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고통’ 겪는 프로야구2K, 게임성 외의 돌파구 찾아라

대부분의 경우, 성적표를 확인한다는 것은 꽤나 난감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성적을 자신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만천하가 알 수 있도록 공개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서열 혹은 순위 그 자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평가를 만들고, 그 대상의 실력 그 자체처럼 여겨지는 현실이기에 성적이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무게는 모든 이들에게 대단한 압박을 주기 마련이다.

4월 9일부터 공개서비스에 돌입한 넥슨의 프로야구2K의 성적은 아쉬움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보름이 약간 지났기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 시점까지 프로야구2K가 거둔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 게임트릭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프로야구2K는 스포츠게임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로야구2K와 연관된 이들이 압박감을 느낄만한 순위이다.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프로야구2K는 출시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다. 야구게임으로 비디오게임과 PC패키지게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2K스포츠와 공동으로 개발한 작품인데다가 그들이 개발했던 MLB2K 엔진을 활용한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성형과 액션 성향을 모두 띄고 있다는 점은 기존 게임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이러한 기대가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낙관적인 시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명작만화가 돼버린 슬램덩크의 대사를 빌자면 프로야구2K는 몇 가지 ‘불안요소’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는 점은 자칫 두 가지 요소 모두 불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데다가 이미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게임이 여럿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대표적인 ‘불안요소’였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요소’ 두 가지가 모두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이 두 개의 덫에 발목이 묶여버린 프로야구2K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하고 말았다. 차라리 게임이 재미가 없었으면 이러한 성적이 억울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재미와 영역을 충실히 갖춘 작품이기에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아쉬울만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프로야구2K가 현재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게임성 자체에서 찾는 것보다는 시장 상황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기존에 출시된 야구 온라인게임들은 프로야구 개막에 힘입어 이용량이 조금씩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자리를 잡은 선배들 때문에 나름대로의 훌륭함을 갖춘 후배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 하는 FPS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볼 수 있던 현상이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게임의 성적 부진의 원인을 온전히 시장 분위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프로야구2K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CJ E&M 넷마블의 마구더리얼과 원자현 아나운서를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렸던 네오위즈게임즈의 야구의 신이 각각 장르 순위 8위와 24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추측도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른 경쟁작도 부진하니까 마음이 편하구나’라는 식의 마음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흐름을 보면 최근의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이 얼마나 레드오션化 됐는 지 감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성공한 게임이 펼쳤던 방법으로는 난관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프로야구2k 스크린샷

게임이 시장에서 평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요소는 게임성이다. 프로야구2K는 자신만의 게임성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 시뮬레이션 요소와 아케이드 요소를 하나의 게임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야구 온라인게임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시장에 어필을 하지 못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이 게임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자칫 ‘어설픔’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야구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이들과 액션성 강조한 야구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어필하지 못 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프로야구2K의 등장 이후에도 프로야구매니저와 MVP 베이스볼 온라인 등의 작품들의 점유율에는 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당위성을 제공하지 못한 탓도 있다. 이미 마구마구나 프로야구매니저 등의 게임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 놓은 게이머들은 프로야구2K로 이동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 한다. 다른 게임에서는 지금 즐기는 게임에서처럼 ‘떵떵’거리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항상 새로운 모험을 찾아, 신대륙을 찾아 발길을 옮기는 ‘콜럼부스’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그곳에서 기틀을 마련하고 싶은 ‘지역유지’와 같은 성향을 더 강하게 갖고 있다.

이용자가 끝없이 늘어나서 신규 이용자가 연달아 유입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장의 크기는 한계가 있고, 국내 프로야구를 소재로 하는 게임의 유저풀이라면 더욱 학계가 명확하다. 프로야구의 팬과 스포츠 온라인게임의 팬이라는 교집합 내에서 이용자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점을 본다면 국내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 시장은 굉장히 협소한 시장이다.

사실상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은 뻔하다. 파이를 두고 점유율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프로야구2K는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이용자를 끌어와야 할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이 전달하지 못 한 재미를 게임에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게이머들에게 어필 해야 한다.

프로야구2K는 게임 안에 자신만의 게임성을 담는 데 정성을 다한 게임이다. 하지만 이를 널리 알리는 데에는 부족한 모습을 보인 듯하다.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국 시장에서 프로야구2K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뚜렷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뚜렷한 이미지를 남기지 못 한 것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슬램덩크에서 북산고등학교의 ‘불안요소’는 결국 북산고등학교의 성공요소가 됐다. 시장에 경쟁작이 많은 상황은 넥슨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은 넥슨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넥슨은 이러한 임무를 십수 년간 충실히 이행해 온 회사이기도 하다. 과연 프로야구2K의 고공행진을 위해 넥슨이 칼을 뽑아들 것인지. 어떤 행보를 펼칠 것인지를 주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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