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드래곤즈 크라운 편

액션 게임은 여전히 게임 시장을 지탱하는 주요 장르다. 과거에도 그랬으며 아마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조작법을 장황하게 익히지 않아도, 스토리를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게이머가 자신의 캐릭터를 움직여가며 상대를 쓰러트리는 재미는 액션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요소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날이 복잡해지는 세상만큼이나 액션 게임도 복잡한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그래픽은 2D에서 3D로 바뀌었으며, 조작은 어려워졌다. 단순한 것은 싫다는 게이머들을 위해 액션 게임에 퍼즐, 길 찾기 등의 요소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파이널 파이트, 천지를 먹다, 캡틴 코만도처럼 앞으로 전진하면서 적을 일망타진하는 이른바 벨트 스크롤 형태의 액션 게임은 점차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PS3와 PS 비타로 출시된 드래곤즈 크라운은 이러한 벨트 스크롤 액션의 대가뭄 시대에 등장한 게임이다. 게이머들의 뇌리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명작 액션게임인 던전앤드래곤을 연상케 하는 게임 홍보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드래곤즈 크라운
드래곤즈 크라운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글래머러스한 캐릭터 때문이었지! 몸매가 아주 그냥!! 특히 가..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전에도 말했지만 너 그러다가 잡혀간다니까; 누가 보면 몸매만 남는 게임인 줄 알겠다.

까는 놈: 그런 점도 있었다는 말일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개발사가 바닐라웨어라는 점도 사람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고. 오딘 스피어나 프린세스 크라운, 오보로 무라마사 등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꾸준하게 개발해 온 회사니까. ‘제법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개발사가 이번엔 D&D 느낌의 게임을 내 놓는다고?!’ 라면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무시 못 할 거야.

조영준 기자(모르는 놈): 크으... D&D. 기가 막힌 게임이었죠. 아직도 역대 최고의 게임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구요.
까는 놈: 확실히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지. 추억보정 때문에 미화된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재미있게 했던 기억마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게임 구조: 액션 게임에 최소한의 RPG적인 장치를 갖췄다 vs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야>

까는 놈: 사실 나는 클래식한 액션게임을 상당히 좋아하거든. 스포츠게임 다음으로 좋아하는 장르가 액션게임 장르니까. 드래곤즈 크라운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기대했던 게임이야. 액션게임. 그것도 과거의 느낌을 살린,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니까.

모르는 놈: 여자 캐릭터 몸매 때문이 아니구요?
까는 놈: 2D 캐릭터 몸매 보고 얼굴 붉힐 나이는 지났단다.

달래는 놈: 막상 게임을 접해보면 단순하게 진행되는 액션게임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 구조 자체는 꽤 단순하긴 하지만, 원탁의 기사(원제: Knights of round)나 퍼니셔와 같은 정통 액션 게임처럼 스테이지를 하나씩 클리어하며 진행하는 게임은 아니거든.

까는 놈: 구조 자체는 MORPG의 그것과 흡사하지. 캐릭터를 정비할 수 있는 지역인 마을이 존재하고, 이 마을은 전투가 진행되는 던전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니까. 던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를 통해서 입장하고 싶은 던전을 골라서 들어가는 방식이야.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은 던전앤파이터의 게임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드래곤즈 크라운
드래곤즈 크라운

모르는 놈: 이 게임을 던전앤파이터와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발끈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위험발언 아닙니까?
까는 놈: 내가 언제 던전앤파이터가 이 게임의 모티브가 됐다고 말했냐. 게임의 흐름이 흡사하다는 것이지. 물론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차이 때문에 콘텐츠 양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야.

하여간 정통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생각한 나에게는 조금은 김이 빠지는 부분이었어. 전투의 흐름이 끊어진달까? 게다가 게임 진행 중에 어려워질 것 같으면 스타트 버튼을 눌러서 언제든지 마을로 귀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도 떨어졌고.

달래는 놈: 하지만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어. 정통 횡스크롤 액션게임의 진행 방식을 따르면 스테이지 몇 개를 깨고 나면 엔딩이 나오고 게임이 끝나버리니까. 그렇다고 스테이지가 너무 많으면 게임을 하다가 질려버릴 수도 있지.

까는 놈: 그렇지. 하지만 나처럼 일자진행, 점프와 주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액션게임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군더더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게다가 마을 내에서 여기저기를 이동하면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켜야 하는 것도 당위성이 느껴지지 않았고. 차라리 전투가 펼쳐지는 던전 내로 옮겨놨으면 좀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

모르는 놈: 결국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네요.

드래곤즈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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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다양한 개성을 지닌 보스와의 대결 vs 보스까지 가는 과정이 지루해>
달래는 놈: 마을을 왔다갔다 하고, 던전에 들락거리는 과정이 번거롭더라도, 막상 던전에 입장하고 나면 전투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아? 게다가 보스전은 상당히 박력있게 구현됐던데. 지형지물을 활용한 보스의 공략을 구현한 점도 흥미롭고. 개인적으로는 레이스(Wraith)하고 치르는 전투가 재미있더라.

까는 놈: 보스전은 확실히 재미있어. 나는 골렘하고의 전투가 제일 인상적이었네. 일반 공격으로는 대미지를 못 입혀서, 결국 고블린을 잡으면 떨구는 폭탄을 던져가면서 겨우 사냥했거든. 그런데 알고보니까 룬 마법을 활용하면 배경의 다른 골렘을 부활시켜서 둘이 싸우게 할 수 있더라고? 배경의 지형지물을 게임 플레이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 한 점이 좋았어.

하지만 던전 내부의 전투가 다 재미있다고는 생각 안 해. 보스전은 정말 재미있지만 보스까지 가는 과정은 시시했어. 긴장감이 없다고 해야하나? 적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띄엄띄엄 나오는 데다가, 이렇다 할 위협적인 공격을 하는 애들이 눈에 안 띄어. 무엇보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많지 않고 말이지. 하나의 던전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의 무게 중심이 너무 던전 보스에게만 치우친 건 아닌가 싶어.

던전 구성도 인상적인 구간이 없달까? 날으는 카펫을 타거나, 소용돌이를 피해서 배를 저어가는 구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각 던전하면 떠오르는 극적인 장치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크게 다양하지 않아, 각 스테이지에 개성을 부여하기 힘들었다면 무대 장치를 통해서 부여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야.

달래는 놈: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거 같다.
까는 놈: 기대를 너무 과하게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1996년에 나온 D&D가 줬던 재미를 기억하면서 거기에 ‘이런 부분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드래곤즈 크라운이 다 해주겠지?’라는 기대를 했던 것일까? 아마 개발자인 카미타니 죠지가 D&D 타워오브둠을 만들었던 사람이라 그런 기대를 더 했던 것일지도 몰라.

<즐길거리: 파밍과 퀘스트로 확대된 콘텐츠 vs 투기장은 구색맞추기 용도?>

달래는 놈: 몬스터는 다양하지 않을런지 모르겠지만, 수집할 수 있는 아이템은 제법 다양하지 않아? 옵션도 다양하고. 게다가 캐릭터 육성의 재미도 찾을 수 있잖아. 퀘스트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반복 플레이에 대한 당위성도 갖추고 있고.

또 퀘스트를 해결하고 얻는 스킬 포인트로 자신의 캐릭터를 강력하게 육성할 수도 있고 말야. 일자진행에서 느껴지는 단순함의 미학은 없지만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얻었다고 본다 나는.

드래곤즈 크라운
드래곤즈 크라운

모르는 놈: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 큰 의미가 있나요? 스테이지를 얼마나 더 빨리 깰 수 있나 정도 밖에는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

까는 놈: 의미가 있어. 멀티플레이 콘텐츠로 투기장이 있거든. 말 그대로 자신이 육성한 캐릭터로 다른 게이머와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이야.

모르는 놈: 오. 그거 재미있네요. 확실히 투기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도 있구요.

달래는 놈: 아니...그런데...그게 문제가 좀 -_-;
까는 놈: 밸런스가 안 맞아. 밸런스가. 특정 캐릭터가 너무 강해. 게임을 진행하면 느껴지는 건데 ‘이거 투기장은 주먹구구식으로 넣은 거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어. 던전을 공략할 때의 캐릭터 성능을 완전히 그대로 투기장으로 옮겨오는 바람에 밸런스가 무너졌지.

모르는 놈: 어떤 식으로요?

까는 놈: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소서리스가 블리자드를 시전하면 파이터나 드워프, 엘프 같은 밀리 캐릭터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공격을 다 맞아야돼. 화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이거든. 막으면 될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막으면 대미지는 입지 않아도 장비 내구도가 깎여나가서 결국은 공격을 할 수가 없어.

일반 던전에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투기장에서의 직업 밸런스는 따로 만들었어야지. 기왕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려면 그걸 제대로 다듬어서 제공했어야 하는데, 일단 한 번 즐겨보라는 식으로 내놨으니 문제가 되는 거야. 니가 말한대로 투기장은 싱글플레이를 반복해서 즐기게 만드는 당위성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그런 역할을 전혀 못 하게 되는 셈이지.
<마무리: 2% 부족하다. 볼륨도, 액션도, 콘텐츠 분량도>

달래는 놈: 불평불만이 많은 것 치고는 게임 엄청나게 열심히 하드만?
까는 놈: 이거만 고치면 더 재미있을 거 같은데...하는 아쉬움 때문에 하는 말이지. 애정이 있어서 깐다는 말도 모르냐? 재미있는 게임인데 각 요소요소마다 진짜 아주 조금씩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얘기는 안 했지만 타격감이나 인터페이스도 마찬가지야. 왜 이런 구조를 띄고 있는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안 남는 건 아니니까.

모르는 놈: 그렇다면...누가 재미있는 게임 좀 추천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까는 놈: 미묘한 문제이긴 한데...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면 추천을 할 거야. 특히 파밍과 반복 플레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겠지.

하지만 ‘엔딩만 보고나면 끝!’이라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 거 같아. 반복 플레이를 통해서 얻는 재미가 더 큰 게임이거든.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취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문제야.

- 드래곤즈 크라운은?
2D 액션게임 중에 이렇게 그래픽이 미려한 게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 상황을 남의 일처럼 설명하는 나레이터의 음성을 갖춘 게임. PS3와 PS비타 두 기종으로 모두 출시됐으며, 올 가을에는 자막 한글화 되어 출시될 예정이다. PS3로 즐기면 인터페이스가 살짝 불편하고, PS비타로 즐기면 화면이 작아서 박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어느 기종으로 즐겨도 아쉬운 게임이 됐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횡스크롤 액션게임을 기대했는데 4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콘솔게임용 MORPG로 등장해 내심 D&D3를 기대했던 기자를 아쉽게 만든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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