웹게임들이 웹게임 심의로 인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이 더파이브 인터렉티브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의 설정을 차용한 판타지 게임 '칠용전설'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을 웹게임의 재미에 새롭게 눈뜨게 했으며, 이어 코에이의 인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의 시스템을 차용한 웹게임들이 물밀 듯이 쏟아지게 됐다.

이어 한국의 개발사들 역시 웹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웹게임 시장은 급격적으로 확대됐으며,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며 그야말로 '웹게임의 전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 시기에는 시스템적인 발전 뿐만 아니라 시각적 요소, 즉 그래픽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여기에는 플래시 기반을 사용한 웹게임들의 출시가 큰 역할을 했다.

물론 플래시가 PC 소스나 메모리 관리 등에 있어 단점이 있었던 탓에 요구되는 컴퓨터의 사양은 조금씩 올라가게 됐지만 단순히 글자와 그림파일로 즐기던 웹게임이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 점은 웹게임이 단순히 다른 게임을 즐기는 중간에 짬짬이 즐기던 것에서 웹게임 자체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하나로 인정받도록 했다.

이런저런 '삼국지' 스타일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넘쳐나고 게이머들의 관심도 시들해 질 무렵 웹게임 시장의 중심은 조금씩 롤플레잉 웹게임으로 옮겨졌다.

턴제 롤플레잉 방식의 시스템과 당시 인기를 끌던 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특징이 한데 합쳐진 이들 롤플레잉 웹게임은 친구들을 등록한 다음 함께 던전을 탐험하고, 강력한 보스에 서버 전원이 협력해서 공격하거나 PVP로 다른 게이머와 대결하는 방식으로 그 재미를 다양화 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엔터메이트에서 서비스하는 '신선도'와 넥슨에서 처음 선보였던 '열혈삼국' 등의 게임이 있었으며, 중국의 웹게임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롤플레잉 계열 웹게임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신선도
신선도

이런 가운데 웹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엔진인 '유니티 엔진'은 웹게임의 수준을 다시 한 번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던 카툰네트워크의 '퓨전 폴'이 사용한다고 밝혀지며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유니티 엔진'은 브라우저 게임 수준의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를 자랑했지만 초기의 최적화 문제로 인해 처음 서비스 진입시 5~10분 가까이 기다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나, '유니티 3' 엔진 이후로 성능이 발전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웹게임들의 수도 조금씩 늘어갔다.

특히 지난해 출시됐던 '삼국지를 품다'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훌륭한 사운드, 1,000여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게임 진행, 다양한 편의성 시스템들을 바탕으로 웹게임의 수준을 한차원 높였다는 평기를 받으며 2012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웹게임으로써는 드물게 우수상, 기술/창작상, 우수 개발자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삼국지를품다
삼국지를품다

한편 2013년에 접어들며 한국 웹게임 시장은 또 다시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 동안 다양한 국가들의 웹게임들이 선보여지며 보여졌던 노하우들이 여타 게임들에도 조금씩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모바일과 PC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웹게임들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것.

특히 그 동안 다른 장르에 조금은 뒤쳐져 있던 MMORPG의 발전이 돋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기업들의 최신작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과연 올해 최고의 웹게임으로 어떤 장르와 어떤 브랜드의 게임이 선정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중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웹게임은 아이디어와 전략성에서 시작했던 과거와 달리 조금씩 고사양, 고화질로 바뀌어가며 '게임 도중에 짬짬이 즐기는 것'에서 그 자체로도 '하나의 명작'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특히 2013년은 그 동안의 웹게임의 새로운 기술들이 채용된 새로운 신작들이 대거 선보여질 예정이어서 한국의 웹게임 시장에서 과연 어떤 국가의 어떤 장르가 인기를 누리게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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