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닌텐도 2DS 편
비디오게임의 역사를 논할 때 닌텐도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마 비디오게임의 역사 중 절반 이상은 덜어내고 이야기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닌텐도는 비디오게임 시장에 큼직한 족적을 남겼다.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으로 8비트, 16비트 게임 시절을 제패했으며 닌텐도 Wii를 통해 게임계에 ‘동작인식’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휴대용게임기 시장에서도 게임보이, 게임보이 어드밴스드를 비롯해 닌텐도 DS와 3DS를 연달아 선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도 했다.
이 기간에 함께 시장에서 활약한 다수의 경쟁사들과 함께 ‘이 구역의 일인자는 나야!’라는 위용을 뽐내던 것이 바로 닌텐도라는 기업의 족적이다.
하지만 닌텐도는 이러한 성공작만큼이나 큼직한 ‘삽질’로 게임사에 자신의 흔적을 강하게 남긴 업체이기도 하다. 패미컴의 주변기기였던 파워글러브, 휴대할 수 없는 휴대용게임기 버추얼보이, 전작의 성공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드라마틱함이 돋보이는 닌텐도 Wii U까지.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닌텐도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설명하신 이유가 뭡니까? 대충 짐작은 갑니다만.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이번 놈놈놈은 여러 면에서 연재 최초의 시도를 할 것이야. 게임이 아닌 하드웨어를 다룰 거라는 점. 그리고
아직 출시도 안 된 녀석을 소재로 잡았거든. 이름하야~ 2!D!S! 와우~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뭐야; 왜 이렇게 신났어?;
모르는 놈: 2013년 10월 12일에 북미와 유럽에 발매 예정인 닌텐도의 신형 휴대용게임기 닌텐도 2DS 때문에 저러는 거 같습니다.
까는 놈: 조영준이의 해설 덕분에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영준이 말 그대로 최근에 닌텐도는 자사의 신형 휴대용게임기인 닌텐도2DS(이하 2DS)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지. 임팩트가 상당히 강한 발표였어. 같이 발표된 ‘닌텐도 Wii U’ 가격인하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묻어버릴 정도로.
모르는 놈: 그런 것도 있었습니까?
달래는 놈: 어. 349.99 달러에서 299.99 달러로 50달러 할인한데.
<기기의 가치: 3DS의 저가형 모델 vs 3D 기능까지 삭제할 줄이야>
까는 놈: 50달러나 가격 인하 된다는 소식이 묻혀버릴 정도로 2DS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지. 그게 좋은 쪽이 아니었다는 게 닌텐도에게 슬픈 일이지만. 2DS가 마음에 든다는 반응도 없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이게 뭔가요’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
달래는 놈: 3DS가 170달러이고 2DS가 13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니 어찌보면 3DS의 저가형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지.
까는 놈: 저가형 모델답게 3DS보다 다운그레이드 된 부분도 많아. 크기가 커졌고, 더군다나 폴더 형태가 아니라 보드 형태로 나왔지. 접히지가 않는다는 이야기야. 여기에 외장 스피커가 스테레오 스피커에서 모노 스피커로 변경됐고, 외장 카메라도 없어졌어. 그리고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모르는 놈: 뭐 3D 기능이라도 없어졌습니까?
까는 놈: 응
모르는 놈: 네? 진짜요?!; 3DS는 그게 핵심인 기기 아닌가요?;
<3D 기능 삭제의 이유: 아이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 vs 시력보호에 동서양이 어디 있냐?>
까는 놈: 내가 진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그거야. 3DS의 하드웨어적인 존재가치는 사실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영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거든. 그런데 저가형 모델이라고 해서 그런 점을 삭제 시켜버린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어.
달래는 놈: 미국 닌텐도 대표는 3DS의 입체영상이 유아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기능을 삭제했다고 말했지. 유럽과 미국 지역이 아동 보호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 못 할 결정은 아닌 거 같아.
까는 놈: 네 말대로라면 2DS는 일본과 아시아에도 출시가 돼야지. 하지만 북미와 유럽에만 출시가 되잖아? 뭐 서양 아이들하고 동양 아이들은 안구 구조가 다르다던? ‘역시 안구 건강은 일본 아이들이 스고이하다능’이라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건가 싶더라.
그리고 애초에 3DS에서는 스위치를 통해 3D 기능을 조절할 수 있잖아. 켜고 끄는 정도가 아니라 입체영상의 깊이까지도 조절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장치가 있는 상황에서 입체영상이 눈에 해롭다고 이런 기능을 삭제한 기기를 출시하는 건 이해가 안 가.
달래는 놈: 하지만 그런 스위치가 있어도 아이들이 그 스위치를 활성화 시키면 그만인 것이잖아. 조절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시력이 무조건 보호되는 건 아니지. 아이들은 스위치가 있으면 일단 만져보는 점을 감안한 것 아닐까?
까는 놈: 애초에 3DS는 환경설정의 청소년 보호기능을 통해 보호자가 기기에 비밀번호를 걸고 기기를 제어할 수 있거든? 즉, 3DS로도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입체영상의 마수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어. 시력보호 때문에 3D 기능을 제거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가.
<가격: 40달러나 할인했다 vs 비싸요! 안 사요!>
까는 놈: 개인적으로는 이 기기의 가치를 모르겠어. 외부 스피커를 다운그레이드 한 것은 과거에 GBA SP를 출시하면서 GBA에는 있던 외부 스피커를 제거한 전적이 있으니 그러려니 한다만... 이어폰으로 사운드를 들어도 되는 셈이고.
모르는 놈: 그런데 이어폰도 아이들 청력에 손상을 주지 않습니까? 아이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출시했다면서 청력은 왜 신경을 안 쓴 거죠?
까는 놈: 몰라 -- 나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야 --
더 큰 문제는 상당히 다운그레이드 된 모델임에도 가격이 크게 저렴하지가 않다는 점이야.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지. 3DS는 170달러, 2DS는 130달러로 가격이 책정됐거든. 핵심 기능인 3D 기능까지 삭제가 됐음에도 크게 저렴하지는 않아.
게다가 이 기기가 폴더 형태가 아닌 보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지. 파우치를 구매하면 가격 차이는 더욱 좁아지거든. 파우치를 안 사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말야.
<디자인: 예쁘더라! Vs 신형 노래방 리모콘인줄 알았다>
모르는 놈: 접히지 않는 형태로 출시된 것은 좀 의외네요. 폴더 형태를 포기한 것은 GBA 이후 처음이기도 하구요.
까는 놈: 디자인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이들과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모두 강해. 개인적으로는 디자인보다도 폴더 형태를 포기하면서 휴대성이 낮아진 것이 더 염려스럽지만. 버추얼보이 때에도 그러더니만 닌텐도는 ‘휴대기기지만 휴대를 쉽게 하도록 허락하지는 않을테니까...’ 하는 츤데레도 아니고 말야. 나는 무슨 신형 노래방 리모콘인줄 알았다.
(츤데레: 퉁명스러움을 나타내는 의태어인 츤츤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데레데레를 합친 합성어로 좋아하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인격 유형을 지칭하는 인터넷 은어)
달래는 놈: 나는 디자인 마음에 들더라. 해외 리뷰에 올라온 사용기를 보니 크기도 생각처럼 크지 않고. 색상도 예쁘게 잘 나와서 하드웨어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도 해.
<마무리: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대응? 다분히 의도적인 출시전략>
모르는 놈: 인터넷을 보면 2DS에 대해 실망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많긴 하네요. 그런데 이런 불평이야 신형기기가 출시되면 언제나 따라오는 것
아닙니까? 기기의 흥행은 이런 것으로는 알 수 없구요.
까는 놈: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 시장 때문에 골머리를 썪고 있는 닌텐도가 이러한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기기라는 생각도 들어. 실제로 마케팅 포인트도 저연령층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잡고 있고, 광고도 어린이들이 2DS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방향으로 제작됐으니까.
달래는 놈: 불만이 많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마 2DS는 잘 팔릴 거 같아. 더군다나 닌텐도 진영의 인기 시리즈인 포켓몬 시리즈의 신작을 2DS 발매에 맞춰 함께 출시하니까. 아마 포켓몬을 즐기기 위한 이들이 2DS를 같이 구매하는 경우도 많을 거 같아.
까는 놈: 불만이 많기는 하지만 나 역시도 2DS가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해. 애초에 3DS 노선을 포기하고 2DS에 올인하는 전략도 아니고, 3DS는 3DS대로 판매하고 2DS로도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니까. 가격이 3DS에 비해 크게 저렴하지는 않지만 추후에 가격이 더 인하가 된다면 엄청난 메리트를 지닌 기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봐.
하지만 2DS의 판매와는 별개로 닌텐도라는 브랜드에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은 거 같아. 3DS를 출시하며 자신들이 내세운 세일즈 포인트인 ‘입체영상’ 기능을 2DS에서 삭제하면서 사실은 이 기능이 크게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거든.
모르는 놈: 뭐... 출시가 되고 나서야 흥행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국내 시장 반응도 국내 출시 이후에나 알 수 있구요.
까는 놈: 아. 2DS 한국 발매 여부는 아직 안 정해졌지만... 2DS도 일본에 출시가 안 되고, 게다가 한국은 Wii U도 출시가 안
됐으니까. 아마 출시 안 되지 싶다. 되면 좋은 거고.
달래는 놈: 아니 뭐 그런 무책임한 소리를;;
까는 놈: 난 안 살 꺼니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