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선택]바이오하자드와 라스트오브어스의 공포 방정식
게임, 영화, 여름. 이 세단어를 나열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단어를 더 떠올릴 것이다. 질색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더운 날씨로 인한 짜증을 날려버리기 위해 선택하는 ‘공포’가 이 문제의 정답이다.
년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봐도 워낙 많은 수의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출시되는 게임의 흐름을 분석하기 쉽지 않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장르의 게임들의 출시는 여름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게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영화도 여름 시즌에 공포 영화의 개봉 빈도가 유독 높다.
등골까지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가 무더위 해소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판매량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이번 개발자의 선택 코너에서 다룰 게임은 공포를 주제로 한 게임 바이오하자드와 라스트오브어스다. 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포 게임이지만, 실제로 게임 플레이를 해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공포물을 싫어하는 입장에서는 둘 다 무섭기 매한가지이지만, 공포를 이끌어내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공포 게임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바이오하자드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공포 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달려드는 좀비들이 곳곳에 몰려있고, 탄약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싸우지 않고 목적지까지 조심해서 한발 한발 움직여야 하는 것에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 조명하나 없이 손전등 불빛 하나에 의지해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좀비들이 등장한다면 정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더구나 머리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쓰러지지도 않는데, 탄창에 든 총알은 하나 밖에 없다. 여기서 오는 긴장감이 바이오하자드가 공포 게임의 대명사로 지금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액션성이 강화되면서 공포 게임이라기보다는 좀비가 등장하는 액션 게임에 더 가까워졌고, 그래서 팬들의 불만 또한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 진행 내내 느끼게 되는 원초적인 공포는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재미를 선사하며, 이것은 데드스페이스, 앨런웨이크 등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공포 게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언차티드 시리즈로 유명한 너티독도 PS3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으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여름에 맞춰 출시했다. 게임 잘 만들기로 유명한 너티독이 PS3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 쓴 게임인 만큼 출시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었는데 게임이 출시되고나니 반응이 예상보다 더 폭발적이다. 그 이유는 공포를 다룬 방법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세련됐기 때문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앞서 소개한 바이오하자드 같은 좀비가 등장했던 공포게임들의 공포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정확히는 좀비가 아니라 포자가 감염된 사람이지만 좀비와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으니 편의상 좀비로 통일한다). 밀폐된 공간에,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어둠, 한정된 총알, 그리고 잘 죽지도 않고, 소리만 들려도 득달같이 달려오는 무서운 좀비까지.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게임답게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된 좀비들 때문에 한발 한발 전진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다만, 이것이 라스트 오브 어스가 주는 공포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원초적인 공포감은 게이머에게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주변 장치에 더 가깝다.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게임인 만큼, 스토리에 관련된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대략적인 스토리를 짚고 넘어가자.
라스트 오브 어스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혼돈에 빠진 세계에서 어른(조엘)과 아이(엘리)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둘은 처음에 계약관계로 출발하지만, 좀비 바이러스 창궐 때 딸을 잃은 조엘은 엘리의 모습에서 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엘리를 보호하기 위해 잔혹한 일도 서슴치 않는 아빠와 딸의 관계로 변하게 된다.
게임을 시작하면 딸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조엘의 모습이 먼저 등장하고, 그 뒤 조엘이 딸을 잃게 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 조엘은 딸을 데리고 도시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도시 외각에서 군인을 만나게 되고, 군인이 쏜 총에 맞아 딸을 잃게 된다. 민간인을 보호하는게 일반적인 모습이겠지만, 감염을 우려한 군인은 보고 후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스트 오브 어스가 다루고 있는 공포는 여기서 출발한다. 싸워야 하는 적이 좀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외각을 봉쇄하고 있는 군인들과, 생존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잔혹한 사람들이 모두 적이다. 오히려 좀비들은 일종의 자연재해일뿐 진정한 공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남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듯 라스트 오브 어스는 바이오하자드를 비롯한 기존 게임들의 공포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세련된 스토리를 더해 정말 영화를 보는 듯한 게임으로 탄생했다. 좀비가 나타날 때마다 놀라게 되는 원초적인 공포도 공포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인간의 잔혹함이 주는 공포는 그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같은 선구자 게임들이 있었기에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게임들이 탄생할 수 있었지만, 생존의 긴박감에서 출발했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점점 액션 게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을 보니 라스트 오브 어스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더욱 크게 와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