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 조립을 게임으로. 건담 브레이커
건프라. 십수년 전 까지만 해도 이 단어는 보통 사람들에겐 생소한 단어였다. 건프라는 건담 프라모델의 준말로 일본의 모형회사 반다이에서 애니메이선 기동전사 건담에 나오는 로봇, 작중 통칭 MS를 프라모델로 낸 것이다. 특히 주역인 건담이라는 MS를 주요상품으로 내세워서 현재는 전세계 프라모델 업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건담 관련 게임인 이 건담 브레이커는 이때까지의 다른 건담 관련 게임과는 달리 바로 이 건프라가 주제로 나온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건프라와 더불어서 아직 현실화 단계에 겨우 접어든 가상체험 시뮬레이션과의 융합으로, 플레이어는 건프라를 조립해서 가상공간에서 그 건프라를 타고 여러 가지 전투 미션을 플레이하게 된다.
사실 이때까지 나오는 건담 게임 다수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진행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아니면 원작의 시점과는 다른 곳에서 벌어진 일을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건담 브레이커는 건프라를 주제로 하는 것인 만큼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과 전개를 갖추고 있어서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고 해도 별 문제가 없다(예전 PS2 시절에도 비슷한 시스템의 건담 트루 오딧세이라는 게임도 오리지널 스토리를 도입했지만, 어정쩡한 게임성으로 소리 소문없이 묻힌 바 있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전투는 무쌍 시리즈, 기체 개조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 가까운 시스템이다. 게임상 제공되는 미션을 실행시켜서 스테이지에 돌입, 눈 앞의 적들을 전부 쓰러트리거나 일정 시간동안 특정 기물을 지키는 등의 조건을 만족 시키면 클리어. 전투 중 나오는 아이템을 얻어서 자신의 기체를 강화하는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이해가 쉬운 방식이다.
게임 상에서 지원되는 플레이는 싱글 미션과 멀티 미션, 이렇게 두가지다. 네트워크 대응 게임인 만큼 다른 온라인상으로 접속한 플레이어와도 같이 플레이할 수 있고, 멀티에서는 싱글보다 더 좋은 파츠가 나오는지라 서로에게도 이득이 되는 플레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싱글이 부실하냐면 그것은 아니고, 싱글에서도 CPU가 조종하는 동료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혼자서 플레이 한다고 해도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다.
무쌍 시리즈의 액션과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프라모델이 주인공인 만큼 다소 다른 부분도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파츠 파괴이다. 난전중 적을 공격하면 팔이나 머리, 등에 붙은 파츠 같은게 떨어져 나가는데 그렇게 되면 적의 행동이나 공격이 둔해지고 그 상태에서 공격하면 통상시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적을 쉽게 쓰러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조건은 플레이어도 마찬가지 인지라 결코 방심은 금물.
무기에는 각각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EX 액션 이라는게 있다. 단번에 많은 대미지를 주거나 아니면 주변의 많은 적에게 골고루 대미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진행하면서 상당히 익숙해져야 할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 EX 액션은 일단 무기를 얻으면 당장 쓸 수도 있지만 그 무기를 어느 정도 이상 오래 쓰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골라서 오랫동안 써보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적들을 쓰러트리다 보면 런너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것을 모으면 스테이지 종료 후 새로운 파츠를 만들 수 있고 그 파츠로 아머드 코어 시리즈 처럼 자신의 MS 프라모델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 런너에는 등급이 있어서 같은 런너로 만든 파츠라고 해도 등급에 따라 올라가는 능력치나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개를 얻어도 중복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 빌더 레벨을 올리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스크래치 빌드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에 대응하는 파츠를 여기서 조립하면 원래 파츠 와는 다른 새로운 파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단 런너를 얻고 과연 이 런너가 스크래치 빌드에 대응되는지 기대를 할 수 있는 것도 숨은 재미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나오는 각성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일정 미션을 클리어하다 보면 이벤트로 발동이 되고 이 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사용하게 되면 공격력이나 공격 연출이 달라지면서 말 그대로 일발 역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물론 이렇게 강력한 기능을 아무 때나 쓸 수 있으면 게임의 재미가 없어지니 게임 중 모이는 게이지가 최대로 찼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프라모델이라는 특성은 파츠파괴 외에도 찾아볼 수 있다. 적을 파괴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면 프라모델이라는 특성상 디테일한 기계 부품이 아닌 단순한 단면이나 연결 축으로 구성 되어 있는게 보이고 각 등급별로 디테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초반 플레이어가 자주 보게 될 HG 등급의 자쿠2의 백팩은 실제 프라모델도 마찬가지이지만 상당히 밋밋한데 적으로 나오는 MG 등급의 자쿠2의 백팩을 보면 디테일이 추가 되어있고 실제 건프라와 아주 똑같아 보인다. 지나가는 적이라고 대충 낸 것이 아닌 등급에 맞는 디테일로 내준 제작진에게 여러 의미로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
또한 실제 건프라는 사이즈가 안 맞거나 연결부분이 다른 이유 등으로 조합이 안되지만 이 게임에서는 마음대로 붙이거나 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건프라로는 특별한 개조 없이는 할 수 없는 모양의 건프라를 마음껏 만들 수 있다. 물론 위에도 언급한 아머드 코어 시리즈 쪽의 파츠 조합 방식이라서 세부적인 분할이 아닌 머리, 양팔, 몸통, 허리 아래부터 다리 전부 등의 특정 부분의 묶음식이기는 하지만 나만의 독창적인 건프라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건프라 마니아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채색도 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도색 변경만 있지만 게임을 진행해서 런너를 조립하면 오르는 빌더 레벨이 일정치 이상이 되면 여러 기능이 해금되면서 디테일을 살리거나 실제 전투로 입은 듯 한 자잘한 상처나 더러움도 표현할 수가 있게 되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이도저도 귀찮다면 상점에서 조합이 아닌 MS를 고스란히 만들 수 있는 세트를 구입할 수도 있다. 적당히 모은 파츠로 조립해서 진행하면서 모은 포인트로 사도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게임 상의 편의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프라모델을 좋아하고 특히 건담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여러모로 즐길 거리가 많은게 이 게임의 최고 장점이다.
건프라 마니아라면 상당히 좋아할만한 완성도를 지닌 게임이지만 역시나 좀 아쉬운 점도 있다. 극 초반에는 어떻게 엄청 좋은 품질의 런너가 들어와도 빌더 레벨을 올리지 않으면 조립을 못하기 때문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기보다는 빌더 레벨을 올리기 위한 런너 수집 노가다 위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그리고 고성능 무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계속 그것만 쓰게 되는지라 단순 클리어를 목표로 하게 된다면 위에 주어진 수많은 가능성을 묻어버리게 되고 좋은 무기의 높은 등급을 얻기 위해 또 다시 지루한 노가다가 돼서 게임의 재미를 반감 시킬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결국 취항 문제라서 이것저것 얻어보고 싶다거나 파츠를 많이 모아서 나만의 건프라를 만들어보겠다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의미는 없기는 하다. 결국은 즐기는 사람의 문제이니까. 다만, 이것저것 만들어보는게 가장 큰 재미라면서 그 재미 앞에 반복 노가다라는 큰 장벽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리뷰는 이 정도로 마치고, 마지막으로 몇가지 정보를 전달하자면 현재 원 발매처인 일본에서 이 건담 브레이커로 만든 자신만의 MS를 건담 브레이커 홈페이지에 응모 하면 방영 예정중인 애니메이션 건담 빌드 파이터즈에서 그 MS가 영상에 나올수 있다고 한다. 나름대로 멋진 MS를 만들었다면 한번 응모 해 보는게 좋을지도? 그리고 PS Vita용 건담 브레이커와 세이브 데이터가 호환되는 크로스 세이브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Vita용으로 플레이 할 생각이 있다면 세이브 데이터를 잘 보관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