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보드게임이 온라인으로, ‘모두의 마블’
어렸을 적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놀 때 빠지면 섭섭한 것이 있었다. 여럿이 판 하나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앉아 주사위를 굴리며 즐겼던 게임, ‘부루마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오늘 소개하려는 게임은 바로 이 국민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모두의 마블’이다.
‘모두의 마블’을 이야기 하려면 먼저 원작인 ‘부루마불’을 빼놓을 수가 없다. ‘부루마불’은 1982년 씨앗사가 미국의 ‘모노폴리’에 착안하여 만든 보드게임이다. 복잡한 ‘모노폴리’의 규칙들을 대폭 간소화 시켜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여 당시 국민 게임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밟으면 게임이 끝나버리는 사기적인 땅이 존재하거나 처음 출발하는 사람이 너무 유리한 점 등 밸런스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부루마불’의 단점들을 보완하여 탄생한 것이 ‘모두의 마블’인 것이다. ‘모두의 마블’은 엔투플레이에서 제작하고 넷마블에서 서비스 중이다. NHN과도 채널링 계약을 하여 네이버 아이디와 한게임 아이디로도 플레이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게임 방법은 ‘부루마불’과 동일하다.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 두 수를 더한 숫자만큼 이동하고, 같은 숫자가 두 개 나온 경우에는 ‘더블’이라 하여 한 턴을 더 굴릴 수 있다. 다만 무인도 발판을 밟을 경우에는 세 턴의 이동 제한을 받게 되며, 보석금을 내거나 주사위를 굴려 더블을 만들면 탈출할 수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얻을 수 있는 찬스 카드는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운이 없으면 역으로 카드를 뽑은 플레이어 자신이 벌칙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발판이 추가되었다. 올림픽 개최 발판을 밟으면 자신이 소유한 도시 중 원하는 곳에 올림픽을 개최하여 통행료를 두 배로 올려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카오 발판에서는 1/2 확률의 도박을 통해 승리 시 일정 금액을 얻게 된다.
무인도 발판의 명칭은 맵에 따라 감옥, 병원 식으로 바뀐다. 이 외에도 올림픽 개최나 마카오 등의 명칭도 맵에 따라 다르다. 맵은 월드맵과 한국맵, 창업맵의 세 가지가 제공되고 있다.
‘모두의 마블’이 가진 ‘부루마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승리 조건이다. ‘모두의 마블’의 승리 조건은 총 네 가지로, 먼저 본인을 제외한 모두를 파산시키는 방법은 ‘부루마불’과 동일하다. ‘모두의 마블’에서는 여기에 8컬러 지역 중 3곳의 컬러를 독점하는 트리플 독점, 4라인 중 한 라인의 땅을 모두 소유하는 라인 독점, 마지막으로 6곳의 관광지를 독점하는 관광지 독점이라는 승리 조건을 추가하였다. 조건을 달성시키는 것은 꽤 까다롭지만 각각 승리 보상금이 2배~5배까지 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보다 게이머의 승리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부루마불’과 비교하여 비교적 알맞은 밸런스를 구현해낸 것은 ‘모두의 마블’의 큰 장점이다. 우선 ‘모두의 마블’에는 ‘부루마불’에서 한 방에 게임을 끝내버려 밸런스를 헤치던 ‘서울’과 같은 발판이 없다. 그리고 바퀴 수에 따라 올릴 수 있는 건물의 개수가 제한돼 있고, 제한 바퀴 수를 모두 채우면 그 후에는 3단계 건물까지 한 번에 올릴 수 있다.
또한 3단계 건물까지는 땅값의 두 배를 지불하여 인수할 수 있다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소유하고 있는 땅이 적어도 자금이 받쳐준다면 전세를 뒤엎을 수 있다. 다만, 4단계 건물인 ‘랜드마크’를 건설하면 상대방이 땅을 인수할 수 없을뿐더러 통행료가 매우 올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모두의 마블’은 ‘부루마불’과 같으면서도 다른 룰을 두어 어느 정도 차별화를 이루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바쁘게 오갈 필요 없이 클릭만 적절히 해주면 된다는 평이성 덕분에 ‘모두의 마블’은 2012년 5월 정식 오픈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피시방 점유율 상위권에 등극하며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다만, 10대들은 사행성을 이유로 따로 마련된 ‘쥬니어 채널’에서만 게임을 즐겨야 한다.
전체적으로 밸런스나 그래픽 구현 면에서 잘 만들어진 편이라 크게 비난 받는 일은 없으나, 그래도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있다. 우선 말이 되어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그다지 예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캐릭터 모양이 괴물이라든가 거부감이 든다든가 하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미국 만화 그림체 같은 ‘모두의 마블’ 캐릭터들의 모습이 요즘 온라인 게임들에서 밀어 붙이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캐릭터들과는 거리가 있어 비교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캐릭터들의 종류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고유의 능력치가 없이 생김새만 다르다는 점도 게이머들의 불만 요소 중 하나이다. 능력치는 전 캐릭터 공통으로 무인도 탈출, 마카오 승리, 국세청 할인, 특수비용 할인, 황금찬스카드, 매각세율 감면, 건설 할인, 주사위 게이지의 8가지가 있다.
각각의 능력치는 별이 몇 개가 부여되느냐에 따라 능력치 발동 효과 확률이 달라진다. 1~10성까지는 상점에서 게임 골드인 마블을 주고 살 수 있고, 캐시를 써서 ‘스페셜 카드’를 구매한다면 6성~10성 사이의 카드가 나온다.
이 밖에 ‘모두의 마블’에서 캐시의 쓰임새는 주사위 숫자의 합을 홀, 짝 중 원하는 쪽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홀짝 주사위’ 아이템과 예쁜 모양의 주사위, 강화 초기화 카드, 조합 행운권 등이 있다. 홀짝 주사위 아이템과 스페셜 카드를 두고 지나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곤 한다.
하지만 홀짝 주사위 아이템은 게임 한 판당 3회까지로 사용 횟수가 제한되어 있고 카드의 능력치는 아무리 높아 봤자 결국 게임의 판세를 좌지우지 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결국 모든 승패는 효과적인 투자와 주사위의 숫자 운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분주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눌러야 하는 게임에 지친 당신에게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모두의 마블’을 권해본다. 경쾌한 피아노 BGM과 함께 ‘똑또그르르’ 굴러가는 주사위 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번 추억 속 세계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단,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니만큼 플레이 하다가 화가 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비우고 마음가는대로 주사위를 굴리고 땅을 사보자. 뜻밖의 행운이 당신을 승리로 이끌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