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新 게임규제의 등장, 게임업계 지스타 불참 철회 너무 일렀나?
게임업계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실효성 논란을 겪고 있는 셧다운제에 이어 올해 초에는 '손인춘 법'이 발의되더니 이번에는 한술 더 뜬 '신의진 법'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신의진 법'은 게임과 도박, 마약, 음주의 중독 예방 및 치료에 관여할 수 있는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이에 대한 종합 치료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얼추 그럴듯한 내용 같지만, 뒤집어 보면 게임을 도박, 마약, 음주와 같은 통념적인 사회악과 동일선 상에 두고 정부가 업계의 숨통을 쥐락 펴락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다양한 정부 부서에서 치료센터 설립 등을 명분으로 게임업계의 돈을 수시로 갈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셧다운제와 쿨링제, 손인춘 법에 이어 신의진 법까지.. 왜 이렇게 정부가 게임을 규제하려고 안달일까. 사실 이러한 정부의 계속된 규제 시도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게임업계 규제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내부 자금이 부족하다. 경륜과 경정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기금 규모가 연간 300억 원에서 60억 원 수준으로 축소된 여성가족부는 그 보충원으로 게임업계를 지목하고 있다.
다른 정치권에게도 게임업계는 탐탁치 않게 찍혀 있다. 돈을 많이 벌지만 현 정부와 정치권에 무관심한 게임업계가 그들 눈에 눈에 가시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게임업계도 문제다. 게임업계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될 정도로 정치권과의 관계를 나몰라라 한 책임이 있다. 게임의 해악을 줄여가고,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확대해나가고 있다지만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만든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업계처럼 뭉쳐서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에 있다. 게임의 해악성만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정부의 정책에 업계가 단결력을 보여야 하는데, 일절 대응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 부처 입장에서는 업계의 저항이 적으니 점점 강도를 세게 해도 무리가 없었던 셈이다.
물론 게임업계의 대응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에 '손인춘 법' 사건으로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스타 2013 게임쇼를 보이콧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넵튠, 선데이토즈, 와이디온라인 등과 같은 게임회사의 대표들도 동참했다. 늦었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손인춘 법'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3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대의적인 명분으로 지스타 불참 의사를 철회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가 '지스타 2013 보이콧' 철회에 들어간 지 겨우 1주일 만에 강도 높은 규제 법, '신의진 법'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일각에서는 지스타 불참 철회 선언이 너무 일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는 업계가 정부 규제에 더 속수 무책이 될 것이라는 조롱섞인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업계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단결하면 규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의 저변이 확대되어 게임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게임업계가 단결해 한 목소리를 내면 '신의진 법'과 같은 부당한 정부의 규제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정황만 볼 때는 '손의춘 법', '신의진 법'과 같이 '청소년 보호'나 '게임 중독' 등의 이슈를 앞세운 비슷한 유형의 게임규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게임업계는 이번 '신의진 법' 부터 일괄적으로 나서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발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닌, 대의명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해악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받아들이되,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는 사회. 건전한 산업 발전을 위해 다시 한번 게임업계의 하나된 목소리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