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는 것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대중은 자신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무엇인가가 막상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할 경우 ‘그동안 보냈던 내 기대 돌려내놔라!’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가혹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고 하지 않았던가.
큰 기대를 받은 작품이 그정도의 큰 만족감을 전달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하지만 기대를 받던 작품이 대중을 충족시켜 준다면? 선택지가 몇 가지 있다. 엄청난 호응을 받는 것. 그게 아니면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 아니면 시대의 명작에 이름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언차티드로 잘 알려진 '괴물집단' 너티독이 개발한 PS3용 어드벤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 이하 라스트오브어스)는 이러한 사례를 대표할 수 있는 게임이다. 출시 이전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은 이 게임은 출시 이후부터 전문가들과 게이머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Xbox360과 PS3과 활약한 지금의 이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을 정도니,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이 정도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하나 같이 이 작품의 빼어난 시나리오와 그래픽을 칭찬하고 있는 상황.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그런 상황인데 이 게임을 지적하시려구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응. 나도 이 게임 정말 재미있게 하고는 있는데,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니까. 절대적인 관점에서의 단점이
아니라 상대적인 관점에서의 단점은 분명히 존재해.
모르는 놈: 가치관 하나는 정말 뚜렷하시네요. 매사에 불만이라니요.
까는 놈: 일주일에 딱 한 번. 매주 금요일은 사람이 가차없어지기에 어울리는 시간이니까 -_-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해외 웹진에서 리뷰 점수 10점 만점에 10점을 준 게임을 지적하겠다니. 대담하다.
까는 놈: 개인적인 기준에서의 단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근거가 전혀 없다고는 생각 안 하거든. 게임의 완성도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어.
단지 '이런 부분은 좀 아쉽더라'는 토로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걸그룹 맴버보고 '노래도 잘 하고 몸매도 예쁜데 몸매가... 특히나...'
달래는 놈: 너무 자세히 말하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한다 너;;;
<스토리: 몰입도가 매우 높은 스토리 vs 그래서 무척이나 피곤해 -_->
달래는 놈: 라스트오브어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나 스토리겠지? 그리고 그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드는 게임 디자인도 장점이고
말야.
까는 놈: 감염체에 의해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는 플룻은 사실 좀비영화를 위시한 각종 재앙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지. 그래서 소재만
듣고는 신선한 느낌이 없어. '에이 또 좀비물이냐?'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이 대단한 거야. 소재만
듣고도 모두가 게임의 흐름을 예상하고, 연출을 예상하는 와중에도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으니까.
모르는 놈: PS3가 없어서 게임은 못 해봤는지만 간담회를 통해 체험은 해 봤거든요. 저는 이 게임 정말 무섭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호러 게임 중에서 가장 무서웠던 게임이에요.
달래는 놈: 이 게임에 분명 호러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을 호러 장르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 그렇게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도 않고, 시종일관 감염체만을 상대해야 하는 게임도 아니니까. 물론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까는 놈: 워낙에 스토리가 중시되는 게임이다보니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네. 특정 장면을 예로 들면서 설명을 하기가 어려우니 이거야 원 -_- 하여간에 이거는 확실해. 게임을 하다 보면 세상에 난리가 난 후에 딸을 잃은 주인공이 '엘리'와 함께 하며 겪는 감정변화가 확실하게 느껴져.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 그리고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다양한 태도는 '저런 상황이라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당위성을 게이머들에게 부여하면서 게이머를 자연스럽게 게임 안에 녹아들게 만들지. 게임을 즐긴 이들이 하나 같이 '게임에 완전히 몰입됐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야.
문제는 몰입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야. 더군다나 이 게임은 좀비가 등장하는 여타 게임들이 좀비들을 도륙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달리, 최대한 좀비와의 교전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도망자'의 입장으로 게이머를 몰아가. 게임을 하는 내내 긴장을 하고 게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야.
모르는 놈: 그래서 재미있는 거 아닙니까?
까는 놈: 물론 이게 장점인 건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게임을 하는 게 굉장히 피곤해. 나 역시 이런
분위기에 약하다보니 게임을 조금만 해도 뒷골이 당겨오고 어깨가 뻣뻣해지더라고. 부담이 오는 거지. 분명 재미있고,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데, 더 하기가 버거운 거야 -_-;
달래는 놈: 나이 들어서 그런 거 아냐?
까는 놈: 뭐...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긴 한 거 같다만;; 여튼 이 게임의 스토리는 정말 대단해.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게다가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고스란히 캐릭터들의 표정에 드러나거든. 표정묘사가 이렇게 탁월한 게임은 지금까지
못 해본 거 같아. 게임이 아니라 영화를 한 편 본 기분이야.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영화를...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서 즐기는 잠입 액션의 긴장감 vs 아쉬운 조작감과 적들의 인공지능>
달래는 놈: 스토리가 부각이 되긴 하지만 이 게임의 액션과 연출도 무시할 수 없어. 은밀하게 적을 처리해야하는 구간이 많기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적을 정면에서 제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때의 재미가 쏠쏠하지. 특히 아이템을 조합해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많고, 무기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음향효과와 적들의 피격모션은 일품이야.
모르는 놈: 확실히 쇠파이프나 벽돌로 감염체를 공격할 때의 쾌감은 상당하죠. 정말 목숨 걸고 살기 위해서 내리치는 느낌이라 섬뜩할 때도 있었어요.
까는 놈: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어. 나 같아도 저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아프게 상대를 후려칠 것 같은데 마침 게임 속의 캐릭터들이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움직임을 취해주니까. 정통 액션 게임이 아님에도 이 게임의 액션성은 훌륭한 편이야. 하지만 인공지능은 좀 아쉬워.
달래는 놈: 동료들의 인공지능은 제법 좋은 편 아니야? '엘리'는 정말 사람처럼 움직이고 게임에서도 큰 도움을 주는데? 엉뚱한 데 가서
오브젝트 사이에 낑겨서 버벅거리는 여타 게임의 NPC와는 차원이 다르구만.
까는 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적들의 인공지능이야. 진짜 사람처럼 움직이고 반응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야. 그랬다가는 난 이 게임
1시간도 못 하고 그만뒀겠지. 이 게임에 등장하는 적의 인공지능이 대부분 주인공에게만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예를 들면 감염체와 건물
안에서 사투를 벌일 때, 엘리가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어도 적은 나를 공격해. 존재감 넘치는 캐릭터인 '엘리'가 존재감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순간이지.
만약 적들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엘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공격을 하거나 한다면, '엘리'를 구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해야 하는 게이머들은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겠지. '저 아이를 구해야 돼!'라는 마음에 심리적으로 게임에 더 빠져들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아군 NPC와 적 NPC의 상호작용이 조금 아쉽다는 이야기야. 물론 굉장히 배부른 소리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게임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워낙 잘 만들어진 게임이기에 다른 게임이었으면 그냥 넘어갈 부분도 이 게임에서는 아쉽게 느껴져.
<마무리: 마스터피스. 게이머와 주인공이 하나가 되어간다.>
모르는 놈: 정말 재미있게 하셨나보네요.
까는 놈: 누가 나보고 이번 연말에 올해의 게임을 선정하자고 하면, 난 그냥 연말까지 갈 것도 없이 이 게임에 지금 한 표 던져놓고 연말
행사에는 참가 안 할 거야. 그 정도로 압도적인 완성도를 갖췄어. 좀 전에도 말한 것처럼 다른 게임이었으면 그냥 넘어갈 부분도 이 게임에서는
단점으로 느껴져. 워낙 잘 만들어져서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다른 게임과는 조금은 달라. 생존 혹은 호러 장르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고 본다. 이런 장르 자체를 싫어하는 이들이라면 이 게임은 무조건 피해야 할 게임이야. 현세대 기기에서 생존, 호러 장르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기에 부담감이 엄청나거든.
단, 이런 장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게임이야. 게임을 하다보면 게이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인공인 '조엘'이 되어 있을 것이고, '엘리'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괴물집단' 너티독이 개발한 생존 어드벤처 게임. '괴물집단'이 만들어서 그런지 게임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너티독은 게임
개발 기술만 뛰어난 줄 알았는데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강요하지 않지만, 게이머들이 알아서 감동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게임이다.
언차티드에서 느낄 수 있었던 드레이크의 유머감각과 액션은 없지만 음험한 세계에서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한 의욕과 갈등,
그리고 부족한 신체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이들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