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동의 모바일 게임 따라잡기] 선점작들의 위용, 신작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어느새 1년하고도 두달이 지났다. 카카오톡은 매주 5~10개의 게임을 내놓고 있고 시장은 이제 변화보다는 안정기를 찾는 모습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모를까...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확장 범위에 있고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도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고 탄탄한 매출을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매주 신작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지만 이중에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 말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톡

현재 시장에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선점작들의 득세다. 당장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마켓을 살펴봐도 신작들이 매출 상위권에 도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년 전에 서비스를 시작했던 애니팡은 여전히 4위에 랭크되어 있고 윈드러너, 드래곤플라이트도 10위 안쪽에 위치해 있다. 활, 모두의 마블, 쿠키런 등 상위를 점령하는 게임들도 최소한 출시된지 몇 개월에서 1년 이상 지난 게임들이다.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게임들의 마케팅과 업데이트가 잘 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겠지만, 내부 내용을 살펴보면 좀 의견이 달라진다.

우려의 중심에는 '사람들이, 기존 게임을 지우지 않는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한동안 즐기다 싫증을 느끼더라도 3~4개월 뒤에 생각날 때 다시 기존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로 1년, 여전히 사람들은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를 즐기고 있고, 그렇게 즐기던 게임들이 지워지지않고 쌓여간다. 앞으로 2년이 지나면 어떨까? 마찬가지일 것이다. 파괴력을 가지고 확 시장에 몰아치는 신작 게임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기존 게임만으로 충분한데 받지말자'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

사실 그동안에는 사람들이 신작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왜냐하면, 계속적으로 스마트폰의 신규 점유율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입하면서 폰을 새로 사게 되고, 열심히 게임을 다운로드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또 상당수 기존 게임들을 다운로드 받아놨다. 폰 용량에는 한계가 있는 법, 이슈가 되는 수준의 신작 게임이 아니라면 그만큼 선택받을 폭은 줄어들 것을 자연스레 예상할 수 있다.

카카오톡 컴투스허브 라인 로고
카카오톡 컴투스허브 라인 로고

선점작이 무서운 점은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유저DB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자사 신작 게임을 낼 때 기존 유저들에게 일제히 연락할 수도 있고, 또 신작 게임의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점점 중소 개발사들의 입지는 좁아져 가게 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같은 여건 아래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더욱 마케팅이 강화되고 기존 선점작들을 가진 퍼블리셔 위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카카오톡에 입점한 이후에도 큰 돈을 부어 마케팅을 강화해줄 퍼블리셔에게 중소 게임사들의 게임이 몰리고 있는 시장 움직임도 캐치된다. 실제로 요즘은 CPI 마케팅으로 1~2억 원은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일종의 자뻑 마케팅인데,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이통사가 적절하게 시장 과열을 막아줬었지만 지금의 카카오톡은 손 놓고 있는 게 아쉽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보자. 소규모로 창업한 게임 개발사들이 게임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아예 사라질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신작의 성공은 갈수록 힘들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 막 진입한 창업자나 소규모 개발사라면, 미리미리 투자자나 퍼블리셔를 찾는 게 낫다. 혹은 누구나 혹할 수 있는 유명 IP를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점점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닮아가는 모습이다. 온라인 게임업계에 '리니지'와 '아이온'이 역대 최대 매출을 뽑아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스마트폰 게임 시장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때문에 중소 개발사들의 흡수 합병이라든지 게임의 대형화 등도 예상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서비스 1년이 넘은 지금, 신작 출시를 앞둔 개발사들은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신작들의 무덤이라고 불리우던 온라인 게임 시장처럼 스마트폰 게임 시장도 기존 선점작들과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 재편되는 분위기다. 마음의 우려는 사실상 예견된 현실에 가깝다.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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