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게임 규제 심했던 중국, 지금 모습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을 마약, 음주, 도박과 동일선상에 둔 법안이 게임 업계를 다시 한 번 발칵 뒤집었다. 지난 1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등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상황에서 말이다.
이러한 법안의 발의된 상황에서 게임에 각종 규제를 가하면서도 2012년 기준으로 온라인게임 시장규모 601억 2,000만 위안(한화 약 10조 7,000억 원), 모바일게임 시장규모 52억 1,000만 위안(한화 약 9,000억 원)에 달하며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게임 시장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때 강도 높은 게임 규제를 실시했던 중국의 게임 산업이 연평균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게임 산업 장려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중국은 게임을 ‘전자 헤로인’,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 중독을 마약이라 칭하는 등 게임과 마약을 동일선상에 놓고 규제를 가했었다. 이유인즉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게임 5시간 이상 금지, 폭력적인 게임 금지 등 강력한 인터넷 규제를 펼쳤음에도 인터넷이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변모했으며, 당시 인터넷 인구 1억 3000만 명 중 10% 정도가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고 이중 청소년의 비중이 7%에 달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온라인게임을 3시간 이상 플레이하면 경험치 획득량을 절반으로, 5시간 이상 플레이하면 경험치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는 피로도 시스템 도입을 도입해 과몰입 방지에 나섰다. 이후에도 모든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실명 등록 과정을 거쳐야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매년 게임 관련 규제는 강력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정부가 가했던 규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자 중국 정부의 게임 관련규제는 정부와 기업, 가정이 함께 참여해 게임 시장의 산업 발전을 위한 자율적인 규제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 예로 2010년 실시된 '온라인게임 미성년자의 보호자 감호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강제적인 셧다운제가 아닌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시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 프로젝트는 2011년 3월 정식 실시되기 전부터 텐센트, 샨다, 넷이즈 등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42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자율 규제에 적극 나서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웹보드 게임에 대해서도 통 큰 규제를 적용 한 것도 좋은 예다. 웹보드 게임의 경우 관련 규제가 2007년 온라인 관련규정, 2009년 사이버 머니 관련 규정 두 가지뿐이다. 이를 통해 산업 성장을 장려한 것이다. 한국이 자동배팅 금지, 캐쉬 충전액 규제, 세트아이템 판매 금액 규제 등 게임회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규제를 가한 것과 분명 다른 모습이다.
물론 현재 중국에서 게임에 대한 규제가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 중국은 인터넷 중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압적인 규제는 실효성이 없는 것을 알고 문화부, 국가온라인정보부등 15개 부처가 협동으로 연구소를 설치해 인터넷 중독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에 대한 이해가 먼저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자율규제화에 앞서 꾸준한 자국 게임 산업 장려책을 펼쳐왔다. 지난 2005년 이후 자국 게임 산업 육성방안인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을 통해 해외 게임이 자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유통 되는 행위를 금지 목록에 포함 시키기는 등 외산 게임이 직접적으로 중국 게임시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어 자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규제 대신 육성책 위주로 정책을 펼치며 게임 산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줬다.
이러한 장려책으로 인해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은 정부의 지원아래 2005~2008년 사이에 연평균 55%대의 성장을 기록했고 2009~2012년 사이에는 연평균 30%대의 성장을 보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2000년 초반 한국산 게임 등 외국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지난 2011년에는 게임차트에서 자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을 약 50% 수준까지 끌어올리게 됐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미르의전설’의 퍼블리셔에 불과했던 샨다는 중국 굴지의 게임 업체가 됐으며 국내의 액토즈소프트, 아이덴티티게임즈 등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또한,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퍼블리싱한 텐센트는 샨다를 뛰어넘어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고 에픽게임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후 중국 게임은 양적 향상뿐 아니라 질적으로 뛰어난 향상을 거듭해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수출 규모 5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먹거리 사업인 게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게임 유관 부서에서 업체 선정을 통해 저금리 대출과 보조금 지원, 수출 지원 등의 우대 정책을 제정하고 실시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 12차 5개년 계획 요강’을 통해 ‘문화산업을 국민경제의 지주 산업으로 추진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각 지방 단체는 이 요강에서 제시한 문화산업의 대대적 발전 요구에 따라 중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확립하고 강종 관련 법률과 법규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상해와 북경 등 대도시는 물론 복건성 지방과 남경시 등은 게임에 대한 전폭 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게임 산업을 비롯한 문화사업이 전반적으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한때 ‘전자 마약’으로 까지 치부됐던 게임이 이제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모습이다. 한국 정부가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강제적인 셧다운제 등을 실시하며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 게임 업계 전문가는 “이제는 Made in Korea 게임이 해외에서 무조건 환영 받거나 수출이 이뤄지는 시대가 아니다. 업계나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강압적인 규제는 실효성이 없는 것은 물론 한국 게임 시장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질적으로 향상된 중국산 게임에 언제든지 안방을 고스란히 내줄 수 있어 강압적인 규제만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합당한 장려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